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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당시 주한미대사관 "전두환이 군부 실세…최규하는 무기력"

기사입력 : 2021년06월02일 14:32

최종수정 : 2021년06월02일 14:32

美국무부, 외교문서 14건 추가 공개…비상계엄확대 정황
쿠데타로 실세 부상 전두환에 대한 미국 '딜레마'도 언급

[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규하 대통령에 대해 '무기력한 대통령'이라고 묘사했으며, 1979년 12·12 군사반란을 주도한 전두환 보안사령관을 실세로 평가했다는 기록이 미국 정부 문서를 통해 확인됐다.

미국 국무부가 2일 공개한 5·18 민주화운동 관련 외교문서(14건·53쪽) 중에는 주한미국대사관이 1980년 5월 17일 비상계엄 전국 확대 직후 본국에 긴급 타전한 '서울에서의 탄압'(Crackdown in Seoul)이란 제목의 전문이 포함됐다.

미국 국무부가 2일 공개한 5·18 민주화운동 관련 외교문서 중 주한미국대사관이 1980년 5월 17일 비상계엄 전국 확대 직후 본국에 긴급 타전한 '서울에서의 탄압'(Crackdown in Seoul)이란 제목의 전문 2021.06.02 [이미지=미국 국무부 외교문서 캡처]

전문은 군부가 실권을 완전히 장악했으며, 그 선두에 전두환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적시하고, 다만 전두환의 독자적 결정이 아니라 뜻을 같이 하는 군부 실권자들의 집단적인 결정이라고 판단한다고 에드먼드 머스키 국무장관에게 보고했다. 전문에 표시된 군부 실권자들은 노태우와 정호용을 포함한 신군부를 지칭하는 것이라는 게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 관계자의 설명이다.

반면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규하 대통령에 대해서는 비상계엄 전국 확대 조치 결정 과정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며 "무기력한 대통령(Helpless President)"이라고 표현했다. 당시 최광수 대통령 비서실장이 "비상계엄 전국 확대 결정이 최규하 대통령의 의지와는 관계가 없다"고 시사했다는 내용도 들어갔다. 진상규명조사위 관계자는 "최규하 당시 대통령이 사실상 '식물 대통령'으로서 고립된 상황에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문은 1990년대 중반 기밀 문서에서 해제됐지만 전두환과 최규하에 대한 표현은 가려져 있다가 이번에 모두 공개된 것이다.

최규하 대통령뿐만 아니라 주영복 당시 국방부 장관이 실권이 없다고 솔직하게 밝힌 내용도 1980년 1월 10일 미대사관 문서를 통해 드러났다. 1979년 12·12 사태 이후 국방부 장관이 된 주 장관은 방한한 레스터 울프 미 하원의원으로부터 '우리는 한국군의 안정을 바라며 지휘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당신을 돕겠다'는 얘기를 듣고 "나는 군에 대해 아무런 영향력을 갖고 있지 않다"고 언급했다.

진상조사위 관계자는 "12·12사태 이후 전두환을 중심으로 새롭게 등장한 군부 세력의 위상을 간접적으로 유추할 수 있다"며 "실질적 지휘체계가 12·12 이후 형성됐다"고 말했다.

미국, 전두환 경계하면서도 실세 인정 '딜레마'로 고민

당시 미국 정부가 쿠데타로 권력을 장악한 전두환에게 경계심을 보이면서도 실세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딜레마'에 처한 정황도 확인된다.

미 국무부가 1980년 3월 13월 작성한 문서에서 당시 국무부 차관은 6월로 예정된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 개최 여부에 대한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며 '(한국) 군 내부의 갈등이 지속되고 안정되지 않는 한 SCM 개최를 연기하겠다는 입장을 군 실권자인 전두환에게 직접 전달해 압력을 가할 필요가 있다'고 지시했다.

국무부는 당시 윌리엄 글라이스틴 주한미국대사와 전두환의 3월 5일 면담이 전두환으로 하여금 미국이 자신을 지지하고 있다는 시그널로 이해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전두환을 직접 접촉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국무부는 "전두환이 이번 만남을 올리브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이) 그의 높아진 위상을 수용하고 당신(미 대사)에 대한 접근이 가능하다는 약속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진상조사위 관계자는 "전두환이 '미국이 자신을 지지하고 있다'는 신호로 이해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국무부가 지적한 것"이라며 "전두환과 접촉하면서도 외부에 알려지지 않게 조심하라는 미국 정부의 메시지도 계속 나왔다"고 소개했다.

"전두환 신군부, 5·18 유혈진압 명분 위해 '김대중내란음모사건' 조작"

또 당시 전두환 신군부 세력이 5·17 비상계엄확대조치와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혈진압의 명분을 위해 '김대중내란음모사건'을 조작했다는 내용도 이번에 공개된 외교문서에 포함됐다.

당시 박동진 외무부 장관은 주한미대사관 관계자들과 만나 '김대중내란음모사건' 재판에 있어 '국제 앰네스티'와 '국제법학자 위원회' 등 국제인권단체에 비자 발급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그 이유에 대해 이 단체들이 편향된 시각에서 재판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두 명의 외국기자에게만 재판 전 과정을 취재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고 전했다.

이번 공개는 5·18 관련 진상규명을 위해선 미국 정부의 기밀문서가 필요하다는 시민단체 및 학계의 의견에 따른 한국 정부의 요구를 미국이 수용하면서 이뤄진 것이다. 정부는 미국에 모두 문서 80건의 공개를 요구했는데, 지난해 43건에 이어 이번에 14건이 공개됐다.

그러나 이번에도 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서 발포 명령을 내린 책임자나 지휘체계에 관한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이 같은 내용은 국무부가 아닌 미국 국방부나 한미연합사령부 등 군 기관이 보관하는 문서에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

진상조사위 관계자는 미국이 아직 23건의 문서를 공개하지 않은 것에 대해 "미국 정부가 더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준다면 공개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기대했다.

미 국무부는 이날 5·18관련 문서 14건을 한국 정부에 제공하고 주한미국대사관 홈페이지에도 게재했다. 이 자료는 5·18 광주민주화운동기록관 홈페이지에도 공개된다.

미 국무부는 지난해 5·18 민주화 운동 40주년을 맞아 5.18관련 문서 43건을 한국 정부에 제공한 바 있는데 이번 공개는 기존에 삭제되거나 비공개된 부분이 추가로 공개된 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공개에 대해 "한미 정상회담에서 핵심 가치 공유하는 동맹임을 재확인했다"며 "이러한 가치 수호 위해 꾸준히 노력하기로 해 5.18 문서 비밀해제로 이어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medialyt@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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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日 여행객 'K-쌀' 사간다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일본 여행객이 한국을 방문, 한국 쌀을 직접 구매해 들고 나가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일본 내 쌀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밥맛 좋은 한국 쌀'이 대체제로 급부상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3일 <뉴스핌>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상반기 동안 일본 여행객이 한국에서 직접 구매해 일본으로 들고 간 국산 쌀은 3만3694kg로 집계됐다. 일본은 지난 2018년부터 휴대식물 반출 시 수출국 검역증을 의무화한 나라로, 병해충과 기생식물 등 식물위생 문제에 매우 엄격하다. 특히 쌀처럼 가공되지 않은 곡류는 검역 과정이 매우 까다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여행객들의 한국산 쌀 열풍은 지속됐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일본 여행객이 반출한 국산 쌀은 1310kg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무려 25배 이상 급증했다. 같은 기간(2024년 1~6월)으로 비교하면 작년 106kg에서 올해 3만3694kg로 약 318배 증가한 셈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일본 여행객들의 '쌀 쇼핑'이 열풍을 불면서 관련 문의가 급증했다"며 "한국쌀이 일본쌀에 비해 맛과 품질이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반출되는 양도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쌀을 화물로 탁송하는 사례도 동반 상승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화물검역을 통해 일본으로 수출된 국산 쌀은 43만1020kg에 달한다. 지난해 화물 검역 실적이 1.2kg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폭증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번 흐름이 국산 쌀에 대한 일시적 특수로 끝나지 않고 국내에서 정체된 쌀 소비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에서 쌀 가격이 두 배 이상 올랐으니 한국에 와서라도 쌀을 구매하는 여행객이 늘어난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다만 일본의 쌀 관세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 한국 쌀의 가격만 보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국산 쌀의 품질이 높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도 합격점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영종도=뉴스핌] 윤창빈 기자 = 1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 중국발 여행객들이 입국하고 있다. 2023.03.11 pangbin@newspim.com 정부 역시 이같은 수요에 대응해 일본 관광객을 대상으로 검역제도 안내·홍보에 나서기로 했다. 현재는 농림축산검역본부를 통한 사전신청, 수출검역, 식물검역증 발급, 일본 통관까지 최소 3단계 이상이 요구된다. 다만 한국 쌀을 일본으로 반출할 때 한국에서 식물검역증을 발급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일본 관광객이 일본에 돌아가 쌀을 폐기하는 일이 생기면서 홍보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농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오사카 엑스포 현장 방문을 계기로 일본 농림수산성과 예방할 기회가 주어졌는데 그 자리에서 쌀 검역 문제가 논의됐다"며 "한국 정부는 일본 여행객이 애써 한국 쌀을 구매한 뒤 일본으로 돌아가 폐기하는 일이 없도록 제도 홍보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전했다. plum@newspim.com 2025-07-0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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