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취임 후 매년 노조와 갈등 지속
신차 출시 속 지난해 트레일블레이저 선전
올해 6종 신차 출시...노사 갈등 해소는 '숙제'
[서울=뉴스핌] 정승원 기자 = 여름은 카허 카젬(Kaher Kazem) 한국지엠(GM) 사장의 고민이 깊어지는 계절이다. 한국지엠 노동조합과 임금단체협약(임단협)을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지엠 임단협은 7월에 시작해 12월에야 마무리됐다.
26차례가 넘는 교섭이 진행됐지만 노사 양측은 뜻을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특근 거부와 부분 파업에 돌입했고 사측 역시 강경 대응하며 철수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적인 팬데믹 상황이었지만 그야말로 하투(夏鬪)의 시기를 보낸 셈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 노사는 지난 27일 임단협 상견례 및 1차 교섭 자리를 가졌다. 노조는 ▲월 기본급 9만9000원 인상 ▲통상임금의 150% 성과급 ▲격려금 400만원 ▲미래발전전망 특별 요구안 ▲21년 단체교섭 특별 요구안 등을 제시했다. 사측은 반도체 수급난을 고려한 협의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카허 카젬(Kaher Kazem) 한국지엠 사장이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자동차회관에서 열린 제18회 자동차의날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2021.05.12 dlsgur9757@newspim.com |
◆ 취임 후 계속되는 노사 갈등...경영 정상화 숙제 요원
카젬 사장은 지난 2017년 9월 한국지엠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됐다. GM인도 사장을 맡고 있던 카젬은 제임스 김 전 사장의 임기가 끝나며 공석이 된 한국지엠 사장 및 이사회 의장 자리에 올랐다. 당시 카젬 사장의 취임 일성은 "회사의 수익성을 개선해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것이었다. 당시 한국지엠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카젬 사장은 취임 이후 계속된 노사 갈등을 해결하는 데 어려움을 보였다.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목표로 하며 경영정상화를 외쳤지만 노조와 타협점을 좀처럼 찾지 못했다. 2017년 취임 당시에는 해를 넘겨 임단협 타협안을 마련했으며 2018년에는 군산공장 폐쇄 결정으로 또 다시 철수설이 제기됐다. 2019년 임단협 역시 해를 넘긴 2020년에야 타결됐으며 2020년 역시 12월이 다 돼서야 임단협 타협에 이르렀다.
취임한 2017년 이후 매년 노사 갈등이 이어지면서 당초 목표로 내세웠던 경영 정상화가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지엠의 최근 7년간 누적적자는 3조4000억원이며 총 손실은 5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카젬 사장 본인도 노동자 불법파견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카젬 사장은 지난해 7월 불법파견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카젬 사장도 노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경쟁력 확보를 어렵고 이는 투자 유치의 어려움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카젬 사장은 지난 1월 열린 산업발전포럼에서 "한국에서 겪는 일관되고 지속적인 쟁의행위에 대한 패턴은 투자를 어렵게 한다. 노동조합 간부들의 짧은 임기로 인해 노사관계에 필요한 안정성도 제공받지 못한다"며 "안정성과 확실성을 위한 장기적 노사 합의 및 노조 집행부의 임기 확보, 계약직 근로자의 자유로운 활용과 고용형태의 유연성 제고, 자동차 규제에 있어 국제기준과의 조화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사진=한국지엠> |
◆ 올해 신차 6종 출시 계획...반전의 기회 되나
카젬 사장은 지난 2018년 "향후 5년 간 신차 15종을 내놓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 2018년에는 더뉴 스파크에 이어 중형SUV 이쿼녹스, 더뉴 카마로SS 등을 출시했고 2019년에는 픽업트럭 콜로라도와 대형SUV 트래버스를 내놨다. 특히 콜로라도와 트래버스 출시는 해외에서 인기 있는 픽업트럭, SUV를 국내에 들여왔다는 데서 카젬 사장의 의지를 엿볼 수 있게 했다.
2020년에는 소형SUV 트레일블레이저를 선보였다. 트레일블레이저는 높은 상품성과 탄탄한 주행성능, 다양한 편의기능에 합리적인 가격을 선보이며 판매 부진에 빠진 소형SUV 시장에서도 선전했다. 올해 1~4월까지 소형SUV 판매량은 전년 대비 31.8% 감소했는 데 트레일블레이저는 19.3% 증가한 것이다. 판매대수로도 6624대로 소형SUV 시장에서 판매량 2위를 기록했다. 트레일블레이저는 수출 부문에서도 뷰익과 함께 13만대 이상 수출되는 성과를 냈고 미국에서도 소형SUV 중 판매량 2위를 기록했다.
트레일블레이저는 결국 우수한 상품성의 자동차가 소비자들의 구매로 이어진다는 것을 확인한 대표 사례다. 이에 카젬 사장은 올해도 다양한 6종의 신차를 출시하며 한국지엠 경영정상화의 원년으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새롭게 출시될 6종의 차 중에는 볼트EV 부분변경 모델을 포함한 전기차도 2종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오는 2023년에는 창원공장에서 신형 CUV를 생산할 수 있도록 재정비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올해도 여지없이 노사 갈등이 반복됐다면 트레일블레이저로 이뤄낸 성과는 말짱 도루묵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경영 정상화'를 외치고 있는 카젬 사장에게 이번 임단협도 어려움이 예상되는 이유다. 카젬 사장은 올해 1월 창원 사업장, 지난달 GM의 자동변속기를 생산하는 보령공장을 방문했다. 경영정상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라는 게 한국지엠 측 설명이다.
카젬 사장은 "2018년 확정한 경영정상화 계획을 차질 없이 시행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올해가 한국지엠 경영 정상화 원년이 될지 아니면 예년과 같은 노사 갈등이 반복될지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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