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수술을 하지 않고 뇌척수액만 채취해 난치성 뇌전증을 진단할 수 있게 됐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이정호 의과학대학원 교수 연구팀이 스테파니 볼락 프랑스 파리 소르본 대학교 뇌연구센터 교수 연구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다양한 난치성 뇌전증 환자의 뇌 특이적 체성 돌연변이 유전자를 뇌척수액에서 검출했다고 26일 밝혔다.

디지털 중합효소연쇄반응을 통해 세 환자의 뇌척수액에서 발견된 병인 돌연변이 [자료=한국과학기술원] 2021.05.26 biggerthanseoul@newspim.com

난치성 뇌전증은 뇌 신경세포에만 국소 특이적으로 생긴 체성 돌연변이에 의해 일어난다. 최근 혈장과 같은 체액에 세포가 괴사해 생기는 세포 유리 DNA를 활용해 비침습적 진단과 예후를 밝히려는 연구가 활발하다.

그러나 돌연변이를 포함한 세포 유리 DNA는 혈장에서 검출되지 않는다. 이렇다보니 난치성 뇌전증의 원인 유전자를 찾기 위해서는 뇌수술로 병변 부위를 도려내어 병인 돌연변이를 알아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뇌척수액을 통한 세포 유리 DNA 검출 시도는 아예 없었다.

연구팀은 난치성 뇌전증 환자의 뇌척수액에 존재하는 미량의 세포 유리 DNA에도 병인 돌연변이가 존재할 가능성을 주목했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난치성 뇌전증 환자 12명의 뇌척수액에서 극미량으로 존재하는 세포 유리 DNA를 정제하고 증폭해 병변 부위에서 이미 검출한 돌연변이가 존재하는지 디지털 중합효소연쇄반응으로 분석해 진행했다. 그 결과 3명의 난치성 뇌전증 환자에서 평균 0.57%로 존재하는 병인 유발 돌연변이 유전자를 검출할 수 있었다.

이번 연구로 악성 뇌종양이 아닌 난치성 뇌전증 환자의 뇌척수액에서 병인 유발 돌연변이를 검출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 수술 없이 척추 주사를 통해 최소 침습적인 방식으로 병인 돌연변이를 진단할 수 있는 틀도 마련됐다. 진단뿐만 아니라 같은 방식을 통해 치료 후 환자의 예후를 살피는 데도 유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논문의 주저자인 김세연 석박사통합과정 학생은 "난치성 뇌전증의 원인 유전자 검출은 수술을 통해 조직을 얻어야만 가능했다"면서 "그러나 뇌척수액만을 채취해 돌연변이를 검출할 수 있고, 이 검출법이 새로운 진단법으로 활용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세연 과기원 의과학대학원 학생이 제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정신의학 분야 국제 학술지 '신경학회보(Annals of Neurology)'에 지난달 4일 자 온라인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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