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코스피 상장... 시초가 '2배' 됐지만 26% 하락 마감
소재기업 평가 요소 다양..."자본력, 원가구조 등이 기준"
[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공모 청약 당시 최대 증거금 기록을 세웠던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가 세간의 기대와 달리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증시 상장 직후 '따상(공모가 2배로 시초가 형성 후 상한가)' 여부에 이목이 집중됐지만 SKIET는 장 초반부터 시초가 대비 크게 급락하며 기대치를 벗어났다.
SKIET가 다른 공모주 대어들과 달리 상장 첫날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면서 향후 주가 흐름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현재 2차전지 소재 기업들의 주식가치가 천차만별인 만큼 SKIET의 주가에 더해질 프리미엄도 현재로선 예측이 쉽지 않다. 이에 증권가에서 분석한 2차전지 소재 업체의 프리미엄 부여 요소와 SKIET의 투자 포인트를 살펴 봤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노재석 SK아이이테크놀로지 대표이사가 11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코스피 상장식'에 참석해 상장을 알리는 타북을 하고 있다. 2021.05.11 kilroy023@newspim.com |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SKIET는 시초가 대비 26.43% 하락한 15만4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 시작 직전 동시호가로 결정되는 시초가는 공모가(10만5000원) 대비 200% 오른 21만 원에 형성됐지만, 거래 시작 12분 만에 20%대까지 급락했다.
SKIET는 올해 상반기 크게 주목받은 기업공개(IPO) 대어다. 지난달 말 진행된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 청약에서는 80조9017억 원이라는 증거금을 모으며 올해 초 SK바이오사이언스가 세운 역대 최대 기록(63조5198억 원)을 갈아치웠다. 앞서 진행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도 1883대1이라는 국내 증시 사상 최대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같은 열풍은 SKIET가 '따상'을 기대해볼 수 있는 공모주 대어인데다, 2차전지 관련주로 성장 가능성이 큰 기업이라는 점에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초 높은 공모가에 대한 부담이 있던 상황에서 전날 뉴욕 증시에서 테슬라 등 기술주가 큰 폭으로 빠지면서 상장 당일 투자심리가 악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SKIET의 경우 공모 과정에서 희망밴드 최상단으로 공모가를 확정하며 예상 시가총액이 7.5조 원에 달했다. KTB투자증권에 따르면 이는 올해 잠정 상각전영업이익(EV/EBITDA)의 23.4배 수준으로, 2차 전지 소재기업 평균(26.1배)과 비교하면 할인된 수준이다. 다만 프리 IPO(상장 전 투자유치) 때보다 3배나 높게 몸값을 끌어올리며 향후 주가 상승 부담을 키웠다는 뒷말이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SKIET의 주가 향방을 두고도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먼저 2차전지 소재기업의 주식가치 평가가 천차만별이라는 점에서, 향후 SKIET도 어떤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을 인정받느냐에 따라 주가 흐름이 갈릴 전망이다.
김현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차전지 소재 업체들의 주가수익비율(PER)이 40배~120배까지 넓게 분포해 있는 상황"이라며 "SKIET의 적정 가치는 다른 업체 대비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을 부여받을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2차전지 소재 기업의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을 만드는 요인은 크게 △자본력 △설비투자비(CAEPX) △원가 구조 이다. 2차전지 시장처럼 수요 성장이 담보된 시장에선 발 빠른 증설 대응이 필요하고, 자본력이 중요한 멀티플 평가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 연구원은 "여러 조건을 고려했을 때 SKIET가 창신신소재 대비 밸류에이션 디스카운트를 받을 이유는 없다"며 "향후 모회사 자본력이 만들어내는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창신신소재는 전세계 1위 분리막 생산업체인 중국 은첩고분의 모회사이다.
또 원자재 가격 변동성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변동비보다는 고정비 비중이 높을수록 2차전지 소재 산업 중에서도 높은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다. 현재 SKIET가 생산하는 분리막의 경우 소재 산업 중에서 음극재 다음으로 고정비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범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SKIET의 투자포인트 중 하나로 '다른 소재업체 대비 뛰어난 수익성'을 꼽으며 "티어1 습식 분리막 업체의 평균 영업이익률(OPM)은 18.9%로 2차전지 소재 업체 평균 OPM인 9.3% 대비 높다"며 "그 이유는 높은 고정비 비중 때문이다. 고정비가 높은 원가구조 아래에서 라인당 생산성 향상을 통한 수익성 레버리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노재석(오른쪽 다섯 번째) SK아이이테크놀로지 대표이사를 비롯한 주요 내빈들이 11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SK아이테크놀로지(SKIET) 코스피 상장식'에 참석해 매매개시 확인을 마친 뒤 사진촬영 하고 있다. 왼쪽부터 송영훈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보, 안상환 한국IR협의회 회장, 이천기 크레디트스위스증권 한국총괄대표, 박태진 JP모건증권 서울대표, 임재준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노재석 SK아이이테크놀로지 대표이사,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대표이사,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이기헌 상장회사협의회 부회장. 2021.05.11 kilroy023@newspim.com |
반면 SKIET의 최대 리스크는 전고체 배터리의 상용화 시점이다. 전고체 배터리에는 분리막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되는 시점은 2027년 이후이며, 상용화가 되더라도 높은 가격 탓에 상당 기간 리튬전지와 공존할 것으로 전망된다. SKIET 역시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에 대비해 전고체전지용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전고체 전지가 도입되면 분리막 시장에 변화가 불가피하다"며 분리막 시장 성장률과 영업이익률을 고려해 2027년 이후 SKIET의 적정 주가 범위를 4만~7만 원까지 낮춰보기도 했다.
다만 황 연구원은 "주식 과매수/과매도 과정을 거친 후 상장일로부터 3~6개월부터 주가는 적정가치에 점차 수렴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투자의견과 적정주가는 이 시점부터 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재까지 SKIET의 목표주가를 제시한 증권사는 두 곳이다. 메리츠증권과 하나금융투자는 SKIET의 상장을 앞두고 목표주가를 각각 18만 원, 14만8000원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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