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신기술 안전 문제에도 대비해야
[서울=뉴스핌] 조정한 기자 = 얼마 전 인터넷에서 재미있는 설문조사를 봤다. '전기차를 사면 가장 먼저 해보고 싶은 게 무엇인가'라는 질문이었다. 기껏해야 여행, 차박 등이 언급됐을 거라 생각했지만 나온 의견은 전혀 달랐다.
가장 많이 언급된 문장은 "인덕션을 뒷자리에 챙겨야죠"였다. 또 "전자레인지는 무조건입니다" 여기에 "커피머신이 빠지면 아쉽다"고도 했다.
한 차주는 "아내가 헤어 드라이기를 사용한다고 해서 조용히 뺐다"며 "머리카락 관리는 힘들 것 같다"는 농담도 적었다. 맞장구를 친 또 다른 차주는 "패션 사업을 하는 데 이동 중 스팀다리미와 고데기는 필수였다"고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들여다보니 현대자동차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 예비 차주들이 신기술 V2L(Vehicle to Load)에 설레는 목소리였다.
V2L은 전기차에 탑재된 고전압 대형 배터리의 전력을 외부로 끌어다 쓰는 기능인데, 일명 '돼지코' 모양의 파워아웃렛이 차량 외부에 기본으로 1개 설치되고, 2열 시트 아랫부분에 선택 사양으로 추가할 수 있다.
V2L 최고 출력은 3.5kw(킬로와트)로 일반 가정에서 쓰는 최대 출력 한도인 2~4kw와 유사하다. 그 말은 전기차를 마치 집처럼, 여행가선 펜션처럼, 이동 중엔 사무실처럼 충분히 이용할 수 있다는 소리다.
자동차 신기술은 그동안 우리를 더욱 자유롭고 즐겁게 해줬다.
내비게이션은 갓길에 주차해 지도를 펼치는 대신, 빠르고 고민 없는 여행길을 선사했다. 블루투스 통화 기능은 안전한 주행과 바쁜 업무를 병행할 수 있도록 했다. 스마트폰을 연결해 사이사이 음악을 듣거나 미러링 기능을 활용해 업무를 보기도 했다.
하지만 자유엔 책임도 따른다. 앞서 V2L 기능에 설렛던 차주들의 바람이 모두 이뤄질 수 있다고 묻는다면 정답은 'NO'다.
현대차의 V2L 매뉴얼에 따르면 "차량 실내에서 화재, 부상의 위험이 있는 전열 전기 제품(전기 주전자, 토스트기, 다리미 등)은 사용하지 말라"고 돼 있다. 집같이 편안한 차 안이지만 마음 놓고 이 같은 제품을 사용하다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이용자 주의는 물론이나 향후 각종 안전 및 책임 문제도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우선 V2L 사용에 따른 배터리 보증 문제, 예기치 못한 전기 및 화재 사고에 대한 기업과 사고 당사자 간 책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신기술에 따른 기분 좋은 설렘을 계속 즐기기 위해선 결국 기업과 차주 모두 책임감 있는 자세가 필수적일 것이다. 무엇보다 신기술을 선보일 때만큼 이용자들이 안전하고 적합하게 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기업이 적극 힘 써야 한다.
giveit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