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서 통해 촉감·질감·소리까지 97% 동시전달 가능
세계적 압전소재 개발로 소·부·장 국산화에 한 몫
[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패드 위에 손을 올려놓으면 멀리서비대면 시대에 멀리서도 사물을 만지는 듯한 느낌이 들 수 있도록 해주는 기술이 개발됐다. 이 기술을 활용하게되면, 당장 자동차 디스플레이에서 작동 여부를 촉감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전장 산업에 유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가상·증강현실의 몰입감을 극대화하고 원거리에서도 촉감으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압전소재를 개발, 센서와 액추에이터를 통해 차세대 텔레햅틱(tele-haptic) 기술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헵틱은 촉각으로 사용자와 교감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 기술이며 텔레햅틱은 원격, 가상 환경에서 현실같은 생생한 촉감을 느낄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착용형, 피부 부착형, 신경 햅틱 인터페이스를 통한 텔레-햅틱 모식도 [자료=한국전자통신연구원] 2021.04.22 biggerthanseoul@newspim.com |
텔레햅틱 기술을 사용하면, 최대 15m 원격에서도 금속, 플라스틱, 고무에 대한 촉질감을 느낄 수가 있다. 재질특성을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긁었을 때 상대방이 금방 재질이 단단한지, 거친지, 부드러운지 느낄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원격에서 사물의 촉질감을 느끼려면 센서, 액추에이터, 통신, 구동 드라이버가 필요하다. 연구진은 실험실 수준에서 블루투스 통신을 사용했고 획득 및 재현된 신호가 약 97% 일치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데이터 신호의 전달과정에서 지연이 거의 없어 실시간으로 감각을 느낄 수 있다.
촉감까지 주고받는 촉각 커뮤니케이션을 구현, 센서가 촉각 정보를 수집하고 액추에이터는 수집된 정보를 동일한 감각으로 복제·재현해낸다.
이번 연구를 통해 연구진이 만들어낸 압전센서는 소·부·장 극복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사용 중인 세라믹, 폴리머 압전소재 대비 유연성을 확보하면서도 세계적 수준의 압전 성능을 확보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10년 넘게 개발해온 센서·액추에이터 관련 원천기술의 덕택으로 이번 성과가 나올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압전 액추에이터에는 기존 단순 적층 세라믹 구조를 뛰어넘는 높은 출력과 변위 특성을 확보할 수 있는 멀티몰프 구조를 적용해 최대 11배의 변위 차이를 냈다. 압전 액추에이터의 빠른 응답성과 높은 출력, 변위 특성은 촉감을 생생하게 재현하도록 만드는 최대 요소로 평가된다.
촉질감 패턴 획득 및 액추에이터 재현 실험 [자료=한국전자통신연구원] 2021.04.22 biggerthanseoul@newspim.com |
연구진은 또 약 30마이크로미터(㎛) 두께의 압전복합체 센서를 유연 기판 위에 인쇄 형성해 최대 13채널(분할)까지 패터닝(재료를 원하는 모양으로 만드는 성형가공 개념)한 압전센서를 제작했다. 최소 1mm 사이즈의 다양한 압전 액추에이터를 어레이로 제작해 센서에서 수집된 촉질감 데이터를 그대로 재현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향후 노트북이나 태블릿에 적용할 수 있도록 대면적화하기에도 용이하다.
패터닝된 압전 센서·액추에이터를 통해 두드리거나 누르는 위치 뿐 아니라 표면의 거칠기, 마찰 등의 질감 정보도 제대로 전달할 수 있다. 압전 액추에이터의 진동은 손을 올려놓으면 고스란히 느껴지며 위에 올려놓은 너트가 튕겨 나갈 정도로 강력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기술은 원격으로 촉감은 물론 질감, 소리까지 전달할 수 있다. 연구진은'ETRI'라는 글자를 모스 부호로 전달해 원격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시연도 성공했다.
압전소재 특성상 저전력으로도 사람이 인지하지 못할 만큼 빠르게 반응하며 구부리거나 누르면 전하가 발생해 전원이 없어도 100 볼트 이상의 순간전압을 생산할 수 있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촉감의 원리를 마찰에서 발생하는 진동으로 일원화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진동은 주파수와 진동으로 분류되는데, 이 특성을 통해 촉감 정보를 수집하고 그대로 시연하는 데서 촉감 진동이 전달되는 것이다.
당장 유용한 산업으로는 자동차 전장산업이 꼽힌다. 연구진은 앞으로 자동차 내부 전장이 상당부분 디스플레이로 바뀌다보니 실제 버튼 기능을 선택한 것인지 여부 등을 쉽게 알릴 뿐더러 고급스러운 기능을 통해 자동차의 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혜진 지능형센서여구실장은 "가상·증강현실용 텔레햅틱 기술은 매장을 방문하지 않고도 제품의 질감을 느낄 수 있다"며 "향후 자동차나 장애인의 재활, 메타버스 등에 활용될 수 있도록 기술고도화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biggerthanseou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