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편의점만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는 기본권 침해"
[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장애인 단체들이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장애인등편의법)과 그 시행령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바닥면적 300~1000㎡(90~302평) 편의점 등만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대상으로 규정하는 조항이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4개 장애인 단체는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행 장애인등편의법이 명백하게 장애인의 헌법상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법률임을 판단받기 위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법원에 신청했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전국장애인차별연대 등 '생활편의시설 장애인 접근 및 이용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1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장애인등편의법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11.11 yooksa@newspim.com |
장애인등편의법은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해야 하는 대상을 ▲공원 ▲공공건물 및 공중이용시설 ▲공동주택 ▲통신시설 등으로 규정하면서도 범위에 대해서는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다. 시행령은 슈퍼마켓·일용품 등 소매점으로서 용도에 쓰이는 바닥면적 합계가 300~1000㎡인 제1종 근린생활시설만을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장애인들은 구체적인 기준 없이 하위법령에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범위를 위임한 것은 헌법상 포괄위임 금지 원칙에 위배되며, 300㎡ 미만 시설에는 장애인 편의시설이 설치되지 않아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에서 불합리한 차별이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송에 참여한 나동환 변호사는 "장애인등편의법 및 시행령의 규정이 위법·위헌적이라고 다툼으로써 장애인등을 위한 편의시설 설치의무를 부과하는 판결이 내려지도록 할 것"이라며 "20년이 넘은 낡은 법은 이름이 무색하게 장애인 등의 공중이용시설 접근권을 배제하는 데 기여해왔다"고 했다.
장애인 단체들은 "한 건물에 몇 개씩이나 있는 편의점 중 장애인이 들어갈 수 있는 편의점은 겨우 1.8%"라며 "현행 법률이 오히려 장애인의 권리를 고민하기보다는 편의시설 설치의 의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법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이 장애인의 출입 가능한 권리를 지켜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합법적으로 장애인이 출입할 수 있는 출입금지 구역을 늘려가고 있다"며 "장애인은 편의점이라는 생활편의 공간에서조차 물건 하나도 살수 없는 투명인간 취급을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앞서 김모 씨 등 장애인 4명은 지난 2018년 4월 커피 체인점 투썸플레이스, 편의점 'GS25' 운영사인 지에스리테일, 유통회사 호텔신라 등을 상대로 차별구제청구 소송을 제기하고 매장에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를 요구했다.
재판을 담당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한성수 부장판사)는 강제조정 절차에 들어갔다. 투썸플레이스와 호텔신라는 여기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지만, 지에스리테일은 300㎡ 미만 매장에 대해서는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의무가 없다는 조항을 근거로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
hak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