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코드·아라미드 '없어서 못 팔아'...패션 부분은 '부진'
썩는 플라스틱·접는 필름 등 고부가 소재로 신성장 '박차'
미래 먹거리 '수소차' 낙점...연료전지용 PEM·MEA·모듈까지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코오롱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사업 영토 확장의 광폭 행보를 보이면서 업계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인 타이어코드(타이어보강재)와 아라미드 섬유 판매는 '없어서 못 판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이고, 폴더블 폰의 소재인 투명 PI 필름에 이어 수소차 연료전지의 핵심 소재인 수분제어장치·고분자 전해질(PEM) 등으로 사업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 타이어코드+아라미드 = 미래차 소재로 '주목'
9일 업계에 따르면 타이어코드 시장은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전방산업인 자동차 판매 부진에 주춤했지만 올해부터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타이어코드는 고강도섬유가 직물형태로 타이어 속에 들어가 뼈대 역할을 하는 섬유보강재로 자동차의 안전과 성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 소재다.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코오롱인더 베트남 타이어코드 공장 전경 [사진=코오롱인더스트리] 2021.01.12 yunyun@newspim.com |
이런 가운데 코오롱인더의 타이어코드는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 자동차 보급 확대로 재주목을 받고 있다. 코오롱인더가 타이어코드에 철보다 인장 강도가 5배 이상 강한 섬유인 아라미드를 적용하는 기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수소차는 무거운 배터리 때문에 기존 내연기관차 보다 무게가 20~30% 더 나간다"면서 "타이어의 내구성 강화를 위해 강성을 높여야 해 아라미드 소재를 적용한 타이어코드가 시장 점유율을 늘려나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오롱인더는 수요 증가 기대에 맞춰 최근 베트남 빈증성 공장에 내년 9월 완공을 목표로 연산 1만9200톤 규모의 폴리에스터 타이어코드 공장 증설을 발표했다. 증설이 완료되면 생산능력은 총 10만3200톤이 된다. 현재 코오롱인더의 글로벌 타이어코드 시장 점유율은 20%대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코오롱인더 관계자는 "1973년 타이어코드 사업을 시작해 미쉐린, 굿이어, 브릿지스톤 등 글로벌 메이저 타이어 회사들과 거래하고 있다"며 "이번 증설도 해당 업체들에 공급을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아라미드 섬유는 본래의 사용처인 광케이블, 방탄복 소재 등으로도 활발하게 팔리고 있다. 아라미드는 동일한 두께와 무게의 철보다 5배 강하고 고온에서 녹지 않는 특성으로 '슈퍼섬유'라고 불린다.
특히 최근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에 따라 광케이블 등 고부가 IT 인프라용 시장 확대로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아라미드 섬유의 코오롱인더 자체 브랜드인 '헤라크톤'은 현재 국내 생산량 1위, 세계 3위를 차지하고 있다.
◆ 폴더블 기술 선도...접히는 노트북에 세계 최초 탑재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세계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폴더블(접히는) 노트북에 코오롱인더가 양산한 투명 PI 필름이 탑재된 것이다.
투명 PI 필름은 유리처럼 투명하고 수십만 번 접어도 흠집이 나지 않아 폴더블 디스플레이의 커버윈도우로 사용되는 핵심 소재로 코오롱인더스트리는 2019년 세계 최초로 투명 PI필름 양산에 성공해 'CPI 필름'으로 브랜드명을 지었다.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코오롱인더스트리의 CPI필름이 적용된 레노버 X1폴드 노트북 [사진 = 코오롱인더스트리] 2021.04.05 yunyun@newspim.com |
그동안 폴더블폰에 주로 적용돼 왔지만 코오롱인더의 CIP필름이 최근 레노보가 출시한 싱크패드 X1 폴드에 탑재되며 새로운 다. X1 폴드는 13.3인치의 화면을 쉽게 접고 펼 수 있는 노트북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아직까지 투명 PI 필름 시장이 확대되지 않아 수익성 부분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코오롱인더 관계자는 이에 대해 "최근 판매가 급증한 아라미드 섬유도 기술개발은 10년 전에 한 것"이라며 "향후 시자이 폴더블 필름으로 갈 것이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사업인 석유화학 분야에서도 신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올해 3분기 SK종합화학과 '잘 썩는' 친환경 생분해 플라스틱(PBAT)을 출시할 예정이다.
PBAT는 자연에서 산소, 열, 빛과 효소 반응에 의해 빠르게 분해되는 친환경 플라스틱 제품으로 매립시 6개월 이내 자연분해 된다고 코오롱인더는 설명했다. 재활용이 어려운 농업용 비닐, 일회용 봉투, 어망 등의 플라스틱과 오염물질이 묻어 재활용 할 수 없는 폐플라스틱을 대체할 계획이다.
코오롱인더가 PBAT제품을 생산하고 SK종합화학이 제품 원료 공급, 패키징 기술을 적용하기로 했다.
◆ 현대차 넥쏘에 수소연료전지 핵심 소재 납품
미래산업으로 주목받는 수소경제 선점에도 적극 나선다. 수소차용 수소연료전지 소재인 수분제어장치, 고분자 전해질(PEM), 막전극 접합체(MEA) 등을 양산하고 있다.
특히 수분제어장치는 수소연료전지에 수분을 공급해 공기의 습도를 유지하고 연료전지의 효율을 높여주는 주요 부품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가 2013년 세계 최초로 개발, 양산해 현대자동차의 수소차인 넥쏘에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말 PEM 양산 체제도 갖췄다. PEM은 전극 사이의 수소 이온을 전달하고 수소와 공기의 직접 혼합을 방지하는 '분리막'이다. MEA는 PEM과 양극·음극촉매, 가스확산층 등 연료전지에서 전기를 발생시키는 구조를 통틀어 부른다. MEA 수소연료전지 원가의 절반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핵심 부품이다. 업계에 따르면 수소차 생산이 본격화하는 2025년 전세계 연료전지 시장에서 MEA가 3조원 이상, PEM이 1조원 이상 규모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오롱인더 관계자는 "대기업 가운데 PEM과 MEA 양산을 대규모로 갖춘 기업은 코오롱인더 밖에 없다"면서 "향후 모듈 생산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코오롱인더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코로나19 여파로 전방산업이 주춤하며 전년 대비 11.8%감소한 1524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는 어닝 서프라이즈가 기대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이 회사의 영업이익은 2162억원 수준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2016년 이후 최대치다.
yuny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