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휴대폰 제조사 3위로 회사 실적 이끌었지만
스마트폰 위주 시장에 진출 늦어...26년만 사업철수
'윙' '모듈폰' 등 혁신 대신 무난했다면 부활했을까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26년간 이어져온 LG전자의 휴대폰 사업이 역사속으로 사라진다.
LG전자는 5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MC(모바일 커뮤니케이션)사업본부를 완전 철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LG전자 휴대폰 사업의 자산과 노하우는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사업을 준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키로 했다.
◆'초콜릿폰' '프라다폰'…한때 회사 실적 이끌던 '효자'였지만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LG전자의 '프라다폰' 2021.04.05 nanana@newspim.com |
LG전자는 1995년 MC사업본부의 전신인 LG정보통신이 '화통(話通)'이라는 이름의 CDMA를 선보이면서 휴대폰 사업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크게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던 LG전자의 휴대폰 사업은 제품형태와 부가기능이 강조되던 휴대폰 시장에서 감성적인 디자인으로 소비자를 설득하는 데 성공, 10년만에 '초콜릿폰'으로 텐밀리언셀러 휴대폰 제조사가 됐다.
이후 메탈 소재 디자인이 눈에 띄는 '샤인폰', 명품 브랜드 프라다와 콜라보레이션한 '프라다폰' 등을 선보이며 LG전자의 전사 실적 개선을 이끄는 효자 노릇을 했다.
LG전자의 끝을 모르던 성공이 주춤하기 시작한 것은 '스마트폰' 개념을 처음 만든 애플의 '아이폰'이 등장하고 휴대폰 시장이 빠르게 스마트폰 중심으로 재편되면서부터다. 2007년 아이폰 1세대가 등장한 이후, 경쟁사인 삼성전자는 빠르게 관련 시장에 진출했지만, LG전자는 2010년에서야 안드로이드 기반의 옵티머스를 출시했다. 운영체제(OS)로 현재 애플의 iOS와 양강을 이루는 안드로이드 대신 마이크로소프트를 선택한 것도 패착이 됐다.
◆혁신제품으로 '한방' 노렸지만…부활 실패로 사업 철수
휴대폰 사업이 기울기 시작하면서 리더십 교체도 잦았다. LG전자의 MC사업본부는 휴대폰 사업이 적자를 내기 시작하던 2015년 이후 수장만 세 차례 교체됐다. 한때 글로벌 3위 휴대폰 제조사로서 1억2000만대에 가까운 휴대폰을 판매했던 LG전자의 글로벌 시장점유율도 급락했다.
결국 LG전자는 '자존심'처럼 지켰던 국내 휴대폰 생산시설을 베트남으로 이전하고 ODM을 확대하는 등 적자폭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도입했지만 뒤늦은 결정이 됐다. 결과적으로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LG전자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지난 2019년부터 1%대로 떨어져 반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연모 부사장이 MC사업본부장을 맡으며 휴대폰 사업도 적자 폭을 줄여가기 시작했지만 이미 애플, 삼성의 양강구도가 고착화된 스마트폰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는 것보다 핵심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낫다고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한방을 노리고 모듈형 스마트폰, 듀얼스크린, T자형 보조 디스플레이가 달린 '윙' 등을 잇따라 선보였지만 기본기 없는 도전이 오히려 '독'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LG로서 나름 여러 가지 방안을 썼다고 생각하지만 듀얼스크린이나 윙과 같이 리스크가 높은 플래그십 스마트폰 전략보다는 크게 실험적이지 않은 단일한 가성비 제품을 개발했다면 어땠을 지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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