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상태 불안하다"는 직장인 44%...비정규직 집중
실직·비자발적 휴직 경험, 소득감소로 이어져
"노동자들에게 재난실업수당 지급해야"
[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직장인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고용불안, 이직 고민 등으로 우울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는 비자발적 휴직과 실직을 경험하면서 소득이 감소했다. 특히 비정규직·서비스직·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이런 부작용이 집중적으로 나타나면서 재난실업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9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재단법인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와 직장생활 변화'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고용상태가 불안하다는 응답은 43.9%였다.
특히 비정규직 중 고용불안을 느끼고 있다는 답변은 63.8%로 정규직 중 같은 답변을 한 비율보다 2배 이상 많았다. 노조원과 비노조원, 사무직과 생산·서비스직, 고임금노동자와 저임금노동자 사이의 고용불안 격차도 나타났다.
현재 고용상태가 불안하다고 응답한 439명 중 42.8%는 불안감으로 이직·퇴사를 고민하게 됐다고 했고, 33.7%는 업무 의욕이 떨어졌다고 했다.
직장인 10명 중 6명은 이직을 고민하고 있었다. 이직을 생각했다는 비정규직은 65.8%로 정규직 비율(53.8%)보다 높게 나타났다. 저임금노동자는 66.8%로 고임금노동자 45.4%보다 20%포인트 이상 많았다.
이직을 고민하고 있다고 답한 586명에게 그 이유를 물어본 결과 '급여가 적어서'라는 응답은 50.2%로 가장 많았다. 그밖에 전망이 없어서는 25.4%, 고용이 불안정해서는 23%로 집계됐다.
코로나19로 인한 불안감 정도에 대해 '심각하다'는 답변은 26.2%로 나타났다. 비정규직과 생산·서비스직, 저임금 노동자들이 정규직, 사무직, 고임금 노동자들보다 더 많은 불안감과 우울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설문조사 참여자 중 18.6%는 지난해 1월 이후 실직 경험이 있다고 했다. 정규직 7.2%는 실직을 경험한 반면 비정규직 실직 경험은 35.8%에 달했다. 저임금노동자 실직 경험은 40.5%로 고임금노동자 3.8%에 비해 10배 이상 많았다.
지난해 1월 이후 비자발적 휴직을 경험한 비율은 21.3%였고, 이중 휴업수당을 받지 못했다는 대답은 59.2%에 달했다. 특성별로는 비정규직 71.8%, 비노조원 68%, 서비스직 70.7%, 5인 미만 67.8%, 저임금 82%였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소득 감소도 비정규직·서비스직·5인 미만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났다. 2020년 1월과 비교해 올해 소득이 줄었다는 응답은 34.8%였는데 비정규직은 정규직보다 3배, 서비스직은 사무직보다 2.8배, 5인 미만은 공공기관보다 2.6배 많았다.
직장갑질119 대표 권두섭 변호사는 "정부는 지금이라도 고용보험제도 밖에 있는 실직, 소득감소를 겪은 모든 노동자와 취업자들에게 '재난실업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며 "재난실업수당의 50%는 현금으로, 나머지 50%는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어려움을 겪는 골목상권의 소상공인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hak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