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엄중 상황 고려...대규모 유세 대신 방역 활동
군자 차량 기지 찾아..."서울 다시 뛰는 계기 될 선거"
[서울=뉴스핌] 이지율 기자 =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첫날 드레스코드로 하얀색 방역복을 택했다.
선거에 뛰어든 후보들은 통상 당을 상징하는 점퍼를 입고 유세에 나선다. 정치인에게 옷은 대중을 향한 연설과도 같기 때문이다.
[서울=뉴스핌] 국회사진취재단 =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4·7 재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 시작일인 25일 새벽 서울 성동구 서울메트로 군자 차량기지를 방문해 차량 방역을 하고 있다. 2020.03.25 photo@newspim.com |
오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이 허용되는 25일 오전 0시 하얀색 목폴라티에 활동성 높은 검정 캐쥬얼 자켓과 바지를 입고 나타났다.
첫 선거 일정으로 성동구 서울 메트로 군자 차량 기지를 찾은 오 후보는 직접 방역복을 입고 열차 안팎을 소독했다.
코로나19로 엄중한 사회 상황을 반영해 자정 일정 진행 여부도 고민했던 오 후보는 코로나 방역을 서울 최대 현안이라고 판단, 대규모 유세 대신 현장 행보에 나섰다.
일정은 조용히 진행됐다. 현장엔 통상 대동하는 캠프 인사들이나 지지자 없이 기지 직원들과 취재진을 포함한 20여명만이 소규모로 운집해있었다.
차분한 분위기로 현장에 도착한 오 후보는 방역 작업에 앞서 군자차량사업소 관계자들에게 기지 일반 현황을 소개 받으면서도 시종일관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못 했다.
정치인들이 방문할 때마다 관례처럼 진행되는 사업소 설명을 듣던 오 후보는 "이건 아닌 것 같다"며 "간단하게 설명을 듣고 현장으로 이동하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국회사진취재단 =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25일 새벽 서울 성북구 군자차량사업소를 찾아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전동차 방역을 하고 있다. 2020.03.25 photo@newspim.com |
10분으로 예정됐던 관계자 설명을 2분으로 단축하고 방역 작업에 나선 오 후보는 안전장비와 방역복을 갖춰 입고 약 20분 동안 열차 손잡이와 좌석을 구석구석 닦아 댔다.
오 후보는 이따금씩 사진을 찍는 취재진들에게 엉덩이를 내보이기도 했다. 방역 작업에 열중한 나머지 취재진의 카메라에 후보의 뒷모습이 줄곧 잡힌 것이다.
'얼굴을 좀 보이고 방역 작업에 임해달라'는 취재진의 요청에도 오 후보는 "그냥 하자"며 소독용 헝겊을 든 손을 바삐 움직였다.
오 후보는 작업 틈틈이 관계자들에게 "이렇게 하면 1량에 얼마나 걸리나", "몇 시간 작업하나", "너무 애 쓰신다"는 격려의 말을 건네기도 했다.
오 후보는 "밤에 잠도 못 주무시고 집에 들어가면 새벽 몇 시냐"고 물었고, '새벽 4시'라는 관계자의 답에 "이런 줄 몰랐다"며 안타까워 했다.
그러면서 "(열차가) 굉장히 깨끗하게 유지되기 때문에 밤에 노고 하시는 분들을 잘 잊고 산다"며 "조금만 생각하면 알 수 있는데 늘 실감을 못 한다"고 위로를 전했다.
오 후보는 코로나19 방역을 강조하면서 서울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겠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방역 작업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오 후보는 "이른 새벽부터 일터로 향하는 시민분들 모시기 위해 새로운 하루를 준비하는 곳이라 남다른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대한민국 심장 서울이 다시 뛰는 계기가 될 선거를 시작한다는 의미로 차량기지의 상징적 각오를 담기 위해 방문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오 후보는 "3~4량 정도 했는데 벌써 온몸이 땀으로 젖어온다"며 "이분들과 함께 새로운 시작을 했다. 저 오세훈 열심히 뛰어서 다시 뛰는 서울을 반드시 만들겠다. 묵묵하게 뚜벅뚜벅 정책과 공약으로 선거에 임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jool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