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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NASDAQ: TSLA)를 무섭게 추격하는 독일 폭스바겐(ETR: VOW3)이 배터리 자립을 선언한 '파워 데이'(Power Day) 행사 며칠 전 이미 한국 배터리 공급업체들에 파우치형 배터리 기술을 배제하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2위 자동차회사인 폭스바겐이 2년 만에 갑자기 다른 형태의 배터리 셀을 선택하면서 폭스바겐 최대 배터리 공급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큰 충격에 휩싸였다고 로이터 통신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폭스바겐 로고 [사진= 로이터 뉴스핌] |
소식통 한 명은 "파트너사에 이처럼 일방적인 통보는 일상적 비즈니스 루틴에서 벗어난다"고 전했다.
폭스바겐이 LG와 SK가 주력 생산하는 파우치형에서 각형 배터리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이미 미국과 유럽, 아시아 지역 파우치형 배터리 생산시설에 수십억달러를 투자한 양사는 큰 타격을 받게 됐다.
특히 글로벌 자동차 부품 업체들은 폭스바겐이 사전에 LG, SK와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은 수십 년 전 토요타를 중심으로 수립된 자동차 업계의 전통에서 크게 벗어나는 것이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배터리 변경 관련 논의를 위해 임원을 독일에 보내겠다는 LG의 제안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상하이 소재 컨설팅 업체 오토모티브 포어사이트의 예일 장 대표는 "좋은 관계를 유지해 온 자동차회사와 협력업체 사이에서 일어나기 힘든 일"이라며 "통상 자동차회사는 최종 결정을 내리기 전 핵심 협력업체를 초청해 미래 기술에 대해 논의한다"고 말했다.
또한 폭스바겐의 이번 결정은 배터리 제조업체들 사이에 하룻밤 사이에 배척될 수 있다는 공포심을 각인시켜 놓았다. 자동차 회사들이 급변하는 기술 환경 속에서 급성장하는 전기차 수요를 맞추기 위한 치열한 경쟁에 직면한 만큼, 부품 업체들도 어지러울 정도로 가파른 전기차 시장 진화 속도를 따라잡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상황이 된 것이다.
폭스바겐 행사 며칠 전 퇴임을 앞둔 가즈히로 츠가 파나소닉 최고경영자(CEO)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테슬라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불안정한 상황을 끝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해 테슬라가 자체 배터리 개발 계획을 발표하고 LG와 중국 CATL(Contemporary Amperex Technology)을 파트너사로 추가하면서 파나소닉은 테슬라 독점 공급업체라는 지위를 잃었다.
◆ 결국 중국이 승자?
폭스바겐은 비용 절감, 중국 시장점유율 확대, 테슬라와의 경쟁 등 만만치 않은 압력을 받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폭스바겐의 이번 결정은 한국 배터리 업계(K배터리) 대신 중국을 택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이자 전기차 부문에서 가장 중요한 싸움터인 중국이 결국 승자로 남았다는 것이다.
폭스바겐은 이미 각형 배터리를 폭스바겐과 테슬라에 공급하고 있는 CATL 외에도 완샹 A123과 국헌하이테크를 협력업체로 검토 중이라고 로이터 통신에 전했다. 완샹 A123은 중국 최대 자동차 부품그룹인 완샹그룹이 미국 배터리 업체 A123을 인수해 탄생한 업체다.
국헌 측 소식통은 로이터 통신에 약 1년 내 리튬인산철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전했다.
폭스바겐은 올해 중국에서 ID 전기차 시리즈의 5개 모델이 출시되는 만큼 다른 중국 업체들도 물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허버트 디스 폭스바겐 CEO는 "중국은 기술 측면에서 매우 강력해져 공급 규모가 여느 지역보다 커졌다"면서도 각형 배터리를 공급하는 LG나 삼성 SDI와는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사실 구할 수 있는 모든 배터리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단지 배터리 셀 형태를 결정하는 문제에 있어서 선택 범위가 더 넓어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g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