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비(非) 테슬라 세계에서 삼성 같은 지배력 얻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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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Tesla Inc, 뉴욕거래소:TSLA)가 스마트폰 시장의 애플과 같은 존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반면 테슬라의 유력한 경쟁업체인 독일 폭스바겐(XW:VOW)은 애플과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한 삼성전자와 닮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허버트 다이스 폭스바겐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5일 '파워데이'에서 "분명한 것을 말하겠다. e 모빌러티(e-mobility, 친환경 전기구동 방식의 이동수단)는 승리했다"면서 "이것이 이동에 따른 배출을 빠르게 줄이는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다이스 CEO는 폭스바겐이 테슬라를 제치고 전 세계 1위 전기차 회사가 될 계획을 밝혔다. 그러면서 폭스바겐은 전기차 자체나 디자인, 고객이 아닌 리튬이온 배터리 투자에 방점을 찍었다.
테슬라 로고 [사진= 로이터 뉴스핌] |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폭스바겐이 이 같은 전략을 택한 것은 전기차 생산 비용에서 배터리가 3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통신은 모든 자동차 회사들이 전기차로 전환하려는 가운데 배터리를 최저 가격으로 얻는 것이 아니라 이 같은 야심에 부합하는 충분한 공급량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폭스바겐은 2030년까지 유럽에 6개의 배터리 공장을 신설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블룸버그는 이 같은 배터리 공장 건설 비용에 290억 달러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폭스바겐은 또 배터리 디자인을 통합하고 기존 금속을 재활용하는 데도 투자할 방침이다.
로버트 W. 베어드의 벤 캘로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테슬라는 전반적인 전기차 시장의 리더십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카네기 멜런 대학의 부교수이자 전기차 전문가인 벤카트 비스와나단은 테슬라의 배터리와 전기차가 이 경쟁에서 4~5년을 앞서 있다고 지적하면서 같은 배터리 용량에서 가장 긴 주행 거리를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베어드의 캘로 애널리스트는 다만 "우리는 폭스바겐이 전기차 시장의 '비(非) 테슬라' 부문에서 리더가 될 수 있다고 본다"면서 "'비-테슬라의 전기차 생태계는 스마트폰 생태계에서 '비 애플'과 비슷하게 부상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애플은 프로세서와 카메라 센서를 운영체제인 iOS, 애플 스토어 같은 소프트웨어와 묶는 하드웨어 혁신을 통합해 애플 생태계를 건설했다.
폭스바겐의 EV 골프 GTE [사진= 로이터 뉴스핌] |
블룸버그는 테슬라가 전기차 분야에서 이와 매우 비슷한 작업을 해왔다고 지적했다. 테슬라는 자체 배터리와 전동기,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개발했으며 다른 자동차들이 사용할 수 없는 슈퍼차징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테슬라가 애플의 모습과 닮았다는 진단은 이미 지난해부터 제기돼 왔다.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말 보고서에서 "테슬라는 자동차를 판매로부터 높은 이익을 내고 순환하는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매출로의 엄청난 모형 전환기에 있다"고 진단했다.
모건스탠리의 애덤 조너스 애널리스트는 "다른 많은 기술 기업처럼 테슬라는 더 많은 하드웨어를 새로운 매출 기회를 위한 서비스에서 활용하고 있는 것이 분명해지고 있다"면서 이러한 서비스의 영향력이 크고 이윤이 높으며 정기적으로 되풀이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서비스들은 사용자 경험을 궁극적으로 개선하고 해당 플랫폼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기도 한다.
통신은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와 삼성전자 역시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상당한 점유율을 차지하지만, 애플이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이 됐다고 언급했다.
앞서 지는 3일 UBS AG의 패트릭 험멜 애널리스트는 "폭스바겐은 애플은 아니지만, 전기차 시장에서 삼성일 수는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험멜 애널리스트는 "폭스바겐은 삼성처럼 고품질 하드웨어를 대규모로 생산하는 전 세계적으로 신뢰받는 브랜드라는 가치 제안을 하기 위한 좋은 입지를 가지고 있다"면서 "이것은 폭스바겐을 테슬라의 가치로 끌어올리지는 않겠지만 여전히 현 수준에서 상당한 상승 여력을 제공한다"고 분석했다.
삼성이 디스플레이 측면에서 애플보다 우위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폭스바겐은 차세대 리튬이온 배터리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이행하고 있다.
지난 2012년 폭스바겐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인 퀀텀 스케이프에 투자했다. 퀀텀 스케이프는 주행거리를 최대 50%까지 연장하며 충전 시간을 15분으로 단축하는 솔리드스테이트 배터리를 만드는 업체다. 퀀텀 스케이트의 배터리는 2025년 전까지 전기차에 탑재되진 않을 예정이다.
폭스바겐의 계획은 투자자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전날 폭스바겐의 주가는 3.6% 올랐으며 이날 오전 29% 급등했다.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