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차원 대응으로 남북관계 악영향 끼칠 필요 없다는 뜻으로 해석
과거 '김여정 하명법', '김여정 데스노트' 등 다시금 회자
[서울=뉴스핌] 이영섭 기자 =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한미연합훈련 시행과 관련해 대남, 대미 비난담화를 발표한 가운데 청와대는 이에 대해 공식 언급을 피하며 침묵했다. 이를 두고 '의도적 거리두기'라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지나친 '김여정 눈치보기'가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김여정 부부장은 지난 16일 노동신문에 게재한 '3년 전의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 어려울 것이다'라는 제목의 담화문을 통해 한국과 미국을 강력히 비난했다.
그는 "남조선 당국이 감히 도발적으로 나온다면 북남군사분야합의서도 시원스럽게 파기해버리는 특단의 대책까지 예견하고 있다"고 우리 정부를 비난했다. 미국을 향해서도 "대양 건너에서 우리 땅에 화약내를 풍기고 싶어 몸살을 앓고 있다"며 "4년간 발편잠을 자고싶은 것이 소원이라면 시작부터 멋없이 잠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사진=뉴스핌DB] |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7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여정 담화에 대해 "주무부처가 입장을 낸 것으로 알고 있다. 정부 입장이니까 그걸 참고해 달라"며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청와대 차원의 입장표명으로 남북관계 개선에 악영향을 끼칠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미국 백악관 역시 김 부부장 발언에 대한 직접적인 대응 대신 원론적 입장만을 밝히며 청와대와 행보를 같이 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16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의 펜실베이니아주 방문에 수행하던 중 전용기에서 기자들이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와 관련한 질문을 하자 "나는 북한에서 나온 발언에 대해 직접 언급하거나 반응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 문제와 관련한 정책 목표는 외교와 비핵화"라고 답했다.
청와대를 대신해 국방부, 통일부 등 정부부처는 김 부부장 발언에 대해 언급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정부는 이번 훈련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한미연합훈련이 어떤 경우에도 한반도 군사적 긴장을 조성하는 계기가 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부승찬 국방부 부대변인도 "김여정 부부장의 한미연합훈련 비난과 관련해서, 한미연합훈련은 누차 말씀드렸듯 연례적으로 실시해 온 방어적 성격의 지휘소훈련"이라며 "북한도 한반도에서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 구축을 위해 대화 호응 등 유연한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는 게 국방부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청와대가 김여정 부부장 발언에 대해 지나치게 저자세로 나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6월 4일 김여정 부부장은 담화문을 통해 탈북자들의 대북 전단(삐라) 살포에 대해 불쾌감을 표시하며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에 김유근 당시 국가안보실 1차장 겸 국가안정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은 NSC 상임위원회 회의 후 브리핑에서 "일부 민간단체들이 대북 전단 및 물품 등을 계속 살포해 온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앞으로 살포 행위를 철저히 단속하고 위반 시 법에 따라 엄정히 대응할 것"이라고 김 부부장 발언에 호응했다.
이후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표현의 자유 훼손'이라는 국제사회의 비판과 '김여정 하명법'이라는 야당의 반대를 뚫고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 교체를 두고도 '김여정 데스노트'가 통했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김여정 부부장은 지난해 12월 9일 '남조선 외교부 장관 강경화의 망언을 두고두고 기억할 것'이란 제목의 담화를 발표했다. 김 부부장은 "며칠전 남조선외교부 장관 강경화가 중동 행각 중 우리의 비상방역조치들에 대해 주제넘은 평을 하며 내뱉은 말들을 보도를 통해 구체적으로 들었다"며 "정확히 들었으니 우리는 두고두고 기억할 것이고 아마도 정확히 계산돼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강경화 전 장관이 "코로나19 확진자가 전혀 없다는 북한의 주장은 믿기 어렵다"는 발언에 대한 반발이었다.
이후 지난 1월 20일 문재인 대통령은 예상을 깨고 최장수 여성장관이었던 강경화 장관 후임으로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을 임명했다.
청와대는 바이든 시대를 맞아 새로운 한미관계 조성 및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재가동을 위한 것으로 설명했지만 일각에선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비난 담화'가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았다. '김여정 데스노트'에 포함된 강 장관이 경질됐다는 것.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에 대해 "이번 외교부 장관 인사를 '김여정 데스노트'가 통했다고 해석한 기사들이 나오고 있다"며 "국론을 분열시킬 수 있는 무리한 추측 보도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력반발했다.
한편 황규환 국민의힘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북한은 국가안보를 위한 최소한의 훈련조차 트집잡기, 간섭 협박에 나섰다"며 "이럴 때야 말로 북한을 향해 '좀스럽고 민망하다'고 한 마디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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