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 배당 확대안 상정 두고 '신경전'...회사측 "주총 6주 전 제출해야"
주총 3월 말 예정...금호석화·박철완 양측 "조만간 입장 발표" 예고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금호석유화학 총수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조카의 난' 장본인인 박철완 상무가 정기주주총회 표대결 승리를 위한 우군 확보에 잰걸음을 옮기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의 정기주주총회는 오는 3월 말께 개최될 예정이다.
박 상무의 우군 확보가 가능할지는 현재로 미지수다. 다만 주요주주인 국민연금이나 소액주주 핵심인 해외 기관투자자 어느 곳도 박 상무 지지를 밝히지 않고 있어 '내편 잡기'는 험난한 형국이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 경영권을 향한 박 상무의 공세와 박찬구 회장 등 회사 측의 방어전은 한층 가열되고 있다.
우선 박 상무가 주주제안한 현금배당안과 관련해 회사 측은 절차상 문제를 제기하며 분쟁 차단을 본격화했다.
◆ 금호석화 정관, 우선주와 보통주 배당금 50원 차등배당
박 상무는 지난달 26일 회사 측에 ▲본인의 사내이사 추천 ▲사외이사·감사 추천 ▲배당확대 등 내용이 담긴 주주제안을 전달했다. 구체적으로 보통주 1주당 1만1000원, 우선주 주당 1만1100원의 배당금 책정을 요구했다.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왼쪽)과 박철완 상무 [사진=금호석유화학] 2021.02.22 yunyun@newspim.com |
이와 관련해 회사 측은 보통주와 우선주 배당금 책정 내용이 금호석유화학 정관에 맞지 않다는 지적한다.
금호석화 정관에 따르면 우선주는 보통주 현금 배당액의 1%인 50원을 차등배당한 1만1050원이 돼야한다. 또한 상법상 정기 주주총회 개최일 6주 전에 주주 제안이 회사 측에 전달돼야 하기 때문에 시일 요건을 맞추지 못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 사안은 지난 1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주주명부 열람 등사 가처분' 심문에서 오류 문제가 수면 위로 불거졌다.
박 상무 측 법률대리를 맡은 KL파트너스는 이에 대한 '수정제안'을 법원 기일에 회사 측에 전달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현재 회사가 주장하는 우선주의 발행조건은 회사가 등기부에서 임의로 말소시킨 까닭에 주주가 알 수 없다"라며 "우선주 배당금은 보통주 배당금에 연동하는 것이므로 회사가 내세우는 이유는 주주제안을 거부할 사유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지난 22일 금호석유화학은 입장문을 내고 반박에 나섰다.
회사 측은 "박 상무 측의 주장은 상법 개정 과정을 간과한 것"이라며 "회사는 개정법에 맞춰 정관과 등기부를 정리했고 개정 정관 부칙(사업보고서에 첨부)에 해당 내용이 명시돼 있다"고 맞섰다. 이어 "박 상무는 주주제안을 준비하며 가장 기본인 공시 서류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주주 제안의 진정성과 진지함을 의심하게 한다"고 비판했다.
법원은 박 상무가 제기한 주주명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 관련해선 회사가 박 상무 측이 발송한 내용증명을 확인한 뒤 명부를 열람토록 결정했다. 금호석화 측은 이에 대해 "(22일) 박 상무 측의 우선주 배당률 착오를 수정한 수정주주제안을 수령했다"면서 "박철 상무 측의 배당률 착오와는 별개로 대리인을 통해 자발적으로 주주명부를 전달할 예정"이라고 했다.
◆ 소액주주 50.48%·국민연금 8.16% 보유...표심 잡기 '최대 과제'
양측이 배당금 문제로 신경전을 벌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배당금은 곧 표심을 잡기 위한 확실한 방법이어서다.
금호석유화학의 보통주 배당금은 2019년 1500원(배당금 총액 409억원)이었다. 박 상무의 배당금 제안액은 이보다 7배가 높다. 만약에 받아들여진다면 배당금 총액이 3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주주에게는 매력적인 제안인 셈이다.
금호석유화학은 이에 대해 "비상식적 제안"이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는 지난해 영업이익 7422억원의 절반 가까이가 된다.
때문에 박 상무의 배당액 확대 제안은 경영권 분쟁 표대결에서 전체 주식의 50% 이상을 소유한 소액주주와 해외 기관투자자들을 우군으로 확보하려는 전략적 판단이란 해석이 뒤따른다. 박 상무 측은 이사회 장악을 위한 이사, 감사 신규선임 등을 제안한 상태다.
현재 박 상무의 금호석유화학 지분율은 10.00%로 최대주주다. 하지만 박찬구 회장(6.69%)과 박찬구 회장의 아들인 박준경 전무(7.17%), 딸 박주형 상무(0.98%)의 지분을 합치면 14.84%로 박 상무보다 4.84%포인트 높다. 이들 대주주의 개인 지분과 별도로 금호석유화학 자사주 비율은 18.35%에 이른다.
박 상무가 표대결에서 승리하려면 일단 주요주주인 국민연금(8.16%)을 우군으로 확보해야 한다. 이것이 어렵다면 소액주주 50.48%(2020년 3분기 말 기준)를 최대한 끌어와야 한다. 이는 박찬구 회장 측도 마찬가지다.
이와 관련해 박 상무 측은 조만간 입장을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KL파트너스는 "박 상무는 개인 최대주주이자 임원으로서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정당한 주주제안을 하고 있다"라며 "조만간 주주제안에 대한 자세한 입장과 취지를 밝힐 예정"이라고 했다.
다만 박 상무가 국민연금이나 소액주주의 큰 손인 해외 기관투자자를 우군으로 확보할 가능성은 안갯속이다. 아직 박 상무에 대한 백기사를 자처하고 나선 곳은 없다.
한편, 금호석유화학의 정기주주총회는 오는 3월로 예정돼 있다. 지난해에는 3월18일에 개최됐으나, 올해는 3월 마지막주에 개최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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