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유종 배럴당 60달러 돌파...기대와 우려 교차
정유사 1분기 상당 규모 재고평가 이익 기대감
정제마진 1달러대‧코로나변이 수요 회복 변수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국제유가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면서 올해 정유업계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국내 빅4 정유사의 적자규모는 5조원을 넘어선 바 있다.
최근 국제유가 회복국면은 국내 정유사들에게 회복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진다. 실제 정유사들은 이미 수개월치 원유 재고를 확보하고 있어 단기간에 유가가 급등하며 상당한 규모의 재고평가 이익이 예상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정제마진 개선과 석유제품 수요 회복이 받춰줘야 본격적인 실적 개선이 가능하다며 그 시점은 하반기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 작년 1분기 유가 곤두박질에 '재고평가손실'
18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를 돌파하며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1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 텍사스산원유(WTI) 3월물은 배럴당 60.05달러로 마감했다. 연초 대비 24% 오른 것이다. 브렌트유와 두바이유는 지난주에 60달러 선을 넘었다.
뉴욕 증권거래소 [사진=로이터 뉴스핌] |
지난해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4사가 합산 5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한 주요 원인도 유가 급락에 따른 재고평가 손실이었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 전세계 확산 이후 유가가 60달러에서 10달러대까지 곤두박질치면서 1분기에만 4사 합산 4조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 기간 지난해 전체 적자 규모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올해는 유가가 급등하며 정반대의 상황이 예견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유가가 1달러 상승할 때마다 분기별 재고평가이익으로 SK이노베이션 250억원, 에쓰오일 150억원을 추산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현재 유가 상승 만으로는 실적 개선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이번 유가 상승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의 감산 조치에 따른 공급 통제와 미국 원유 재고 감소 등에 따른 결과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의 유가 상승은 공급 감소와 백신 승인되면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선반영된 것"이라며 "지금으로선 실적 회복으로 연결될지 확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정제마진, 본격 개선세...하반기 코로나19 이전 수준 회복 기대
정유업계 수익성 개선을 위한 가장 중요한 지표는 '정제마진'이다. 정제마진은 원유 수입가격에서 정제비용을 뺀 것으로 정유업체의 주요 수익원이다. 통상적으로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정제마진은 코로나19 사태 영향으로 마이너스 또는 0달러 대에 머물렀다. 5월에는 -3.3달러까지 곤두박질 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사우디아라비아가 하루 100만 배럴 규모의 특별감산에 나선데 더해 미국에서 한파로 정제설비 가동이 중단되는 등 수급 차질로 지난 16일 기준 정제마진이 2.1달러로 올라섰다.
SK이노베이션은 "단기적인 수급차질로 인해 정제마진이 상승세를 보이지만 이를 신호탄으로 정제마진이 반등할 것이라는 시장의 긍정적인 기대감이 높다"고 분석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이달 초 개최한 2020년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1분기는 변이 바이러스 출현 등으로 개선폭이 완만하게 진행되고 있다"면서도 "분기가 거듭될수록 수요와 정제마진이 점진적으로 개선 돼 4분기에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코로나 변이' 등장, 수요 회복 가능할까
정제마진 회복을 하반기로 꼽는 이유는 백신 대량 접종을 통해 집단 면역이 형성될 시점으로 보기 때문이다. 경제활동이 늘고 원유 수요가 살아나 정제마진이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다.
정유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난해 정제마진이 급락한 배경은 전 세계적으로 항공유, 경유, 휘발유 등 수요가 급감하며 재고가 쌓인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적으로 백신이 보급되고 있지만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발생이 변수"라면서 "코로나가 진정되지 않으면 하반기도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계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와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2월 보고서에서 올해 하루 평균 원유 수요 예상치를 전달보다 하향 조정했다.
한승재 DB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금융위기 당시 의미있는 정제마진 반등은 석유 수요가 이전 수준으로 반등했을 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yuny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