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업 비율 2011년 0.93%->2020년 0.97%
외국 주식투자 많은데, 코스피는 투자처 부족
"원화조달을 원하는 외국기업 수가 많겠는가"
[서울=뉴스핌] 황선중 기자 = '코스피 3000시대'에도 국내 증시를 향한 외국 기업의 외면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외국 주식에 관심을 두는 서학개미 수가 부쩍 늘어난 만큼 외국 기업을 안방으로 들이기 위한 노력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유가증권 및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외국기업 비율은 약 10년간 답보 상태다. 지난해 기준 국내 증시에서 외국기업 비율은 0.97%(22곳·전체 상장사 2268곳)다. 10년 전인 2011년 0.93%(17곳·전체 상장사 1822곳)와 비슷한 수준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다른 아시아 국가와 비교하면 차이는 두드러진다. 지난해 3월 기준 주요 아시아 국가 증시에서 외국기업 비율은 싱가포르(53.9%), 대만(10.3%), 홍콩(7.8%) 등이다. 물론 일본(0.10%)보다는 높은 수치를 보이지만 '아시아 금융허브'를 꿈꾸는 거래소 포부와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치다.
국내 상장된 외국기업 규모도 대체로 작다. 대형주보단 중소형주가 많다는 의미다. 국내 증시에 상장한 외국기업 총 22곳 중에서 21곳이 코스닥 종목이다. 유가증권시장 종목은 1곳에 불과하다. 유가증권시장에선 4년 넘게 외국기업 상장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게다가 코스닥에 자리한 외국기업 중 절반 이상은 중국기업이다. 그런데 국내 개인 투자자 사이에선 중국기업에 대한 신뢰가 낮다. 과거 국내 상장된 중국 기업 중 상당수가 부실한 회계관리 탓에 상장폐지된 전례가 있어서다. 2007년 이후 상장폐지 된 외국기업 14곳 중에서 12곳이 중국기업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국내 투자자들의 외국 주식을 향한 관심은 점점 커지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개인투자자 및 기관투자가들의 해외 주식 매수액은 1090억2800만달러였다. 10년 전인 2011년 15억8600만달러와 무려 76배 차이다.
증권업계서는 국내 증시 규모를 더욱 키우기 위해선 외국기업의 상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외국 우량기업이 상장하면 자연스레 국내로 대규모의 국제자금이 유입되고, 국내 투자자들에게 투자의 선택지를 넓혀준다는 이점이 있다.
거래소 역시 '아시아 금융허브'를 목표로 지속해서 외국기업 상장을 유도할 방침이다. 다만 재무구조가 부실한 외국기업의 상장을 막기 위해 엄격한 상장심사 절차는 앞으로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선진국 우량기업을 중심으로 상장유치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외국 우량기업을 국내 증시에 상장시키기 위해선 거시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단순한 제도 개선 수준이 아닌 주변 국가에 비해 매력적인 시장이 돼야만 외국기업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증시에 상장한다는 이야기는 원화자금을 조달한다는 이야기"라며 "그러나 현재 원화조달을 원하는 외국기업 수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 저조한 외국기업 상장률의 근본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sunja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