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어 두 번째 자진 상장 폐지
KB증권도 ETN 4종 조기청산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증권사들이 상장지수증권(ETN)을 속속 자진 폐지하는 등 ETN 시장이 쇠락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부 인기 상품에만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증권사들이 비교적 거래량이 저조한 시장지수 추종 ETN을 중심으로 정리에 나서는 모양새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오는 18일 8종의 ETN을 자진 상장폐지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구체적으로는 ▲QV Big Vol ETN ▲QV WISE 배당 ETN▲QV 롱숏 K150 매수 로우볼 매도 ETN 등 대부분 시장지수를 추종하는 상품들이다.
3일 기준 ETN 상품 거래량 상위 20개 종목 [표=한국거래소] |
NH투자증권이 ETN 자진 상장폐지를 하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11월에도 선진국 지수를 기반으로 한 4가지 ETN상품을 조기 청산한 바 있다.
여기에 KB증권도 최근 ▲KB KTOP30 ETN ▲KB KQ 우량주30 ETN ▲KB 코스피 양매도 5% OTM ETN ▲KB 코스피 마운틴 ETN 등 4종을 자진 상장폐지하기로 했다. NH증권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시장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이다. 상장폐지일은 오는 26일이다.
ETN은 기초지수 변동과 수익률이 연동되도록 만든 파생결합증권이다. 쉽게 말해 투자원금이 100만원이고 기초지수 수익률이 100%, 보수가 2만원이라고 했을 때 만기 보장금액은 198만원이 되는 방식의 상품이다.
ETN은 지난 2014년 처음 시장에 등장한 후 별다른 주목을 받지는 못했으나 지난해 원유나 천연가스 등 변동성이 큰 자산을 기초로 한 ETN이 불티나게 거래됐다. 투자보다는 투기 성격의 거래가 급증한 것인데 이로 인해 한국거래소가 투자에 유의할 것을 수차례 당부하기도 했다.
실제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크게 확산되던 지난해 4월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원유선물ETN에 투자자가 몰렸다. 당시 ETN 지표가격과 시장가격의 차이를 의미하는 괴리율이 800%가 넘게 치솟을 정도였다. 이에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9월부터 ETN 괴리율 확대가 예상되면 증권사가 ETN을 자진 상장 폐지할 수 있게 제도를 바꿨다. 또 ETN의 발행사(증권사)는 보유율이 95%가 넘는 ETN에 대해 조기상환을 신청할 수 있도록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도 정비했다.
하지만 여전히 극소수의 원유·은·천연가스 ETN에만 투심이 쏠리면서 시장지수 추종 ETN을 중심으로 나머지 상품들은 고사 직전에 놓인 상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기준 ETN 거래량 상위 10개 종목에는 미국 나스닥 지수를 기반으로 한 ETN상품 1개 외에는 대부분 원유·천연가스 ETN이 차지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ETN 시장 활성화를 위해 그간 금지했던 코스피200, 코스닥150 등 시장대표지수를 추종하는 ETN 출시를 허용했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며 "ETN의 경우 변동성이 큰, 그러니까 리스크가 큰 상품을 중심으로 투기성 매매가 횡행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결국 증권사들이 원유·은·천연가스 ETN을 제외한 나머지 상품들을 줄줄이 자진 상장폐지하는 등 정리 수순에 들어갈 것이란 관측이 많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지수추종 ETN은 거래량이 미미해 사실상 상품성을 잃은 상태인데 앞으로도 거래가 활발해질 것이란 근거도 없는 상황"이라며 "사정이 비슷한 증권사들이 지수추종 ETN의 자진 상장 폐지를 고려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imb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