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KB 등 작년 스트레스테스트 실시
최악 'IMF 위기 수준' 가정…충당금 적립 확대 수준
한은, 올해 경제성장률 3% 상향, 위기 가능성 낮아
금융위는 IMF보다 큰 위기 가정해 배당 축소 권고
[서울=뉴스핌] 박미리 기자 = 금융당국이 은행지주와 은행에 순이익의 20% 이내로 배당을 실시하라며 근거로 제시한 '스트레스 테스트(Stress Test)'를 두고 금융권 안팎의 불만이 끊이지 않는다.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을 3%로 상향한 상황에서 IMF 외환위기 이상의 충격을 기준으로 삼은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은행들은 그 동안 IMF 외환위기 수준을 최악의 상황으로 가정해 자체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하는 등 보수적으로 자본을 관리해왔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은행지주와 은행은 매 분기 자체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한다. 금융감독당국의 은행업감독업무 시행세칙을 기반으로 경제 위기상황을 여러 단계로 세분화한 다음 시나리오별 충격도를 파악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은행지주와 은행은 자본적정성을 적절한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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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박미리 기자 = 신한은행(위) 및 KB국민은행 2020년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자료=각사] 2021.02.03 milpark@newspim.com |
신한은행의 경우 작년 6월 말 위기상황을 보통(Normal)·침체(Recession)·엄격한(Strict)·나쁜(Bad)·최악의(Worst) 등 5단계로 구분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시행했다. 이중 Strict는 코로나19 대유행 상황, Bad는 2008년 금융위기 수준의 급격한 경기후퇴, Worst는 1997년 IMF 외환위기 수준의 극단적인 충격을 감안한 시나리오다. 그 결과 신한은행은 Worst 시나리오에서도 부실금융기관 평가대상 은행의 자본비율 기준을 크게 상회한다는 결과를 얻었다. 신한은행 측은 "상각사유 발생 가능성이 상당히 낮다"고 판단했다.
사정은 다른 은행도 동일했다. KB국민은행은 작년 6월 말 위기상황을 1~4단계로 세분화해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했다. 이중 시나리오4(Severe)가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 수준이 IMF 외환위기 당시와 비슷하다고 가정한 것이다. 하나은행은 작년 1분기 말 기본(코로나19 억제)·악화(억제 지연)·최악(억제 실패)의 3단계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했다. 최악은 국제 교역망이 붕괴되고 경제위기가 오는 상황이다. 그 결과 두 은행 모두 최악의 상황에 놓였을 때에도 자본비율이 부실금융기관 평가 기준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지난달 27일 국내 은행지주와 은행에 순이익의 20% 이내에서 배당을 실시하라고 권고했다.(올 6월 말까지) 근거는 IMF 외환위기(경제성장률 -5.1%)보다 더 큰 강도의 위기상황(경제성장률 -5.8%)을 가정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다. 스트레스 테스트는 L자형(경기침체 지속), U자형(회복) 2가지 시나리오로 진행됐는데, 이중 L자형 시나리오에서 상당수 은행의 배당제한 규제비율(최소 의무비율보다 보수적인 자본비율 기준)이 기준에 못미쳤다고 한다. 최소 의무비율에서는 시나리오를 통과하지 못한 은행이 없었다.
은행권에서는 금융당국의 스트레스 테스트 기준이 지나치다는 불만이 나온다. 앞선 결과처럼 은행지주와 은행들은 자본적정성을 적절한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평소 주기적으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한다. 그 결과 작년 은행은 각각 수천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쌓아 순이익이 전년보다 크게 줄었다. 작년 컨퍼런스 콜에서도 "고위험 여신을 스테이지1에서 스테이지2로 재조정해 추가 충당금을 적립했다"(KB), "하반기 업황이 더 안 좋아지는 것을 고려해 대손충당금을 더 쌓기로 했다"(하나)며 건전성 관리에 나선 상황을 전달했다.
특히 경제성장률 -5.8%가 지속된다는 가정도 과도하다는 게 은행권 관계자들의 인식이다. 한국은행도 지난해 11월 올해 경제성장률을 2.8%에서 3%로 상향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모두 평소에 IMF 위기상황 수준을 최악의 상황을 놓고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 이를 토대로 건전성 관리를 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경제성장률이 IMF 위기보다 악화될 것이라고 가정해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한 것은 금융위에서 IMF보다 지금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시그널을 주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그럼에도 은행권에서는 금융당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그 동안 코로나 상황을 감안해 충당금 적립 등 건전성 확보를 위해 노력해왔다"며 "자율경영 사항인 배당까지 당국에서 권고를 하니 배당정책 수립에 있어 고민이 깊다"고 토로했다.
milpar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