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이르면 내주 법원에 P플랜 신청
채권단 반응 '시큰둥'…"선결조건 없다면 무의미"
사업성·쟁의행위 금지·유효기간 연장 수용해야
[서울=뉴스핌] 김진호 기자 = 쌍용자동차가 마지막 생존 카드로 'P플랜(사전회생계획)'을 꺼내 들었지만, 운명을 쥔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반응이 시큰둥하다. "선결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 채권단의 일관된 태도다. 특히 쌍용차와 유력 투자자 후보인 HAAH의 조건부 자금지원 요구에 채권단은 불쾌한 심경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쌍용자동차 평택 본사 [사진=쌍용차] |
채권단 관계자는 1일 쌍용차의 P플랜 신청과 관련해 "신규투자 유치 계획과 향후 경영 방안은 물론 여러 선결조건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며 "해당 이슈가 해결돼야만 P플랜 수용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장 협력업체가 고사 위기니 채권단의 신규자금 지원 등이 시급하다는 등의 언론플레이가 이어진다면 아무런 의사결정(지원 여부 등)을 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는 이동걸 회장이 줄곧 강조해온 "미래 사업성과 노사의 각서가 없다면 단 돈 1원도 지원하지 않겠다"는 발언과 맥을 같이 한다. 산은은 경영에 책임이 있는 주주가 아닌 단순 주채권은행으로 회생 가능성이 없다면 쌍용차로부터 손을 떼겠다는 경고인 셈이다.
앞서 산은은 지난달 12일 신년 기자간담회를 통해 쌍용차에 회생을 위한 선결조건 3가지를 제시했다.
지속가능한 사업성이 담긴 회생안 마련과 더불어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기존 1년에서 3년으로 늘리는 것이 조건의 핵심이다. 흑자 전환 이전에는 노조의 쟁의행위 역시 일체 금지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때문에 쌍용차가 조만간 마련할 것으로 알려진 사전회생계획안은 채권단의 이 같은 요구가 반드시 담겨야 할 것으로 보인다. 주채권은행인 산은 등 채권단의 동의가 없다면 쌍용차는 P플랜 추진에 실패하고 결국 청산 수순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
채권단 내부에서 쌍용차의 유력 투자자 후보인 HAAH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는 점도 P플랜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연 매출이 240억원 규모에 불과한 HAAH가 쌍용차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금 동원 여력이나 인수 이후 원만한 경영 활동이 가능할 것이냐는 지적이다.
HAAH는 최근 쌍용차와의 P플랜 협상에서 2억5000만달러(약 2800억원) 유상증자 조건으로 이에 상응하는 산은의 신규 지원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쌍용차와 HAAH가 직간접적인 자금 지원을 요청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고 있는 것을 두고 채권단 내부에서 부정적 기류가 상당한 것으로 안다"며 "상하이차와 마힌드라의 일명 '먹튀 논란'이 크다는 점이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쌍용차는 이르면 다음 주 HAAH와 투자계약을 맺고 법원에 투자계약과 채무변제 방안 등이 담긴 사전회생계획안을 제출, P플랜을 신청할 전망이다.
P플랜은 기업 청산과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 쌍용차가 선택한 마지막 보루다. 법원에 사전회생계약을 내고 법원이 기존 빚을 줄여주면 채권단이 신규 자금을 투입해 법정관리 기간을 빠른 시일 내 끝내는 제도다.
앞서 쌍용차는 최근 350여개 협력업체로 구성된 쌍용차협동회 비상대책위원회와 긴급회의를 열어 P플랜에 대한 동의를 구한 바 있다.
rpl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