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홈 임대규·AK 김재천, 경영 정상화에 '전력투구'
"합치거나 지분 매각하거나"....허연수·구창근, 新 성장동력 마련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신축년 새해를 맞아 유통업계 소띠 최고경영자(CEO)들의 활약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재 유통 업계는 코로나19 여파로 급변한 유통환경에 발맞춰 사업 체질을 개선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여기에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차세대 먹거리도 발굴해야 한다. 소띠 CEO들이 소처럼 성실하고 우직하게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해 경영 정상화를 이루고 성장을 이끌어낼지 주목된다.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임대규 현대홈쇼핑 대표이사(사진 왼쪽), 김재천 AK플라자 대표이사. [사진=각사] 2021.01.05 nrd8120@newspim.com |
◆새내기 소띠 CEO가 달린다...임대규·김재천, 경영 정상화에 '전력투구'
올해 새롭게 선임된 유통업계 수장 중에서 소띠 경영자들도 다수 포진해 있다.
1961년생 소띠인 임대규 현대홈쇼핑 대표는 지난해 11월 정기 임원인사에서 새롭게 발탁된 인물이다. 현대홈쇼핑이 6년 만에 수장을 교체해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임 대표는 현대홈쇼핑에서 관리본부·경영지원본부·영업본부 등을 거치며 영업현장 경험을 쌓아 영업통으로 평가받는다.
현대홈쇼핑은 지난해 상반기 경쟁사와 비교해 실적 부진을 겪었다. 현대홈쇼핑은 지난해 상반기까지 매출은 신장했지만 수익성은 나홀로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였다. 전년 대비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 15.1%, 2분기 7.1% 줄어들었다. 매출액도 1분기 0.6%, 2분기 5.5% 신장하는데 그쳤다.
지난 3분기 영업이익(348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30% 신장하며 반등했지만 금액으로 따지면 CJ오쇼핑(424억원)과 GS리테일(383억원)에 이어 3위에 머물렀다.
임 대표는 부진한 실적을 털어내기 위해 '경영 정상화'에 집중한다.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 쇼핑몰과 라이브커머스 시장규모가 날로 커지면서 TV홈쇼핑 시장이 위협을 받고 있는 만큼 사업 다각화로 성장 발판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현대홈쇼핑은 온라인 판매 채널을 보완하고 상품력 강화를 위해 유관 사업 진출을 꾀한다. 우선 미디어 커머스를 강화하고 방송 중심의 전문몰을 구축할 전망이다. 차세대 먹거리로 패션·뷰티 및 건강기능식품 사업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새로 선임된 김재천 AK플라자 대표도 1973년생 소띠다. 김 대표는 백화점 업계에서 1970년대생이 대표에 오른 첫 사례다.
김 대표는 2009년 애경그룹에 입사한 뒤 AK홀딩스, 제주항공 등 주요 계열사를 거친 인사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그는 제주항공에서 성공적으로 사업 혁신을 이끌었다고 내부 평가에 따라 대표로 선임됐다.
김 대표도 '수익성 개선'을 통한 사업 정상화라는 난제를 풀어야 한다. 지난해 AK홀딩스 백화점 부문은 코로나19 확산으로 크게 흔들렸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당기순손실은 335억원을 기록하며 주저앉았다. 직전 해인 2019년 같은 기간 흑자였던 실적이 코로나 충격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것이다.
김 대표는 제주항공式 혁신모델을 AK백화점에도 이식시켜 위기를 극복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유통업계에서도 젊은 경영인으로 꼽히는 김 대표가 AK백화점에 혁신을 가져올지 관심을 모은다.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사진 왼쪽부터 허연수 GS리테일 대표이사 부회장, 김호성 GS홈쇼핑 대표이사, 구창근 GS올리브영 대표이사. [사진=각사] 2021.01.05 nrd8120@newspim.com |
◆합치거나 지분 매각하거나...허연수·구창근, 新 성장동력 마련
헬스앤뷰티(H&B) 스토어 업계 1위인 CJ올리브영(올리브영)을 진두지휘하는 구창근 대표도 1973년생으로, 소띠 CEO 중 한 명이다.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인 구 대표는 지난해 칼바람이 불었던 연말 임원인사에서 재신임을 받으면서 살아 남았다.
CJ그룹 내에서도 올해 구 대표의 역할이 커질 것이란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CJ그룹 차원에서도 올리브영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부각되고 있어서다.
현재 그룹 승계의 핵심 연결고리인 올리브영의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상태다. 프리IPO 대상자로 사모펀드 글랜우드PE가 최종 선정됐다.
글랜우드PE는 이재현 CJ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 이 회장의 동생인 이재환 CJ파워캐스트 대표 등 오너일가가 보유 중인 지분 16%와 신주 8% 등 약 23%가량을 확보하게 됐다. 매각 대금은 약 4000억원으로 알려졌다.
이번 매각 자금은 오너가 경영권 승계에 이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장이 CJ 지분을 늘리거나 상속 재원으로 사용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그 만큼 구 대표의 역할이 막중하다.
구 대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사업 체질 개선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을 목표로 추진 중인 기업공개(IPO) 준비를 서두르고 온·오프라인 채널의 시너지 강화를 위해 '옴니 채널'을 확대한다는 복안이다. 옴니 채널은 온라인에서 물건을 주문하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찾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1961년생인 허연수 GS리테일 부회장도 소띠다. GS家의 3세로, 고(故) 허신구 GS리테일 명예회장의 차남이다. 허 부회장은 올해 오는 7월 GS홈쇼핑과 합병 절차를 마무리 짓고 온·오프라인 시너지 극대화를 위해 심혈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합병이 완료되면 자산 9조원, 연간 거래액 15조원, 하루 거래 건수 600만건에 달하는 '초대형 유통기업'으로 거듭나게 된다.
GS리테일은 GS홈쇼핑의 온라인 역량을 토대로 편의점·슈퍼마켓 등 오프라인 유통의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TV홈쇼핑과 온라인몰도 GS리테일이 보유한 전국 단위 점포망과 물류 인프라를 통해 배송 역량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추후 출범할 통합 법인의 성공 여부에 따라 허 부회장의 리더십도 재평가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통합 법인이 시너지 효과를 내며 실적 반등을 이끌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허 부회장과 동갑내기인 김호성 GS홈쇼핑 대표도 함께 두 회사간 물리적 결합을 추진한다. 김 대표는 허 부회장과 함께 온라인몰인 GS샵의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다만 업계에서는 업계에 미칠 파급력이 작다고 보고 있다. 이미 신세계와 롯데도 오프라인과 이커머스 사업부 통합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네이버쇼핑과 쿠팡 등 이커머스 업체에 비해 GS홈쇼핑의 온라인몰 GSSHOP(샵)과 GS리테일 온라인몰인 GS프레시몰의 경쟁력이 한참 뒤처져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된다.
온·오프라인 시너지를 내지 못한다면 합병에 따른 경영 부담도 커지게 된다. 이번 합병에 따른 대규모 물류 투자도 코로나 국면에서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럴 경우 합병을 총괄한 허 부회장의 리더십도 타격을 받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도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사업 체질 개선을 위한 합종연횡, 인수합병(M&A), 기업간 제휴 등이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라며 "유통 업계 소띠 CEO들도 급변하는 유통 환경에 발맞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이는데, 올해 CEO들의 전략적 판단에 따른 행보가 기업의 명운을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nrd812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