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지도 들어가자 "카톡으로 문의주세요" 음지로 숨어
고가 경품 증정 행사 후 번호이동건수 3위서 2위로 올라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KT의 일부 유통점들이 연말연초 대목을 맞아 번호이동 가입자들에게 수십만원대 경품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품 목록은 에어팟프로, 닌텐도 스위치, 플레이스테이션4부터 40만원대에 달하는 다이슨 무선청소기까지 다양하다.
관리당국인 방송통신위원회도 이 같은 사실을 알고 행정지도를 했지만 휴대폰 유통망에서는 음지에서 불법경품 제공 행위를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KT는 앞서 지난해 '갤럭시노트20' 예약 구매자들 중 일부를 대상으로 개통 지연 사태를 일으켜 방통위의 사실조사도 받고 있는 상태다.
5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KT 공식 온라인몰인 KT숍(Shop)에 입점한 일부 유통업체들이 지난해 크리스마스 연휴 기간 동안 갤럭시노트20을 구매해 KT로 번호이동을 하는 이용자를 대상으로 고가 경품을 지급했다.
경품으로는 정가가 30만원대인 에어팟프로와 닌텐도 스위치, 플레이스테이션4뿐 아니라 40만원대의 다이슨 무선청소기를 내세우고 있다. 관련내용을 안내받으려면 KT숍에 입점한 유통업체를 카카오톡에 추가하고 개별 상담을 받아야 한다. 앞서 지난달 초 고가 경품 논란이 불거져 방통위가 행정지도에 나서자 이번에는 "카톡으로 문의하면 추가 사은품에 대해 안내해주겠다"며 영업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유통망에서는 총 두 명이 스마트폰을 구매할 경우 경품을 지급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1인 구매시 해당 경품을 받으려면 가입자에게 추가금이 부과된다. 가입자 본인 외 추가 번호이동을 유인하기 위함인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카카오톡으로 KT숍 입점 대리점에 추가 사은품에 대해 문의하자 안내한 관련 내용. 사은품으로 플레이스테이션4, 다이슨 무선청소기 등이 안내되고 있다. 2021.01.04 nanana@newspim.com |
이 같은 고가 경품은 추첨과 같은 방식을 거쳐 지급되는 경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문제가 된 유통망에서는 "모든 구매자에게 증정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고가 경품을 지급하는 곳이 KT 공식 온라인몰 입점업체라는 것도 문제다. 직영 몰을 통신사가 자체 운영하는 경쟁사와 달리 KT의 경우 직영몰에 온라인 전문 대리점을 입점시키고 있다. 이들 업체는 판매 링크에서 모두 'KT 공식 온라인 쇼핑몰'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서명훈 한국이동통신판매점협회장은 "KT숍은 판매점이 아닌 대리점만 입점할 수 있게 돼 있고, 대리점의 경우 수수료가 전부 KT 본사를 통해 지급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대리점의 개인적 일탈이라 보기 어렵다"며 "일탈행위라 하더라도 KT숍에 입점한 대리점에서 이런 불법행위가 이뤄졌기 때문에 이는 KT의 관리감독 소홀"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지난해 12월 초 고가 경품 논란이 불거져 방통위가 행정지도에 나서자 지난 3일 KT숍에 입점한 대리점이 "카톡으로 문의하면 추가 사은품에 대해 안내해주겠다"며 영업하고 있다. [자료=KT숍 갈무리] 2021.01.04 nanana@newspim.com |
최근 들어 KT의 단통법 위반은 반복해서 수면 위로 올라오는 상태다. 지난해 10월에는 갤럭시노트20 예약 구매자들 중 일부를 대상으로 개통 지연 사태를 일으켜 방통위가 사실조사에 들어가기도 했다. 당시 관련 내용으로 이통3사 모두 실태점검을 진행했지만 위법행위가 유력하다고 판단된 KT에 대해서만 사실조사로 넘어갔다. 방통위는 지난달 말 이에 대한 현장조사를 마치고 현재 수집자료 보완 및 법률 자문 등에 착수했다. 이처럼 불법보조금 지급이 문제가 되자 이번에는 고가 경품을 내세우는 방식으로 음성적인 영업을 진행한 것이다.
방통위 단말기유통조사담당 관계자는 "추첨을 통해 주거나 단말기 제조사, 카드사 등 통신사 재원으로 마련된 경품이 아니라면 불법은 아니다"라면서도 "해당 통신사가 유통점을 관리감독해 재발을 방지하겠다고 소명했고 방통위에서도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KT는 지난해 11월까지 20개월 연속 이통3사의 번호이동 경쟁에서 3위에 그쳤다. 하지만 지난달 초 번호이동 가입자를 대상으로 고가 경품을 지급하면서 지난달 월별 번호이동건수는 8만8114건을 기록하며 8만7285건을 기록한 LG유플러스를 추월했다.
한 이통업계 관계자는 "KT가 번호이동 경쟁에서 밀리자 방통위가 사실조사를 진행하고 있음에도 위험을 감수하고 가입자 유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사실상 방통위의 행정지도를 무시하는 처사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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