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지완 기자 = 남극이빨고기(일명 메로)가 어떻게 추운 남극바다에서 살아남았는지에 대한 비밀이 풀렸다.
극지연구소는 세계 최초로 남극이빨고기의 염색체 전체를 해독하는 데 성공했다고 30일 밝혔다. 염색체는 생명체의 성장과 생존, 생식 등 유적적인 정보를 갖고 있는 구조물로, 남극이빨고기 염색체에는 혹한의 남극바다에서 어떻게 큰 몸집을 유지한 채 얼지 않고 생존할 수 있었는지가 담겨 있다.
![]() |
[서울=뉴스핌] 김지완 기자 = 남극이빨고기. [제공=선우실업] 2020.12.30 swiss2pac@newspim.com |
남극이빨고기(Dissostichus mawsoni)는 수심 1000m에서 서식하는 심해어류로 최대 몸길이 약 1.7 m, 무게 약 135kg까지 자라는 대형 어종이며, 크릴과 함께 남극해의 주요 어족자원 중 하나다.
극지연구소와 고려대학교 박현 교수 연구팀, 부경대학교, 국립수산과학원 등 공동연구팀은 남극이빨고기, 일명 메로를 분석해 유전체의 크기(926Mb)와 염색체의 수(24개)를 파악했다.
남극이빨고기는 2800만 년 전 남극빙어로부터 분리돼 독립적인 진화과정을 겪었을 것으로 추정되며, 621개의 유전자 군에서 적응과 진화의 흔적이 확인됐다.
염색체 해독결과, 생명체의 성장이나 발달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에서 특이점이 나타났는데, 이 특이점이 저온 환경에서 몸집을 키우는 남극이빨고기의 성장 특성을 결정지을 것으로 예측된다.
남극이빨고기의 세포막 성분 중 하나인 스핑고지질 (sphingolipid)의 항상성을 조절하는 유전자도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낮은 온도에서 지방이 굳는 것을 막고 일상적인 세포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진화의 결과로 해석된다.
![]() |
[서울=뉴스핌] 김지완 기자 = 남극이빨고기의 염색체 지도. 24개 염색체를 가지며, 염색체 내의 유전자 위치와 밀도, 단일 염기 다양성 (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 유전자의 삽입과 결손 위치를 표시함. [제공=극지연구소] 2020.12.30 swiss2pac@newspim.com |
이번 연구에는 최신 염색체 해독 기술인 실시간유전자 분석방법 (SMRT sequencing)과 염색질 3차구조 결합동정기술 (Hi-C technology)이 이용됐다.
김정훈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이번 염색체 해독결과가 남극이빨고기를 이해하고 보호하는 데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 (CCAMLR)는 남극이빨고기의 보존과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해 조업을 관리하고 있다. CCAMLR에 따르면, 2019-2020년 남극이빨고기 총 어획량 약 4169톤 중 우리나라의 어획량이 1139톤을 차지해 최대 조업국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번 연구는 해양수산부 R&D '남극해 해양보호구역의 생태계 구조 및 기능 연구'의 일환으로 수행됐다. 연구결과는 동물학분야의 상위 논문인 Zoological Research (상위 7%)에 12월 게재됐다.
swiss2pa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