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은 '탈 LCD' 원년...프리미엄 디스플레이 사업 재편 중요
삼성디스플레이, 최주선 사장 전면에...'QD' 전환 가속화
LG디스플레이 정호영 사장, 'OLED' 대세화 주력
[편집자주] 2020년 국내 산업계는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위기와 기회가 공존했습니다. 항공, 자동차, 철강 등 전통의 뿌리 업종들은 코로나19 직격탄에 유례없는 어려움을 겪었고 반도체, 가전 등 비대면 업종은 호황기를 누렸습니다. 그렇다면 2021년은 어떨까요. 전대미문의 불확실성 속에서 새 해를 맞는 주요 그룹의 사령관 면면을 통해 업종 간 사업의 향방을 가늠해 봅니다.
[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내년은 한국 디스플레이 업계에 중요한 분기점이다. 중국 업체들의 저가 액정표시장치(LCD) 물량 공세 속에 성공적인 '탈 LCD'를 이뤄내야 하는 원년이다. 동시에 차세대 디스플레이 사업 재편의 성과를 내야하는 시기다.
내년 삼성디스플레이는 퀀텀닷(QD. 양자점) 디스플레이 전환, LG디스플레이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대세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양사를 이끌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 최주선 사장과 LG디스플레이 정호영 사장의 어깨가 무겁다.
◆ 삼성디스플레이 전면에 나선 'QD 전문가' 최주선 사장
[서울=뉴스핌] 심지혜 기자 = 삼성디스플레이는 2021년 정기 인사를 통해 신임 대표이사로 최주선 대형사업부장을 선임했다. 2020.12.02 sjh@newspim.com |
삼성디스플레이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먹거리로 QD 디스플레이(QD-OLED)를 점찍었다. 올해 시험 생산을 시작해 내년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QD 디스플레이란 블루(파란색) OLED를 발광원으로 사용하고 그 위에 QD를 입히는 형태의 디스플레이다. 색 순도가 높을 뿐 아니라 LCD처럼 별도의 백라이트가 필요 없기 때문에 '롤러블'이나 '폴더블' 등으로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10월 오는 2025년까지 13조1000억원을 QD 디스플레이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3월 직접 아산사업장을 찾아 점검할 만큼 애착을 보이는 사업이다.
삼성의 QD디스플레이 전환 의지는 최근 단행된 삼성디스플레이 정기 인사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최주선 대형 디스플레이 사업부장이 지난 2일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 내정된 것이다.
최 사장은 KAIST 전자공학 박사 출신으로 지난해까지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사업을 주로 담당했다. 그는 메모리사업부 D램 개발실장, 전략마케팅팀장, DS부문 미주총괄을 역임한 반도체 설계 전문가다. 그동안 쌓은 반도체 성공 노하우와 경험을 바탕으로 디스플레이사업의 일류화와 새로운 도약을 이끌 적임자로 낙점 받았다.
최 사장은 특히 올해 1월부터 삼성디스플레이 대형 디스플레이 사업부장을 맡아 조직개편을 통해 신설한 QD사업팀에서 차세대 디스플레이 개발을 이끌어 왔다. 이번 인사로 최 사장은 회사 대표이사와 대형디스플레이 사업부장을 겸임하며 QD사업을 직접 챙길 계획이다.
그러나 새로운 도전을 앞둔 최 사장 앞에 놓인 과제도 만만치 않다.
우선 QD 디스플레이 생산 수율(합격품 비율) 향상을 통해 원가를 절감해야 한다. TV용 OLED 대형 패널 생산은 높은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만큼 불량률이 높다. 이 수율을 안정적인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가격경쟁력과 직결되는 생산단가도 찾춰야 한다. 업계에서는 QD 디스플레이의 생산단가를 OLED의 2배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1일 충남 아산에서 열린 'QD 설비 반입식'에 참석한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왼쪽에서 여덟번째)이 다른 관계자들과 화이팅을 외치고 있는 모습<사진=삼성디스플레이 제공> |
무엇보다 고객사 확보가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현재 글로벌 TV 시장 1위 업체인 삼성전자가 QD 디스플레이 도입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이 결정적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OLED의 번인(화면 잔상) 문제 등을 지적하며 OLED 기반 TV 출시를 하지 않겠다고 수차례 언급한 바 있다.
이에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 외에도 다른 글로벌 업체에 샘플을 보내며 고객사 확보를 위해 노력 중이다. 중국 TCL, 일본 소니 등이 잠재적 고객사 후보로 꼽힌다.
이처럼 산적한 과제가 많지만, 업계에서는 'QD 전문가'인 최 사장이 내년 가시적인 사업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최 사장은 지난 7월 아산사업장 QD 설비 반입식에서 "코로나19에도 글로벌 협력업체들과의 공고한 협력체계를 바탕으로 QD 투자를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었다"며 "지난 20여 년간 축적해온 LCD 대형화 기술과 퀀텀닷 분야의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독보적인 화질의 QD 디스플레이 양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 OLED 대세화 '선봉장' LG디스플레이 정호영 사장
[서울=뉴스핌] 심지혜 기자 =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 [사진=LG디스플레이] 2020.07.23 sjh@newspim.com |
LG디스플레이는 내년 OLED 대세화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그 중심에는 정호영 사장이 있다. 정 사장은 지난해 9월 사장으로 취임한 뒤 LCD에서 OLED로 성공적인 사업 구조 전환과 수익성 개선을 이끌고 있다.
그는 그동안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생활건강, LG화학 등 계열사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역임하는 등 그룹 내 대표적인 재무·전략 전문가답게 뚜렷한 실적 개선 성과를 이뤄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3분기에는 연결기준 영업이익 1644억원을 거둬 7분기 만에 흑자전환을 달성했다. 지난해 LCD 업황 악화로 1조3594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이후 의미 있는 실적 개선을 이룬 것으로 평가 받는다. 내년에는 연간 영업흑자를 달성할 가능성도 매우 높게 점쳐진다.
정 사장은 올해 1월 기자 간담회에서 3대 중점과제로 ▲대형 OLED 대세화 ▲플라스틱 올레드(POLED) 사업 경쟁력 제고 ▲액정표시장치(LCD) 구조 혁신 가속화를 제시한 바 있다. 내년에도 이 같은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정 사장은 내년을 OLED 대세화의 '골든타임'으로 보고 있다. 올해 7월부터 중국 광저우 신공장을 본격 가동하며 안정적인 생산력을 갖추게 된 것이 자신감의 배경이다.
광저우 OLED 패널 공장은 원판 글래스(Glass) 기준 월 6만장 규모로 양산을 진행하고 있다. 기존 파주에서 생산중인 월 7만장 규모까지 합하면 월 13만장의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됐다. LG디스플레이는 OLED 패널 생산량을 700만~800만대 수준으로 최대 60%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서울=뉴스핌] 심지혜 기자 = LG디스플레이 광저우 OLED패널공장 양산출하식. (왼쪽부터) 중국경영관리담당 이동은 상무, 경영지원그룹장 양재훈 부사장, CO법인장 박유석 상무, CEO 정호영 사장, CPO 신상문 부사장, 위친장(于钦江)중방부총경리, 이후각 CO패널 공장장, 전략담당 송영권 전무. [사진=LG디스플레이] 2020.07.23 sjh@newspim.com |
세계에서 유일하게 TV용 OLED 패널을 공급하는 LG디스플레이가 이처럼 안정적인 생산체제에 돌입하면서 기존 LCD 패널과의 가격 격차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이에 따라 LCD에서 OLED로 세대교체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정 사장은 지난 7월 광저우 OLED 패널공장 양산 출하식에서 "대형 OLED는 LG디스플레이 미래 성장의 핵심 축"이라며 "후발업체들과의 기술격차 확대와 제품 차별화 등을 통해 대형 OLED 사업의 리더십을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형 OLED 패널의 대세화와 함께 정 사장은 내년 POLED 사업의 완벽한 정상화를 계획하고 있다. POLED는 주로 스마트폰에 탑재되며, 차량용으로도 활용되는 중소형 패널이다. POLED 사업은 지난 2년간 대규모 영업적자를 기록했지만 올해 하반기부터 사업이 정상화 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POLED 성장을 통해 삼성디스플레이가 장악하고 있는 스마트폰용 OLED 시장에서 점유율을 넓혀가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의 스마트폰용 OLED 시장 점유율(매출 기준)은 지난해 4.8%에서 올해 10.5%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점유율은 지난해 85.5%였고, 올해 76.6% 수준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재무·전략 전문가인 정 사장이 취임한 이후 LG디스플레이 실적이 상당 부분 개선됐다"며 "LCD 효과가 걷히는 내년이 진정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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