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손창근옹과 靑서 환담회…"지친 국민들에게 희망·위로되길"
[서울=뉴스핌] 노민호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9일 국보인 '세한도'를 대를 이어 간직해오다 국민의 품에 안긴 손창근(91)씨를 청와대로 초청해 정부를 대표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손씨를 비롯해 자녀인 손성규 연세대 교수 내외 등을 청와대로 초청했다. 특히 차량과 담당 선임행정관을 미리 보내 손씨가 이동 시 불편함이 없도록 지원했고, 차량이 도착하는 장소에 대통령이 직접 마중을 나가며 기증자에 대한 배려와 예우를 다했다는 평가다.
이날 환담회는 지난 8일 문화재청이 주관하는 '2020년 문화유산 보호 유공자 포상'에서 금관 문화훈장을 받은 것을 계기로 마련됐다. 문화훈장 중 최고영예인 금관 문화훈장은 문화유산 정부포상을 시작한 2004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뉴스핌] 문재인 대통령.[사진=뉴스핌 DB] |
문 대통령은 손씨에게 "대를 이어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평생 수집한 국보·보물급 문화재를 조건 없이 국민의 품으로 기증한 모습은 우리사회에 큰 울림을 줬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또한 "기나긴 겨울을 꿋꿋이 이겨낸 세한도 속 소나무와 손창근님의 문화재에 대한 뜨거운 사랑이 코로나19로 지친 국민들에게 따뜻한 희망과 위로가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조선후기의 학자 추사(秋史) 김정희의 걸작인 세한도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무가지보(無價之寶.가격을 매길 수 없을 정도로 귀한 가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초라한 집한채와 고목 몇 그루가 한 겨울 추위 속에 묘사돼 있는 게 전부인 '소박한' 그림은 김정희가 유배지(제주도)에서, 제자인 역관 이상적에게 답례로 그린 것이다. 겨울 추위 속에서도 푸르름이 변하지 않는 소나무·잣나무는 유배가기 전이나 후에도 변함없이 자신을 대하는 제자를 표현한 것이다.
추사 김정희필 세한도(1844년).[사진=청와대] |
◆ 180년 세월 동안 주인 10번 바뀐 세한도
1974년 국보 제180호로 지정된 세한도는 180년의 세월을 거치는 동안 주인이 총 10번이나 바뀌었다. 일제강점기였던 1930년대 경성대 교수이자 김정희 연구자였던 후지즈카 지카시(藤塚隣)에게 넘어갔으나, 1944년 서예가이자 수집가인 손재형의 설득 끝에 조선으로 다시 가지고 올 수 있었다.
이후 골동품을 저당잡고 돈을 빌려주는 사채업자 손에 넘어간 세한도는 개성 거상인 손씨의 부친에게 소유권이 넘어간다. 이후 이를 물려받은 손씨가 현재까지 소장해 왔다.
아울러 이번 세한도 기증을 계기로 그간 손씨가 해왔던 선행도 주목받고 있다. 그는 현재까지 국보·보물급 문화재 203건, 총 305점을 국가에 기증했고, 지난 2017년에는 50억 상당의 건물과 현금 1억원을 카이스트에 기증했다. 이와 함께 지난 2012년에는 용인시 소재 산림 200만평(1000억원대)을 산림청에 기증했다.
한편 김정숙 여사도 이날 쉽지 않은 결정을 한 손씨와 가족들에게 '답례'를 했다. 세한도에 담긴 인장 '장무상망(長毋相忘.오랜 세월이 지나도 서로 잊지 말자)' 글귀와 손수 만든 곶감과 무릎담요를 선물하며 '오래 잊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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