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달러화 약세가 두드러진다. 최근 연일 연중 저점을 갈아치운 달러 인덱스는 2018년 4월 이후 최저치로 밀린 상황.
시장 전문가들은 추가 하락에 전력 베팅하는 움직임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백신이 본격적으로 공급되면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경기 한파가 진화되면서 턴어라운드가 현실화되는 한편 안전자산의 투자 매력이 꺾일 여지가 높다는 분석이다.
27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6개 바스켓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 인덱스는 장중 0.1% 가량 소폭 내리며 91.92에 거래됐다.
연초 96선에서 출발한 뒤 팬데믹 사태가 본격화됐던 3월 하순 103에 근접했던 지수는 최근까지 가파른 하락을 연출했다.
시장조사 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이날 장중 지수는 지난 2018년 4월22일 기록한 91.54 이후 최저치에 해당한다. 달러 가치가 32개월래 가장 낮은 수준까지 밀린 셈이다.
유로화에 대한 달러화 약세가 두드러진 가운데 유로/달러가 지난 9월 초 이후 처음으로 1.19달러 선을 뚫고 오르며 1.1922달러에 거래됐고, 중국 위안화를 포함한 신흥국 통화에 대해서도 달러화는 뚜렷한 내림세를 나타내고 있다.
다우존스 지수가 최근 3만 선을 뚫고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주가 강세와 달러화 하락이 맞물린 것은 백신 공급 기대감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중국 위안화와 미 달러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화이자와 모더나의 백신이 95%의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본격적인 공급 이후 바이러스 확산이 꺾이는 한편 경제 활동 재개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투자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인도 경제가 확진자 급증으로 인해 침체에 진입했고, 유럽과 미국 등 주요국에 2~3차 팬데믹 사태가 벌어지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리스크-온'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월가의 투자은행(IB)은 달러화가 2021년 더욱 가파르게 떨어지는 시나리오를 점치고 있다. 씨티그룹이 최근 보고서를 내고 달러화 20% 하락 가능성을 제시했고, ING가 최대 10% 추가 하락을 예고했다.
이 밖에 골드만 삭스도 최근 보고서에서 달러화가 앞으로 12개월 사이 6% 떨어질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달러 인덱스가 연중 고점 대비 10% 이상 급락했지만 여전히 고평가된 상태라고 골드만 삭스는 주장했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달러화 표시 자산 비중을 크게 늘려 놓은 데다 미국 주식의 밸류에이션 부담과 인플레이션을 따라 잡지 못하는 금리, 여기에 미국보다 빠른 성장 회복을 보이는 지구촌 경제까지 달러화에 작지 않은 악재라는 설명이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상황이 2000년대 초반과 흡사하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이른바 쌍둥이 적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뉴욕증시와 달러화가 동반 하락했던 약 20년 전과 구조적으로 닮은꼴이라는 얘기다. 특히 지난 2002년 달러 인덱스는 20%에 가까운 폭락을 연출했다.
블루베이 애셋 매니지먼트의 데이비그 라일리 전략가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뉴욕증시를 포함한 미국 자산에서 투자 자금이 해외로 이동하면서 달러화에 압박을 가할 여지가 높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위안화를 포함한 신흥국 통화가 강세 흐름을 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달러화는 연초 이후 위안화에 대해 5.5% 급락했다.
뱅크오브뉴욕멜론의 프란체스카 포나사리 외환 헤드는 "달러화가 내년 약세 흐름을 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변동성도 크게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2023년까지 제로금리 정책을 유지할 뜻을 밝힌 데다 신흥국을 중심으로 해외 경제의 회복이 상대적으로 강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달러화가 특히 주요국의 경기 회복 속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일 것이라는 데 공감대를 형서하고 있다.
higrace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