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주요20개국(G20) 금융기구가 20조달러 규모의 미 국채시장에서 지난 3월 나타난 대혼란의 주범으로 헤지펀드들을 지목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개입이 이들의 공격적 거래를 더욱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지난 봄 국채시장 교란의 일부 원인이 된 헤지펀드들의 레버리지 문제를 연준이 나서서 막아줬는데, 이는 헤지펀드들의 과도한 리스크 투자를 더욱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설명이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사진=로이터 뉴스핌] 2020.11.13 mj72284@newspim.com |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17일(현지시간) 금융안정위원회(FSB)는 이번 주 G20 정상회의에 앞서 보고서를 내고 "지난 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금융시장 중 한 곳에서 일어난 위기에서 비은행 금융기관의 역할을 파악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정책 행동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FSB는 특히 3월 미 국채시장 교란을 지목했다. 미 국채는 안전성과 미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기반으로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기둥 역할을 하고 있지만, 지난 3월에는 급격한 변동성을 보이며 연준의 개입이 필요한 상황이 됐다.
외국 중앙은행들이 주로 미 국채를 매각했지만, 당시 변동성은 헤지펀드들의 베이시스 거래(basis trade)로 더욱 과도해졌다고 FSB는 진단했다.
베이시스 거래는 현물과 선물 가격 차이를 이용한 투자 방법으로, 현물과 선물을 동시에 매도 또는 매수하는 거래 방식이다. 그 중에서도 국채 베이시스 거래는 변동성이 낮아 안정적인 수익원이 돼 왔지만, 지난봄에는 급격한 변동성으로 헤지펀드들이 상당한 손실을 입었다.
당시 대다수 글로벌 투자자들이 서둘러 자산을 현금화하는 과정에서 국채를 매각하면서, 헤지펀드들이 대규모 레버리지를 통해 이처럼 안정적 국채 베이시스 거래를 급격한 변동성과 혼돈의 장으로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연준이 개입하지 않았다면 헤지펀드들의 베이시스 거래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팬데믹 위기 와중에 미국 정부의 자본조달 능력까지 악화됐을 것이라 지적했다.
당시 미 국채시장 혼란이 지속되자 연준은 레포시장에 수조달러의 유동성을 투입해 시장 안정화에 나섰고 국채 무제한 매입을 약속했다.
하지만 당시 연준의 이러한 적극적 대처가 과거 은행 구제금융으로 비난을 받았던 대마불사 논란을 다시 일으켰다. 이번에는 헤지펀드들이 대마불사가 됐다는 지적이다.
FSB는 연준의 개입이 신속하고 대규모로 이뤄졌다고 평가하면서도 금융 시스템의 근본 구조의 메커니즘은 3월 혼란의 재현에 여전히 취약한 상태라고 경고했다.
이어 "적극적 정책 행동은 향후 민간 부문이 위기 시 중앙은행의 행동을 기대하게 만들 수 있다"며 "이는 (시장 교란의 주범이면서도 여전히 구제금융을 받을 수 있다는) 모럴해저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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