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유신 직후 내란선동, 반공법 위반 혐의로 기소
법원 "불법 구금과 가혹행위로 자백…유죄 증거 없어"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1972년 10월 유신 이후 첫 대학 공안사건으로 불리는 '고려대 NH회 사건'에 연루돼 수사기관의 고문을 받았던 피해자가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김창형 부장판사)는 내란선동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80)씨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고 18일 밝혔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사진=뉴스핌DB] 2020.08.03.goongeen@newspim.com |
A씨는 지난 1973년 고려대학교 부설 고대노동문제연구소 연구원으로 근무하던 중 반국가단체에 가입하고 내란을 선동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이듬해 대법원에서 징역 5년 및 자격정지 5년을 확정받았다.
당시 중앙정보부는 A씨가 남조선해방전략당 간부로부터 공산주의 이론에 대한 교육을 받고 현 정부 타도 및 사회주의 혁명을 확대하자는 선동을 받아 반국가단체 지하조직인 'NH회'에 가입했다고 봤다.
아울러 A씨가 해당 사건이 적발돼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음에도 고려대 학생들을 탄광 노동운동에 침투시켰다며 내란선동, 반공법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이후 A씨는 2018년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며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그러면서 "유신 이후 서울시경 대공분실과 중앙정보부의 불법 체포, 감금, 고문에 의해 조작된 첫 대학공안사건"이라며 "연구소 근무 중 알고 지내던 학생들이 강원도 소재 탄광으로 현장실습을 갈 수 있도록 도와줬을 뿐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하거나 내란을 선동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재심 재판부는 A씨가 수사기관에서 불법 구금과 가혹행위를 당해 자백 취지의 진술을 했다고 판단, A씨의 진술이 기재된 수사기관 조서와 진술서 등에 대해 증거능력이 없다고 봤다.
이와 관련해 "피고인은 중앙정보부 수사관들에게 영장 없이 강제 연행돼 구속영장이 발부될 때까지 약 5일 동안 불법 구금된 상태에서 조사를 받았다"며 "수사과정에서 가족은 물론 변호인도 만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불법 구금과 가혹행위로 인해 임의성이 없는 심리상태에서 자백 취지의 진술서와 경찰 피의자신문조서가 작성됐고 검사 조사단계에서 고문 등 자백 강요행위가 없었다 하더라도 임의성 없는 자백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 중 증거능력이 부여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하거나 내란을 선동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당시 A씨와 함께 기소돼 유죄를 선고받았던 피해자들은 2017년과 2019년에 각각 무죄를 확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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