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미국 유학 중 북한 방문…간첩 등 혐의
재판부 "현 시점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증명 부족"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1980년대 구미 유학생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간첩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동화(62)·김성만(63) 씨가 재심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등법원 형사6부(오석준 부장판사)는 21일 오후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양 씨와 김 씨에 대한 재심 항소심에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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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당시 피고인들의 행위가 현재 시점에서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실질적인 해악을 끼치는 것인지 증명이 부족하다"며 "1심의 결론을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 활동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하지만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사실 입증이 부족하다고 봤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5년 국가보안법 조항과 관련해 "통일·군사·안보 정책에 대한 건설적 비판, 남북상황, 대북정책 등에 대한 사적인 견해 피력은 반국가단체로서의 북한 활동을 찬양·고무·선전·동조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다"라며 "이적행위 조항으로 처벌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다.
앞서 양 씨 등은 1982년 미국에 유학생 신분으로 건너갔다가 1984년 귀국한 뒤 이듬해 이른바 '구미 유학생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국가안전기획부는 양 씨 등이 미국 등에서 유학할 시절 북괴 등 공산주의 체제에 포섭된 후 국내에서 간첩 활동을 했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이듬해 각각 사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1988년 사면받아 풀려났다. 이후 재심을 청구해 지난 2월 서울중앙지법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증거로 제출된 안기부 작성 피의자신문조서 및 진술서, 검찰 작성 피의자신문조서 등이 이들에 대한 고문 등 가혹행위로 인해 작성됐다고 인정하면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봤다.
그러면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피고인들이 반국가단체에 이익이 되거나 자유민주주의 질서를 해치는 등 국가를 위태롭게 하는 행위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양 씨 등은 35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검찰은 "북한 방문이 위법하다는 것을 알면서 간 것은 이적행위에 해당한다"며 항소했다.
변호인은 이에 "피고인들은 학술행사 목적으로 유럽에 방문한 뒤 제안을 받고 관광을 위해 북한을 방문했던 것"이라고 반박했고 항소심 재판부도 이를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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