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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병원비 '할인'해줬더니... 보험사가 보험금 깎아 '이익' 챙겨

기사입력 : 2020년11월17일 06:52

최종수정 : 2020년11월17일 08:29

병원직원·지인의 할인 전 의료비 보장해야
부지급 통보 약관, 작성자불이익 원칙 위반

[서울=뉴스핌] 김승동 기자 = # 2008년 A화재 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에 가입한 김 모씨는 지난 봄 발목 염좌로 치료를 받았다. 의료비는 약 200만원. 이중 지인할인으로 약 5만원을 감면받았다. 이후 보험금을 청구했다. A화재는 지인할인으로 감면받은 금액 '보상하지 않는 손해'라고 보험금을 과소 지급했다.

# 2013년 B생명 실손보험에 가입한 한 모씨도 김 모씨와 비슷한 사례를 겪었다. 지난 여름 무릎 연골을 다치는 사고로 입원, 지인할인으로 병원비를 감면받았다. 이후 할인 전 금액으로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B생명은 '지인할인 감면금액은 보상 대상이 아니다'라며 지급을 거절했다.

병원·약국 등 의료기관 직원·지인은 복리후생 혜택으로 의료비 일부를 할인 받는다. 이후 실손보험금을 청구하면 할인 전 금액을 보장 받아야 한다. 그러나 대형사는 물론 중소사들도 관행적으로 할인 후 금액으로 보험금을 지급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최근 실손보험 손해율이 문제가 되자 지인할인 후 금액으로 지급하는 보험사가 많아지고 있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의료기관 종사자나 가족, 지인이 복리후생 차원에서 의료비 일부를 할인 받았을 경우 보험사는 할인 전 금액으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 개인의 혜택을 보험사가 이득으로 취하는 것이 '이득금지원칙'에 어긋나는 탓이다. 그럼에도 보험사들이 관행적으로 할인 후 의료비를 보험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가령 의료비가 1000만원이 발생했고, 300만원의 할인 혜택을 받았다. 이후 보험금을 청구하면 보험사는 할인 전 금액인 1000만원을 지급해야함에도 할인 후 금액인 700만원을 지급하고 있는 것이다. 이해의 편의상 자기부담금 등은 감안하지 않았다.

즉 보험가입자(피보험자)의 개별적 사정에 의해 지원받은 '개인의 혜택'을 보험사의 이익으로 가져가고 있는 것. 병원은 환자에게 혜택을 준 것이지 보험사에게 혜택을 준 것이 아님에도 보험사가 중간에서 착복하고 있는 셈이다. 병원에서는 할인 혜택을 보지만, 보험금을 과소지급 받아 실제 혜택은 없는 셈이 된다.

의료비 할인 관련 문제는 잦은 민원 사항이었다. 이에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 2016(조정번호 22호)·17년(19호)를 통해 '할인 전 금액으로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있다', '피보험자 개별적 사정에 의해 발생한 의료비 지원금이 보험사의 이익이 되는 점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보험사는 여전히 할인 후 금액을 관행적으로 지급하고 있는 것.

[서울=뉴스핌] 김승동 기자 = 병원 지인 할인과 관련 실손보험금 논란 2020.11.12 0I087094891@newspim.com

보험사들은 의료비 할인혜택 대상자를 줄이기 위해 지난 2016년1월 약관을 변경했다. 기존에는 '직원복리후생제도로 의료비를 감면받은 경우 감면 전을 기준으로 의료비를 계산'한다고 명시했다. 이후 약관은 '감면받은 의료비가 근로소득에 포함되는 경우 감면 전을 기준으로 의료비를 계산'한다고 바꿨다. 감면받은 의료비가 근로소득에 포함된다는 내용을 구체화 한 것. 즉 병원·약국에서 급여를 받는 직원만 할인 전 금액으로 보험금을 지급하겠다는 의미다.

다만, 약관 변경 전인 2015년 이전 가입자인 김 모씨나 한 모씨는 의료기관의 지인할인으로 의료비를 감면 받았더라도 보험사는 할인 전 금액으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 약관 그 자체가 보험상품이다. 즉 두 사람은 지인할인 전 금액으로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원칙으로 해석된다. 그렇지 않다면 '작성자불이익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

조현덕 올바른보험교육 대표는 "실손보험 약관에 의료기관 관계자의 지인할인과 관련된 면책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지인할인과 관련 할인 후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을 잃은 것'이라고 일갈했다.

2016년 실손보험 일부 약관을 변경했지만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지인할인과 관련된 논란은 진행형이다.

실손보험은 대표적인 포괄주의 상품이다. 이유를 불문하고 보험사고로 발생한 의료비를 보상한다. 보상하지 않는다고 약관에 명시한 것만 면책이다. 약관이 모호하면 '작성자불이익원칙'을 적용한다. 약관에 명시한 보험사고에 한해서만 보험금을 지급하는 통상적인 열거주의 보험과 다른 점이다.

약관을 변경하면서 '의료비를 할인 받은 경우 할인 후 금액으로 의료비를 계산한다. 단 의료기관의 직원이 복리후생으로 할인 받은 경우 감면 전을 기준으로 의료비를 계산한다'고 약관을 좀 더 명확히 했으면 문제가 없었을 수 있었다.

◆ 지인할인 후 의료비로 보험금 지급...'의료남용 방지 차원'

최근 일부 병원은 비급여 의료비를 고의로 부풀린 후 할인금액을 적용한다. 환자에게 '할인 전' 금액으로 보험금을 청구하라고 귀띔한다. 가령 실제 의료비는 100만원이 발생했지만 진료비 영수증에 200만원을 기록한다. 환자는 200만원의 보험금을 청구, 수령한다. 의료비를 지출했지만 보험금을 더 받아 병원에 갈수록 이득이 발생하는 구조다. 보험금을 과다 지급하는 보험사만 손해다. 다만 보험사는 갱신시점에 보험료를 인상, 손해를 메운다. 최종적으로는 병원만 이득을 보게 된다.

지인할인의 범위를 넓히면 보험금 과대청구라는 도덕적해이 문제가 발생하며 이는 결국 손해율 상승으로 연결된다. 높은 손해율은 향후 보험료 인상 문제로 이어진다. 이런 문제로 인해 보험사들은 지인할인의 경우 실손보험금을 할인 후 금액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도덕적해이로 인한 손해율 인상을 억제해야 한다는 의미다.

보험사 관계자는 "지인할인은 직원복리후생제도가 아닌 병원의 영업행위를 위해서 운영하는 제도"라며 "이에 할인 후 금액을 지급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약관이 바뀐 2016년 이후 의료기관 직원의 가족까지는 할인 전 금액으로 보험금을 지급하지만, 지인할인의 경우에는 할인 후 금액으로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말했다.

오세창 지정법률사무소 본부장(손해사정사)은 "복리후생은 손익상계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직원복지를 위해 할인한 금액을 보험사가 차감하면, 병원이 보험사에 복리후생하는 결과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지인할인은 복리후생과 다른 개념으로 의료비를 디스카운트하는 것"이라며 "깎아준 가격이 실제 의료비이며, 실손보험에서 실제 의료비를 보상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 금감원, 소비자보호 차원에서 결정

지인할인에 대해서는 금감원도 아직 명확하게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손보험에 얽힌 이해당사자가 많고 그 구조가 복잡해 어떤 결정이 소비자보호를 위한 것인지 고민할 것이 많은 탓이다.

병원 직원의 복리후생에 대한 민원은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에서 고민, 조정결정을 내린 사례가 있다. 하지만 지인할인에 대해서는 아직 법원이나 분조위에서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또 지인할인 후 금액을 보험금으로 지급한다고 해도 보험사가 이득을 챙기는 것도 아니라는 입장이다. 향후 보험료를 산출이율에 지급보험금에 대한 손해율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만약 지인할인까지 감면 전 금액으로 실손보험금을 지급하면, 돈을 벌기 위해 병원에 다니는 사례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도 금감원이 우려하는 것 중 하나다. 이 경우 일부 가입자의 문제가 전체 보험료를 높이는 부작용으로 돌아올 수 있다.

약관 해석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도 분분하다. 실손보험은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성격을 모두 가지고 있다. 이에 이득금지원칙에 대한 선을 어떻게 그을 것인가도 논란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실손보험 지인할인 문제는 최근 논란이 되기 시작했다"며 "실손보험은 가입자가 많아 작은 결정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보호를 중점으로 근간에 지인할인의 범위 등을 규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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