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재산권 침해, 유료계약 체결해야" 공문
채권평가사 "등급공시 의무, 고객에 무료 제공"
한기평 등 다른 신평사에선 문제삼지 않기로
[서울=뉴스핌] 박미리 백지현 기자 = 한국신용평가가 시장에 나온지 수년이 지난 채권평가회사의 신용등급 제공 서비스에 뒤늦게 제동을 걸었다. 이제 한신평의 신용등급을 이용하려면 대가를 지불하라는 요구다.
공공재 성격의 신용평가사 신용등급 정보 이용을 두고 한신평만 뒤늦게 제동을 걸자 금융권에서는 의아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정이 같은 다른 신평사들도 채권평가사들에 문제 삼을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 |
여의도 증권가 / 이형석 기자 leehs@ |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신평은 최근 국내 채권평가사들에 "한신평 신용등급 정보를 고객사에 직접 제공하는 서비스를 중단하라"며 "정보가 필요하면 한신평과 유료 계약을 체결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직접적인 계약을 맺지않고 신용등급 정보를 사용하는 것은 지적재산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채권평가사들은 채권을 비롯한 각종 금융상품의 적정가격을 산출해 고객에 제공하는 사업을 하는 곳이다. 자산운용사, 증권사, 은행, 보험사 등이 주된 고객사다.
그 동안 채권평가사들은 이들 고객사에 편의를 제공하는 차원에서 신용등급 정보를 제공해왔다. 국내 신평사 3곳이 각 홈페이지에 공시한 기업 신용등급을 한 데 모아 고객사에 채권가격과 함께 보내준 것이다.
한 채권평가사 관계자는 "일괄적으로 한 번에 정보를 줬으면 좋겠다는 고객사들의 요구가 있어 신용등급 제공 서비스를 하게 됐다"며 "신평사들이 홈페이지에 무료로 공개한 신용등급을 취합한 후 제공한 것이어서 업계에서는 문제라고 인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편의를 감안해 제공한 서비스였기 때문에 고객사로부터 별도의 대가도 받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법상 신평사는 기업 신용등급, 평가의견서 등 정보를 자체 홈페이지, 금융투자협회 등의 홈페이지에 공시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이에 기업 신용등급과 같은 신평사 정보는 공공재처럼 인식돼온 게 사실이다.
특히 채권평가사들은 신평사 신용등급 정보를 가공한 것이 아니라, 정리해 전달하는 식으로만 서비스를 구현했다. 이에 다른 신평사들은 현재 채권평가사들에 신용등급 정보 제공 서비스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신평사 관계자는 "신용등급 공시는 의무이고 신용등급도 오픈된 정보여서 아무나 이용할 수 있다"며 "정보를 가공하거나 수익과 연관된다면 문제가 복잡해지겠지만, 오픈된 정보를 정리해 활용만 한다면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즉 가공도 없었고 유료도 아니었던 채권평가사의 신용등급 서비스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지는 않겠다는 의미다.
아울러 금융권에서는 한신평이 왜 지금에서야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인지도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채권평가사들이 고객사들에 신용등급 제공 서비스를 한 지는 이미 수년이 지났기 때문이다. 한신평 관계자는 "채권평가사들의 신용등급 제공 서비스를 최근에서야 인지했다"며 "인지한 즉시 얘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신평의 경고 이후 채권평가사들은 한신평 신용등급 전달을 중단했다. 현재는 다른 신평사 신용등급만 고객사에 전달하고 있다.
milpar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