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 홍보실 채용공고 지원자격에 '남성' 명시
경영진 "술 잘 마시는 남성 채용했으면 좋겠다"는 입장 전달
회사 측, 즉각 수정 조치…"여성제한 채용 절대 아냐"
[서울=뉴스핌] 김유림 기자 = 대웅제약이 홍보실 경력직원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지원자격을 남성이라고 명시하면서 성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대웅제약 측은 의사전달 과정에서 발생한 오해라며 곧바로 지원자격에서 남성을 삭제했으나 경영진이 '술 잘 마시는 남성'을 채용했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1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은 이달 초부터 홍보실, 재무기획실, 글로벌개발팀, 사업개발팀, 임상개발센터, 내분비신약팀, 오송QC팀 등 다양한 부서에서 경력직 사원을 수시 모집하고 있다.
문제는 홍보실 지원자격에 ▲팀장급 홍보 경력 15년 이상, 4년제 대졸 이상 '남성' ▲팀원급 홍보 경력 10년 이상, 언론홍보 경력 5년 이상 4년제 대졸 이상 '남성' 등 남성만 뽑는다고 게시한 것이다. 우대사항이 아닌 지원자격에 남성을 명시하면서 여성은 애초에 지원자격조차 없게 해놓은 것이다.
[서울=뉴스핌] 김유림 기자 = 10일까지 대웅제약 공식홈페이지에 게시된 홍보실 채용공고. [사진=대웅제약 홈페이지] 2020.11.11 urim@newspim.com |
대웅제약은 뉴스핌이 취재를 시작하자 뒤늦게 채용공고에서 남성을 삭제하고 여성도 지원 가능하도록 변경했다.
그러나 경영진이 '술 잘 마시는 남성'을 뽑았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홍보실 임원에게 전달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성차별 논란 소지는 여전한 상황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경영진이 (기자 미팅 등) 저녁 자리에 여성직원들을 자꾸 데리고 나가면 위험할 수도 있다면서 술을 좀 마실 수 있는 남자를 뽑았으면 좋겠다고 했다"며 "홍보실에서 인사팀에 "술 잘 마시는 남성이면 좋아요"라고 전달했는데 지원자격에 남성이라고 쓴 것 같다. 여성을 완전히 제한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홍보실 대외홍보팀장 포지셔닝을 새로 하는 중에 경영진이 얘기한 술을 잘 마시는 남자면 좋겠다고 인사팀에 전달한 게 채용공고까지 나가게 됐다"며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오해가 생겨서 바로 수정 조치를 취해놨다"고 재차 강조했다.
'술 잘 마시는 남성' 채용을 요구한 것에 대해서는 "다른 이유는 없고 저녁 자리 때문에 경영진에서 남자분이면 좋지 않겠냐고 제안을 주신 것"이라며 "여자는 지원하면 안 된다고 막아 버린 것이 아니다. 성별로 제한하는 건 없다"고 해명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채용 과정에서 성차별 판단 기준은 ▲여성을 배제, 여성만을 대상 ▲남녀를 직종별로 분리모집 ▲성별로 모집인원을 다르게 정함 ▲특정 성에만 다른 조건을 부여하는 경우 ▲모집·채용 정보를 성별로 다르게 제공·취합하는 경우 ▲채용시험 등에서 성별을 차등 적용 등이 해당된다.
특히 자격이 같음에도 특정 성을 낮은 직급·직위나 불리한 형태로 채용하는 경우, '관리직 남자 ○명, 판매직 여자 ○명', '남성 100명, 여성 20명' 등 문구도 유의해야 한다. 직무수행상 필요하지 않은 조건을 부과하는 경우도 성차별에 해당된다.
성차별 신고가 들어올 경우 노동부는 근로감독관을 파견, 시정 지시를 한다. 이후에도 똑같은 일이 반복되면 검찰에 고발, 형사처분까지 가능하다.
노동부는 "남자만 지원자격에 해놨다면 합리적 사유가 있어야 한다"며 "예를 들어 남성 목욕탕, 남성복 모델 등 남성이라는 특수성이 꼭 있어야 하는 경우만 가능하다"고 했다.
대웅제약의 성차별 채용 논란에 시민들도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직장인 김모(30) 씨는 "요즘 세상에 술 잘 마시는 남자만 뽑는 기업이 있다는 게 황당하다. 난 여자인데도 회식 마지막까지 남고 오히려 건장한 20~30대 남자 사원들보다 더 술을 잘 마시는 편"이라며 "프로끼리 일하는 자리인데 위험성을 미리 예측해서 성별로 능력치를 판단하다니 구차한 변명 같다"고 꼬집었다.
시민 최모(43) 씨는 "노가다를 해도 여성이 버티면 버티는 건데 홍보실에 남성, 여성이 무슨 상관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채용공고에서 무슨 소리를 들으려고 성별을 지원자격에 쓰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ur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