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수리업체 대표로부터 6500만원 받고 자격증 대여 혐의
1심 무죄→2심 벌금 500만원…대법원, 상고 기각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실제 문화재 수리업체에 근무하지 않으면서도 자격증을 대여해주고 해당 업체의 기술인력으로 등록, 이를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은 문화재 수리 기술자가 벌금 500만원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문화재 수리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문화재 수리 기술자 박모 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고 5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문화재 수리 기술자 자격증을 보유한 박 씨는 지난 2012년 3월부터 2년 동안 주로 단청을 보수하는 종합문화재 수리업 등록업체에 수리 기술 인력으로 등재됐다. 박 씨는 이 기간 동안 해당 업체 대표 강모 씨로부터 총 6500만원을 지급 받았으나 실제 박 씨가 이 업체가 수주한 보수 공사 현장대리인으로 근무한 것은 2012년 5월 29일부터 다음달 22일까지 약 한 달에 불과했다.
해당 업체 대표인 강 씨는 사실상 박 씨가 실제 업체 소속 직원인 것처럼 꾸미기 위해 건강보험 등 4대 보험에 가입해주고 보험료도 납부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에 박 씨가 해당 업체에 실제 근무하지도 않으면서 문화재 기술자 4명 이상이 근무해야 하는 수리업 등록요건을 갖추도록 하기 위해 자신의 자격증을 대여해준 것이라고 보고 그를 기소했다.
재판 과정에서는 문화재 수리 등에 관한 법률 해석을 두고 양측 입장이 갈렸다. 해당 법률은 무자격자가 자격증을 대여, 이를 이용해 기술자로 행세하면서 문화재 수리 기술자 업무를 행하려는 것을 알면서도 자격증을 빌려주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데, 이 사건에서는 박 씨가 자격증을 대여해 무자격자가 업무를 수행하도록 도운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문화재 수리업 등록요건이 갖춰지도록 돈을 받고 자격증을 대여한 행위 만으로도 범죄가 성립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1심은 무자격자가 자격증을 이용해 그 업무를 하려는 사정을 알고도 박 씨가 자격증 자체를 빌려줬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1심은 "문화재 수리 기술자의 업무 특성상 이들은 문화재 수리공사의 현장대리인으로 선정돼 그 현장에서 근무하는 것이 통상적이고 회사로서도 이들에게 일반 근로자와 같이 출근할 것을 요구하지 않는 것으로 보여 사무실에 거의 출근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자격증을 대여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 "업체 측은 수주실적이 많지 않았음에도 문화재 수리 업체 등록요건을 맞추기 위해 박 씨와 근로계약 체결 및 유지가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박 씨가 입금 받은 돈은 그에 따른 선지급 보수로 볼 여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2심은 그러나 이같은 1심 판결을 파기하고 박 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문화재수리기술자가 그 직무를 수행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에게 자격증을 빌려주어 기술자가 실제 고용돼 직무를 수행하는 것처럼 가장함으로써 부정한 방법으로 등록을 받아 수리업을 하도록 했다면 자격증을 대여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이 적극적으로 수리 기술자인 것처럼 행세해 직무를 수행하지 않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대법원 역시 이같은 원심 판단에 법리적 오해 등이 없이 옳다고 보고 박 씨 측 상고를 기각했다.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