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계 로비 의혹에만 관심...실체 규명·피해 구제는 뒷전"
대신증권 "라임이 부실·불법 운영...조직적 개입·부정 없어"
[서울=뉴스핌] 김경민 이학준 기자 =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옥중 폭로로 라임자산운용(라임) 환매 중단 사태가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라인펀드 가입자들은 여전히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사모펀드의 특성상 가입자 본인이 온전히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지만 펀드 가입 당시 판매사의 허술한 판매에 대한 명확한 실체 규명과 피해 구제가 아직 이뤄지지 않은채 정·관계 로비 파문에만 관심이 모인 탓이다. 특히 대신증권을 통한 펀드 가입자들의 피해 호소가 크다. 다만 대신증권 측은 라임이 부실하게 자금을 유용했으며 회사 차원에서의 조직적인 개입이나 부정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대신증권은 300여명이 넘는 고객에게 라임 펀드 2000억원어치를 판매했다. 현재는 대신증권에서 판매한 라임 펀드는 모두 환매 중단됐다. 이와 관련해 장모 전 대신증권 반포WM센터장은 투자자에게 손실 가능성을 숨기고 라임 펀드를 판매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정작 수사 기관에서 라임 펀드 판매사에 대한 책임 여부는 가려지지 않은 상태다. 게다가 김 전 회장이 잇달아 '옥중 입장문'을 내고 정·관계 로비가 있었다고 폭로해 검찰 수사가 검찰 비위를 규명하는 흐름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터라 피해자들은 용두사미식으로 '라임 사태'가 끝날까봐 우려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금융정의연대, 참여연대 등이 21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펀드 금융사기, 책임방기한 금융당국과 금융사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10.21 yooksa@newspim.com |
50대 여성 서모 씨는 "김 전 회장의 폭로로 어디까지 진실이 밝혀질지 솔직히 두렵다"면서 "서로가 서로를 덮으려고 한다면 피해자들한테 좋은 건 아닌 것 같다"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서씨는 노후자금으로 10년 동안 모은 1억원을 2018년 대신증권 반포WM센터를 통해 라임 펀드에 투자했다가 수익이 나자 1억원을 추가로 가입했다.
서씨 뿐만 아니라 50대 중반 여성 김모 씨도 2017년부터 대신증권 반포WM센터에서 라임 펀드에 2억원이 넘는 여유자금을 투자했다가 발이 묶였다. 김씨는 "정·관계 로비로 시끄러워지니 국민들도 라임 사기 피해에 대해 알게 된 부분은 장점"이라면서도 "피해 구제에 적극적이지 않은 부분은 아쉽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김씨는 "라임에서 만든 상품설명서 외에도 대신증권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관련 자료가 많았고, 간판 증권사에서 '대한민국이 망하지 않는 한 손실 날 일이 없다'고 보장하니 안 믿을 수 없었다"며 "1~2명이 속았으면 개인적으로 속았다고 할 수 있지만 수백 명이 속았는데 왜 법인에 대해서 기소하지 않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문했다.
검찰 수사가 정치인 뇌물 수사에 집중돼 있어 본질이 흐려지고 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라임 펀드에 2억원을 투자했다는 이모 씨(53·여)는 "장모 전 대신증권 반포WM센터장의 개인 일탈로 몰아가고 있을 뿐 판매사에 대한 제재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며 "제2의 라임 사태를 막기 위해선 '꼬리 자르기'가 아닌 판매사에 대해서도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대신증권 관계자는 "우리뿐만 아니라 판매사 모두 펀드 자체에 대한 심의를 거쳤고 문제없다고 판단했다. 펀드가 전략대로 운영만 됐다면 전혀 문제없는 상품인데 라임이 부실·불법 운영을 한 것"이라며 "사모펀드는 블라인드 펀드기 때문에 판매사에서 법적으로 알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손실이 없고 안전한 펀드다'라는 식으로 불완전 판매가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면서도 "장씨에 대한 재판 결과와 금감원 제재심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km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