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정몽구-정의선 '3大 경영' 완성
15일 첫 업무는 정세균 총리 등과 수소회의
미래 모빌리티로 새 시대 열겠다 천명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15일 회장직 첫 업무로 수소경제위원회에 참석했다. 정 회장은 이날 서울 양재동 사옥으로 출근해 각 계열사별 업무보고를 받고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열리는 2차 수소경제위원회 회의에 민간위원 자격으로 공식적인 대외업무에 나섰다.
이날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 회장은 정부와 현대차그룹이 그리는 수소사회를 위한 바쁜 걸음을 옮기고 있다. 민간기업 총수가 정부 주재의 위원회 위원 자격을 맡고 있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그는 지난 7월 출범한 정부의 수소경제위원회에 이어 이날 두번째 회의에 직접 참석했다.
정 회장이 취임하면서 현대차그룹은 전기차와 수소차, 개인용 비행체(PAV) 등 미래 모빌리티를 향한 새 시대를 맞았다. 정 회장은 회장 취임 첫날 '안전하고 자유로운 이동과 평화로운 삶'이라는 인류의 꿈을 강조하며 그룹의 미래 비전을 더욱 분명히 했다.
정 회장은 전날 현대차 이사회에서 회장으로 선임된 후 그룹의 비전을 미래차로 강조했다. 정 회장은 취임사에서 "자동차산업 또한 이전과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의 생태계 구축을 위한 변화와 혁신이 더욱 크게 요구되고 있다"며 이 같이 당부했다.
전 세계 자동차 산업 수요 감소와 함께 올초 불거진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악화된 대내외 경영 환경을 미래 모빌리티로 극복해 새 시대를 열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차] 2020.10.14 peoplekim@newspim.com |
◆ 전기차+수소차 등 미래 모빌리티...최종 목표는 '하늘'
현대차그룹이 정의선 회장 체제를 맞이하면서 고(故) 정주영 회장-정몽구 회장을 잇는 3세 경영의 막이 올랐다. 할아버지인 정주영 회장과 아버지인 정몽구 회장이 자동차 불모지인 한국에 자동차 산업을 일으킨 데 이어 정의선 회장은 전기차 등으로 변하는 자동차 격변기에 대비해왔다.
완성차 제조사로서 전통적인 내연기관의 자동차를 판매하는 것을 넘어 자동차와 정보통신(IT) 등 전 산업을 융합해 새로운 이동 시대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내년 초 전기차 전용 플랫폼으로 개발한 순수 전기차(프로젝트명 NE) 출시를 포함해 2025년까지 ▲하이브리드 13종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6종 ▲전기차 23종 ▲수소전기차 2종 등 총 44개 전기동력차를 선보이기로 했다.
NE는 정 회장은 물론 현대차그룹으로서 테슬라와 진검승부를 벌일 첫 모델로 꼽힌다. 그룹 최초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을 통한 전기차인 만큼, 한국의 전기차 대량 생산 시대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모델3 등 테슬라의 전기차도 순수 전기차 전용으로 개발됐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명실상부한 '수소차 세계 1위'인 수소차 사업도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수소차를 시작으로, 수소경제를 통해 수소사회를 만들겠다는 게 정 회장의 목표다.
2000년부터 수소연료전지 개발에 매진해 2012년 세계 최초 양산형 수소전기차인 투싼을 출시한 현대차는 2018년 넥쏘 수소차를 출시하며 수소차 부문 세계 1위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전 세계에 넥쏘 4987대를 판매해 수소차 판매 1위에 올랐다. 넥쏘는 올 들어서도 8월까지 내수 2987대, 수출 775대 등 총 3762대로 1위를 유지해 지난해 실적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2위인 토요타는 400여대 수준, 3위 혼다는 100여대에 불과하다.
게다가 수소전기 대형트럭인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XCIENT Fuel Cell)' 10대를 스위스로 수출하며 수소차 보급을 해외로 확대하며 전기차와 수소차의 투트랙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말까지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40대를 추가로 수출한 후 2025년까지 1600대, 2030년까지 총 2만5000대 이상을 공급할 계획이다. 스위스 수출을 시작으로 유럽 전역으로 수출을 확대하고, 북미 상용차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복안이다.
최근에는 수소차 넥쏘에 탑재되는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수출하기 시작하면서 수소사회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게 됐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 7월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발표한 '한국판 뉴딜국민보고대회'에 화상으로 참여해 "연료전지시스템은 선박이나 열차, 도심형 항공기, 빌딩, 발전소 등 일상의 모든 영역과 군사용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며 "수소를 이용한 전기 생산은 미래 친환경 에너지 솔루션이자 미래 핵심 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자부심을 숨기지 않았다.
[라스베이거스(미국)=뉴스핌] 김기락 기자 =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 부회장과 우버의다라 코스로샤히(Dara Khosrowshahi) CEO는 7일(현지시각) 개막한 '국제가전박람회(CES)' 현대차 전시관 내 실물 크기의 현대 PAV(개인용 비행체) 콘셉트 'S-A1' 앞에서 도심 항공 모빌리티 사업 추진을 위한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사진=현대차] 2020.01.08 peoplekim@newspim.com |
◆ 정주영·정몽구 회장이 일군 자동차, 하늘로 띄운다
전기차와 수소차 보급과 함께 현대차그룹은 도심 항공 모빌리티를 미래 전략으로 잡았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개인용 비행체, 드론 등을 통한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조성을 통해 '하늘을 나는 차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다. 정주영 회장과 정몽구 회장이 일군 자동차를 하늘로 띄우는 셈.
정의선 회장은 UAM의 본격적인 연구개발과 사업 추진 단계에 돌입했다. 올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제가전전시회(CES)에서 UAM을 세계 최초로 공개한 지 불과 수개월 만의 빠른 추진력을 보인 것이다.
정 회장은 이 자리에서 개인용 비행체를 세계 최초로 소개했다. 당시 정 수석 부회장이 공개한 개인용 비행체 'S-A1'은 세계 최대 자동차 공유 업체인 우버(Uber)와 협업해 만든 5인승 전기 비행체다.
전기차와 배터리의 발전은 비행체 상용화와 맞닿아있다. S-A1은 활주로 없이도 비행이 가능한 전기 추진 수직이착륙(eVTOL) 기능을 탑재한 타입으로 총 8개의 프로펠러를 장착해 최대 약 100km 거리를 비행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정 회장은 한국판 뉴딜국민보고대회에서 "전기차 배터리와 연료전지 시스템 기술을 활용한 공중 이동 수단으로 2028년 상용화해서 하늘 위에 펼쳐지는 이동혁명을 이끌어 나갈 것"이라며 새 모빌리티 시대를 강조했다. 정부는 이 보다 빠른 5년내 상용서비스를 기대하고 있다.
전기차와 수소차, 개인용 비행체를 통한 UAM 외에도 ▲자율주행 기술 ▲인공지능(AI) ▲로보틱스 등을 토대로 한 미래 스마트시티 구상도 보다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제조와 서비스를 융합한 모빌리티 서비스 사업도 본격화한다.
현대·기아차는 동남아시아의 그랩(Grab), 인도의 올라(Ola), 한국의 포티투닷(42dot) 등에 투자해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모빌리티 전문 기업인 모션(Mocean)과 퍼플엠(PurpleM)을 설립, 미래 모빌리티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정 회장은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갖춘 국내외 기업과 이종산업과의 개방적 협력도 속도를 낼 것으로 예측된다. 최근만 보더라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총수를 잇달아 만나 전기차 배터리 등 사업을 논의했다.
이런 맥락에서 재계는 정 회장이 대기업 뿐만 아니라 소규모 스타트업들에게도 과감히 손을 내밀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단적으로 지난해 9월 정 회장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만나 스타트업 등 창의인재들의 아이디어 제품을 살펴보며 보폭을 넓히기도 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 회장 선임에 따라 현대차그룹이 제시한 모든 이동 수단의 제조, 정비, 관리 등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서의 도약이 더욱 분명해졌다"며 "이를 통해 전 세계에 새로운 모빌리티 시대를 열겠다는 그룹의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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