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수사'는 최다 기록…압색영장 발부 5년새 10만건 증가
공판중심주의로 '피의자 진술→실질적 증거' 무게중심 이동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지난해 구속 상태로 1심 재판을 받은 피고인이 지난 10년간 가장 적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건 접수 대비 구속 인원 비율인 구속사건 비율도 10명당 1명(10%) 꼴로 2012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강제수사에 해당하는 압수수색영장 발부는 5년 사이 약 10만건 늘었다. 이를 두고 법원의 공판중심주의 기조로 혐의 입증에 대한 무게추가 피의자 진술에서 실질적 증거 현출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나타난 변화라는 해석이 뒤따른다.
7일 '2020년도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형사공판사건 중 구속사건 비율은 24만7063명 가운데 2만4608명(10%)으로 인원수로는 2010년 이후 가장 적었다. 90%에 이르는 22만2455명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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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뉴스핌] 김학선 기자 = 인천 을왕리해수욕장 인근에서 치킨 배달을 하던 50대 가장을 치어 숨지게 한 음주 운전자 A씨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윤창호법)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지난달 14일 오후 인천지방법원으로 출석하고 있다. 2020.09.14 yooksa@newspim.com |
구속 상태로 재판이 진행된 형사 사건은 △2010년 3만1015명(11.8%) △2011년 2만8326명(10.2%) △2012년 2만7169명(9.3%) △2013년 2만7214명(10.1%) △2014년 2만8543명(10.6%) △2015년 3만3224명(12.8%) △2016년 3만3272명(12.1%) △2017년 2만8728명(10.9%) △2018년 2만4876명(10.4%) △2019년 2만4608명(10%) 등으로 집계됐다.
법원은 2000년대 들어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른 공판중심주의를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불구속 수사·공개 재판 원칙이 자리잡고 있는 분위기가 통계에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강제수사에 해당하는 영장사건은 2010년 31만2886명에서 매년 증가하다 2018년 42만9985명으로 40만명대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지난해는 46만6329명으로 지난 10년간 최대치를 기록했다.
영장사건에는 구속영장을 포함해 체포영장, 감호영장, 압수수색검증영장, 감정유치장, 통신제한조치허가서, 통신사실확인자료제공요청 등이 포함됐다.
이중 지난 5년간 구속영장 발부율은 2015년 81.9%(3만1158건), 2016년 81.8%(3만2395건), 2017년 80.9%(2만8400건), 2018년 81.3%(2만4457건), 2019년 81.1%(2만4044건)로 감소 추세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자체도 2015년 3만8061건에서 지난해 2만9646건으로 지속해서 줄었다.
반면 압수수색영장의 경우 2015년 89.7%(16만5042건), 2016년 89.2%(16만8268건), 2017년 88.6%(18만1012건), 2018년 87.7%(21만9815건), 2019년 89.1%(25만8125건)으로 발부율이 감소하다 지난해 반등했다. 발부 건수도 해마다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검찰은 2015년 18만4000건에서 2019년 28만9625건으로 5년 사이 약 10만 건이나 많은 압수수색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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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5일 지난해 사법부의 조직 현황과 사법행정 운영, 각급 법원 주요 통계 등을 담은 '2020년 사법연감'을 발간했다. 해당 자료는 각급 법원이 지난 5년간 처리한 구속영장 및 압수수색영장 발부율을 집계한 누년비교표. [사진=2020년 사법연감 발췌] |
이처럼 강제수사로 이어지는 구속영장과 압수수색영장 사건에서 발부율의 차이를 보이는 것도 법원의 공판중심주의가 자리 잡으면서 파생되는 변화라는 해석이 나온다.
과거 인신 구속을 통한 진술 증거에 의존했던 수사·공판 방식이 점차 실제 증거나 법정에서의 진술 중심으로 무게 중심을 이동하면서 구속영장에 대한 검찰의 청구나 법원의 발부가 감소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법정에서 현출될 실증적 증거를 확보하는 데 필요한 압수수색영장 발부는 자연스럽게 증가했다. 디지털 포렌식 등 수사 기법의 변동도 압수수색영장 청구·발부율을 높이는 데 한몫했다.
이필우 법무법인 강남 변호사는 "법원이 공판중심주의로 나아가면서 검찰의 피의자 신문 조서는 더 이상 증거로서의 능력을 잃고 있다"며 "구속 상태에서의 진술은 의미가 없어지고,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 등 사법 정의에 합당한 경우에만 인신 구속을 하다보니 구속영장 발부율은 떨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법원은 검찰이 유죄를 입증할 증거를 최대한 확보할 수 있도록 허용할 필요가 있다"며 "압수수색영장은 기본적으로 많이 발부되고, 이런 취지가 지금의 통계로 나타난 것"이라고 덧붙였다.
kintakunte8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