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시각장애인 A씨, 강남 일대에 마사지업체 운영…의료법위반 기소
법원 "가벼운 안마도 처벌하는 것은 과도"…해외사례까지 들어 지적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현행법상 시각장애인만 취득할 수 있는 안마사 자격증 없이도 가벼운 마사지 시술은 가능하다는 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스포츠 마사지나 미용 마사지 등 모든 안마를 사실상 시각장애인 안마사에게만 독점적으로 허가하는 건 위법하다는 취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8단독 최창석 부장판사는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36)씨의 1심에서 "보건위생상 위해 우려가 없는 가벼운 안마행위까지도 무자격 안마행위로 처벌하는 것은 의료법 위임목적과 취지에 반하고, 처벌 범위가 부당하게 확장된 결과를 초래해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서울 강남 일대를 비롯해 수도권에 다수 지점을 가진 마사지 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현행 의료법상 안마사 자격증은 시각장애인만이 취득할 수 있고, 이에 따라 비시각장애인의 안마·마사지·지압 시술 등은 모두 불법이다. 검찰은 A씨를 비롯해 그의 업체에서 일하는 직원 모두가 무자격 시술을 했다며 A씨를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최 부장판사는 안마사에게 모든 형태의 안마를 독점하도록 하고 있는 보건복지부령 '안마사에 관한 규칙 제2조'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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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부장판사는 "시각장애인에 한해 안마사 자격을 부여한 것은 헌법상 생존권 보장이라는 의미가 있지만, 근래 안마나 마사지 시장의 수요가 폭증하고 있고 마사지업 종사자는 최소 10만명 이상으로 추산되는 데 반해 자격 안마사는 1만명도 채 안 되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며 "수요에 턱없이 못 미치는 시각장애인 자격 안마사에게 모든 안마행위까지 전적으로 독점하게 하는 것은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의 직업선택권과 평등권의 본질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 입장에서도 다양한 안마를 필요와 기호에 따라 선택해 즐길 수 있는 '행복추구권'이 침해당하는 상황이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탈법행위에 동참하게 하는 결과가 초래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안마사 자격을 시각장애인에게만 배타적으로 허용하면서 위반시 형사처벌까지 가하는 우리나라와 같은 현행 입법례는 전세계적으로도 찾아볼 수 없다"며 "대만의 경우 2008년 시각장애인만 안마업 종사가 가능하다고 한 법규정에 대해 헌법불합치 선고를 했고, 일본과 그 외 국가도 시각장애인에 대해 특혜를 주면서 보호하고 육성할 뿐 우리와 같은 비시각 장애인의 안마업 원천봉쇄라는 차별적 법령을 갖고 있지 않다"고 해외사례를 들어 설명하기도 했다.
다만 재판부는 A씨가 시각장애인에게만 안마사 자격을 허가하고 있는 현행 의료법 제82조 제1항과 제88조 제3호가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며 신청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은 기각했다. 최 부장판사는 "이 사건 법률 조항은 시각장애인에게 삶의 보람을 얻게 하고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실현시키려는 데에 그 목적이 있으므로 입법목적이 정당하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헌법재판소는 해당 법 조항에 대해 2008년 10월과 2010년 7월, 2013년 6월, 2018년 1월 네 차례에 걸쳐 모두 합헌 판단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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