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 설립근거 법령, 민법서 자동차관리법으로 정정
유관단체 의견도 묻지 않은 국토부 "문제 없다" 일축
[서울=뉴스핌] 노민호 기자 =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11월 설립·허가한 '한국자동차검사정비연합회'(정비연합회)의 근거 법령을 은근슬쩍 정정한 것으로 드러나 특정단체 특혜 논란이 일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 6월 22일 정비연합회의 설립 근거 법령을 기존 '민법'에서 '자동차 관리법'으로 정정해 설립허가증을 재발급했다. 이 과정에서 통상 사단법인 설립 전에 행하는 유관단체 의견도 묻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역사상 법인 설립허가증의 근거 법령을 정정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구설에 오른 정비연합회는 지난해 11월 5일 민법에 의해 설립됐다. 그런데 국토부는 7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법인설립 근거 법령을 당초 민법 제32조에서 자동차관리법 제68조로 정정해 재발급했다.
자동차 정비 모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주목할 만한 점은 최초 법인 설립 시점까지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 단체가 발행하는 '한국자동차정비사업회보(제13호)'에 따르면 법인 설립허가증을 정정·재발급한 시점은 지난 6월 22일이다. 하지만 새로 발급받은 설립허가증에는 2019년 11월 5일로 명시돼 있다. 이에 따라 법인 설립허가증이 7개월 간 소급 적용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정비연합회의 '태생'은 지난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전국자동차검사정비연합회'에서 탈퇴한 서울·경기·대구·광주·전북·전남조합 등 6개 조합이 복수연합회 설립을 결의, 국토부에 허가 신청을 냈다.
그러나 국토부의 허가는 쉽지 않았다. 자동차관리법상 '기존 연합회에 가입된 경우 신규 설립 연합회에 중복가입이 불가하다'는 법원판례와 유권해석 때문이었다. 국토부는 또한 '일부 조합이 조합원 총회를 거치지 않고 추진한 서면결의 등의 탈회는 정상적인 절차에 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존 연합회를 탈퇴했다고 보지 않는다'는 판례도 감안했다.
결국 정비연합회 6개 조합은 지난해 자동차관리법이 아닌 민법에 의해 설립 허가를 받게 되면서, 지금까지 단체를 운영해 오고 있다. 일련의 상황에서 국토부가 지난해 11월부터 공문서 등을 통해 정비연합회가 민법이 아닌 자동차관리법에 의한 법정단체임을 공공연하게 알렸다는 것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 지난해 11월 29일 국토부의 '자동차관리법 시행령 개정안 마련 등을 위한 간담회 개최 알림' 문건에는 이 단체가 '2019년 11월 5일자로 허가해 11월 8일자로 법인 설립된 자동차관리법 제 68조에 따른 법정단체'라고 명시돼 있다.
동종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토부가 민법에 의해 단체 설립을 허가해놓고, 슬그머니 자동차관리법에 의해 허가한 단체라고 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지난 4월 개정·공포된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시행을 위해 위임 사항을 규정하는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조만간 공포할 시점과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개정된 자배법은 다음달 8일부터 시행된다. 보험·정비업계 간 정비요금 분쟁을 해결하고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위해 공익위원 및 업계 대표위원 15명으로 구성된 협의회를 운영토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에는 협의회를 구성하는 15명 중 보험업계 대표위원 5명은 손해보험협회에서 추천한 사람 중에서, 정비업계 대표위원 5명은 자동차관리법 제68조에 따라 설립된 연합회에서 추천한 사람 중에서 위촉하도록 했다.
한편 국토부는 "민법에 의해 정비연합회 설립 허가를 내준 것은 맞다"면서도 "그 구성원인 사업조합과 목적 사업이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설립된 단체가 명백하기 때문에 문제 될 것이 없다"고 해명했다.
전국자동차검사정비연합회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감사원에 감사 청구를 신청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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