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군 출범 계기된 8.1 봉기의 홍색 영웅 도시
8.1정신으로 코로나 영향권에서 빠르게 탈출
[뉴스핌 베이징 = 최헌규 특파원] 루이진(瑞金)에서 출발한 기차는 3시간 만에 난창(南昌)에 도착했다. 9월 14일 밤 10시 30분, 늦은 시간이었지만 장시(江西)성 성도인 난창의 난창 서역은 플랫폼에서 쏟아져 나오는 사람과 지하철로 환승하려는 사람들이 뒤섞여 몹시 붐볐다. 징강산(井岡山, 吉安시의 현급시)에서 루이진으로, 루이진을 돌아 장시성의 성도인 난창으로 들어오는데는 모두 4일이 걸렸다.
지하철이 있는 장시성의 수도 난창은 코로나19 검역이 징강산과 루이진에 비해서는 다소 엄한 편이었다. 하지만 젠캉바오(健康 앱)와 체온만 정상이면 별다른 제지를 받지 않는다. 공유택시 디디를 불러타고 역사를 벗어나자 제일 먼저 '8.1' 구호가 눈에 띈다. 1927년 공산당이 주도한 8월 1일 봉기(8.1 起義)는 난창의 혁명 정신이 됐고 난창은 '8.1'을 홍색 도시의 간판으로 내걸었다.
14일 아침 호텔 종업원에게 물어보니 먼저 8.1광장을 돌아보라고 권한다. 스마트폰을 열어 키워드로 '8.1'을 입력하니 8.1광장을 비롯해 8.1대도(大道), 8.1대교 등 8.1과 관련한 여러 지명이 나타난다. 둥후(東湖)구 8.1 광장을 클릭하고 3분을 기다리자 디디택시가 도착한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디디 택시 기사는 더할나위 없이 훌륭한 여행가이드다. 하나를 물으면 10가지를 알려준다.
[뉴스핌 베이징 = 최헌규 특파원] 장시성 난창시 난창 서역에서 탑승객들이 모두 마스크를 착용한 채 검표원들에게 건강 앱을 제시하고 있다. 2020.09.17 chk@newspim.com |
기사는 난창에서 1927년 8월 1일 난창 기의(봉기)가 일어났고 공산당의 군대인 인민군이 출범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난창은 혁명도시이며 영웅의 도시라고 말했다. 8.1광장은 혁명 정신을 되새기는 곳이라고 덧붙였다. 이곳 광장은 난창의 경제 레저 문화 중심지이며 난창의 심장부와 같은 곳이다.
광장에는 '8.1 난창 기의 기념탑'이 웅장한 모습으로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사진 작가는 금빛으로 쓰여진 글씨가 혁명원로 예젠잉(叶剑英)이 직접 쓴 것이라고 알려줬다. 기념탑 3면에는 봉기와 적 타도 승리 등을 내용으로 한 조각이 새겨져 있었다.
8.1광장은 8.1 대도와 인접해 있고 베이징 서로, 중산로 등으로 이어지는 난창 교통의 중심지기도 하다. 난창에는 징강산과 루이진에는 없던 파란 하늘색의 칭쥐(청귤) 공유자전거가 운영되고 있었다. 스마트폰으로 스캔한 뒤 1.5위안 짜리 청귤 자전거를 타고 광장을 나서자 얼마안돼 중산로라는 곳에 이른다.
8.1광장에서 가까운 이곳 중산로는 난창에서도 가장 번화한 상업 중심가 가운데 한 곳이다. 사무용 빌딩이 즐비하고 백화점과 잡화상점 스마트폰매장 패션 복장가게 영화관 미용점 레스트랑 음식점 등 한마디로 쇼핑과 함께 놀고 먹고 마시는 여행자 천국이다.
[뉴스핌 베이징 = 최헌규 특파원] 9월 14일 장시성 난창시 창베이공항 로비에 유커들이 북적이고 있다. 2020.09.17 chk@newspim.com |
청귤 자전거를 타고 한참 가다보니 8.1기념관이 눈에 들어온다. 오래전인 2007년에 한번 와 본 곳이다. 문 앞을 지키는 보안 경찰은 매주 월요일은 정기 휴관 일이라며 오늘은 입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기념관을 떠나 자전거 페달을 밟는데 지하철 역이 나타난다. 낯선 도시에서의 여행에 전철만큼 유용한 수단도 없다. 도시에서 가볼만한 곳은 죄다 전철역으로 표기가 돼 있기 때문이다. 인구 600만 명의 난창에는 지하철 1,2호선 2개노선이 운영되고 있었다. 점선으로 표시돼 있는 3, 4호선도 조만간 운영될 예정인 것 같았다.
위챗 결제로 지하철 표를 구입했다. 크림슨 색의 동그란 플라스틱 코인으로 만든 지하철 표가 이색적이다. 짧은 구간 요금이 2위안으로 베이징보다 훨씬 저렴하다. 수도 베이징에 비해 전반적으로 물가가 많이 낮은 것 같다. 평일 낮시간인데도 전철은 많은 승객들로 붐볐다.
지하철 이동인구가 도시의 활력을 재는 지표중 하나이고 보면 난창의 경제도 중국 다른 도시처럼 빠른 속도로 코로나19의 영향권에서 빠져나오고 있음이 분명했다. 두어 정거장을 지나 난창시가 가장 자랑거리로 여기는 텅왕거(滕王閣) 역에서 하차했다.
[뉴스핌 베이징 = 최헌규 특파원] 장시성 난창시 난창 서역 기차역 로비에 '해외유입 코로나 방심하지 말고 코로나 내부 재발생에도 유의하자'는 내용의 전광판 선전 광고가 눈길을 끌고 있다. 2020.09.17 chk@newspim.com |
여행 비수기이고 평일인데도 텅왕거 누각은 여행객들의 발길로 북적였다. 텅왕거는후베이(湖北) 우한(武漢)의 황허루(黃鶴樓), 후난(湖南)성 웨양루(嶽陽)시 웨량루와 함께 중국 '강남의 3대 누각'으로 불린다.
텅왕거는 도시의 젖줄인 간장(赣江) 동쪽 편에 고풍스런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당나라때 이세민의 동생 '텅왕'에 의해 지어진 뒤 29차례 중축이 됐으며 난창 여행 1번지라는 별명을 얻고 있다. 현재는 5A 관광지로 지정돼 있다.
텅왕거 누각에 올라 바라보니 공항 방면 간장의 상류 쪽으로 8.1 봉기를 기념해 건립한 8.1대교가 눈에 들어온다. 덩샤오핑 방문을 계기로 대교 입구에 설치한 개혁개방 상징물 '흑묘 백묘' 조각상도 예전 그대로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베이징= 최헌규 특파원 c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