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서봉총 재발굴 성과 보고서 발표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경주 서봉총에서 신라시대 왕족들이 돌고래, 성게, 복어를 제사에 바친 흔적이 발견됐다. 이는 일제강점기 조사에서도 확인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삼국사기'와 '삼국유사'같은 역사기록에도 나오지 않아 학계서도 주목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서봉총 재발굴 조사에서 나온 돌고래 동물 유체 [사진=국립중앙박물관] 2020.09.07 89hklee@newspim.com |
국립중앙박물관(관장 배기동)이 7일 밝힌 서봉총 재발굴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신라에서 무덤 주인공을 위해 귀한 음식을 여러 개의 큰항아리에 담아 무덤 둘레돌 주변에 놓고 제사를 지낸 전통이 있었다. 재발굴 조사는 2016~2017년까지 진행됐다.
서봉총 남분의 둘레돌에서 조사된 큰 항아리 안에서 동물 유체(발굴에서 출토되는 동물 생태물로 뼈, 이빨, 뿔, 조가비 등)들이 많이 나왔다. 큰 항아리 안에서 종과 부위를 알 수 있는 동물 유체는 총 7700점이다. 이 중 조개류는 1883점, 물고기류는 5700점이 대다수지만 아주 특이하게 바다 포유류인 돌고래, 파충류인 남생이와 함께 성게류가 확인됐다. 이 밖에도 신경독을 제거하지 않으면 먹기 어려운 복어도 발견됐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이번에 확인된 동물 유체들은 신라 무덤 제사의 일면을 밝히는 정보이면서도 당시 사람들의 식생활을 알려주는 좋은 자료"라며 "동물 유체에서 연상되는 복어 요리, 성게, 고래 고기는 당시 신라 왕족들이 아주 호화로운 식생활을 즐겼다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경주 서봉총 남분 큰항아리 내부 동물 유체 발견 모습 [사진=국립중앙박물관] 2020.09.07 89hklee@newspim.com |
이어 "조개는 산란기 때 독소가 있어 식용하지 않는 점, 또 많이 확인된 청어와 방어의 회유 시기 등을 고려할 때 이들은 대부분 가을철에 포획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와 함께 이 제사가 무덤 축조 직후에 실시된 점을 고려하면 서봉총의 남분은 가을에 완성됐을 가능성이 크며 이는 서봉총 북분과 남분의 주인공을 연구하는데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고 첨언했다.
추후 국립중앙박물관은 서봉총의 발굴 성과를 적극 활용해 전시 등으로 공개하고 학계와 대중에게 신라 왕족의 무덤을 이해하는 기초 자료가 될 수 있도록 연구를 심화시켜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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