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이흥구 신임 대법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 앞서 "오로지 공정하고 정의로운 재판에만 마음을 쏟고, 사회적 약자의 정당한 이익을 수호하는 데 소홀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후보자는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 출석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대학시절 신군부 독재에 맞서 학생운동을 하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돼 유죄 판결을 받은 경험을 언급하면서 법관의 길을 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 후보자는 "저는 법관으로 임관할 당시 이미 사회적 약자의 삶을 다양하게 경험했다"며 "구속되어 강압적인 수사를 받으면서 조사자와 피조사자 모두의 인격이 극단적으로 무너질 수 있음을 알게 됐고, 수사기록을 형식적으로 확인할 뿐 피고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재판이 얼마나 위험한지도 깨닫게 됐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이흥구 대법관 후보자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2020.09.02 kilroy023@newspim.com |
이어 일각에서 제기하는 정치적 편향성 우려에 대해서도 "이러한 경험으로 오히려 근로자나 약자의 삶과 사회현상을 더 잘 이해하게 되어 편견 없는 재판을 할 수 있게 됐고 공정한 재판을 할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갖게 되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보도연맹사건 재심과 한센병 환자들의 건물철거소송 등 자신이 내린 판결을 언급하면서 "27년간 법관생활을 하면서 제가 꿈꾸어온 재판의 모습은 분쟁 당사자들의 주장이 법정이라는 용광로에 여과 없이 투입되어 때로는 토론하고 때로는 타협함으로써 서로가 납득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 결론을 만들어 내는 '살아있는 재판'을 하는 것"이었다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특혜가 아니라 다수의 부당한 횡포로부터 헌법상 보장된 권리를 지켜주는 것이라는 신념으로 재판에 임해왔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마지막으로 "사법부의 힘과 권위는 국민의 신뢰로부터 나오는 것이고 법원의 신뢰는 재판의 독립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지키는 공정하고 투명한 재판, 충실한 심리에 기총한 성심을 다하는 재판을 통해서만 회복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만일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법관의 직을 맡게 된다면 오로지 법과 양심에 따른 공정하고 정의로운 재판에만 마음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후보자는 1963년 경남 통영에서 태어나 서울대 공법학과를 졸업하고 1990년 제32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22기로 사법연수원을 수료했다.
그는 '국보법 1호 판사'로도 유명하다. 전두환 정권 시절인 1985년 이른바 '깃발사건'으로 불리는 서울대 민주화추진위원회 사건에 연루돼 국가보안법상 고무·찬양 등 혐의로 구속되고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았다. 그의 1심 유죄를 선고한 주심 판사가 오는 9일 퇴임하는 권순일 대법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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