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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업계 "거리두기 3단계면 손 쓸 방법이 없다"…줄도산 현실화 우려

기사입력 : 2020년08월28일 11:07

최종수정 : 2020년08월28일 11:07

3단계 격상하면 이동제한 조치? 정부도 '발등에 불'
HDC에 아시아나 인수대금 1조 깎아준다 파격 제안
항공업계 "생존위기 심각하게 고민할 때" 한 목소리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사회적 거리두기가 3단계로 격상되면 국내 항공업계 줄도산이 현실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동제한 조치가 내려질 경우 직원들의 순환 휴직과 국내 항공여객 수요로 버텨온 저비용항공사(LCC)들은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어서다.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아시아나항공의 인수대금을 깎아주는 등 추가 자금 지원 방안을 내놨지만 '임시방편'이라는 분석이다. 항공업계 입장에서 방역 강화 조치는 이해하지만 3단계 시행은 더이상 손 쓸 방법이 없는 사실상 '사형선고'라는 분위기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일일 400명대로 증가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3단계로 격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정부는 상황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다"며 "필요한 조치는 신속하고 과감하게 취하겠다"고 밝혔다.

[영종도=뉴스핌] 정일구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한국인 입국을 제한하는 국가가 늘어나고 있는 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항공기들이 멈춰 서 있다. 2020.03.02 mironj19@newspim.com

항공업계는 3단계 조치 후 내려질 '이동제한'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는 10명 이상 모임·행사가 전면 금지된다. 영화관, 카페 등은 문을 닫아야 하고 당연히 여행 수요도 급감할 수 밖에 없다. 특히 강제적으로 이동제한 조치가 내려질 경우 간신히 국내 항공수요로 연명해온 LCC들은 사실상 셧다운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국내 항공여객 수요는 급감하고 있다. 지난 주말 국내선 여객 수는 18만여명 수준으로, 전주 대비 20% 가까이 줄었다. 국제선 운항이 막힌 LCC들이 최근 국내 노선을 공격적으로 늘린 상태로 타격은 더 크다. 특히 LCC는 화물기 영업망도 갖추지 못해 대안이 없는 상태다.

LCC업계 관계자는 "대형항공사들이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빠진 노선을 LCC들이 채울 정도로 국내선 취항에 집중해 왔다"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 더 이상 손 쓸 방법이 없다"고 전했다.

LCC 구조조정은 본격화되고 있다. M&A가 무산된 이스타항공은 지난 27일부로 희망퇴직 접수에 들어갔다. 직원 절반 수준인 700명 가량이 옷을 벗을 예정이다.

정부도 사안의 시급함을 인식하고 지원방안을 내놨다. 정부가 지난 27일 발표한 '항공산업 지원방안'의 핵심은 그간 지원에 인색했던 LCC와 지상조업사 등 계열사에 대한 자금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는 데 있다.

대형항공사는 기간산업안정기금을 바탕으로, LCC는 유상증자, 비용절감 등 자구노력을 전제로 P-CBO 등 정책 금융기관의 금융프로그램으로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또 그간 기안기금 지원을 받지 못한 지상조업사 등 계열사는 협력업체 지원프로그램을 신설해 항공사에 대한 지원과 별도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항공수요 회복 시기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항공산업 생존을 위한 정부의 추가 지원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했다"며 "기안기금 등 단기적인 현금유동성 지원을 넘어 체질 개선 및 경쟁력 강화에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영종도=뉴스핌] 정일구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환자 중 해외 유입 확진자가 34명으로 확인된 2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07.22 mironj19@newspim.com

이같이 정부가 항공사에 대한 지원 대상의 폭을 넓힌 이유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항공산업이 심각하게 '생존위기'에 직면했다고 판단해서다. 그간 아시아나항공 M&A와 관련해 HDC현대산업개발 측에 대승적인 판단을 촉구했던 정부가 추가 자금 지원을 제안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26일 이동걸 산업은행장은 정몽규 HDC현산 회장을 만나 인수대금을 1조5000억원으로 1조원 낮추고 추가 자금지원 방안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업계에선 항공업계 부활을 위해서는 결국 국내외 항공수요가 살아나는 길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발발 후 지금까지 항공업계에 모두 3조3000억원 가량을 쏟아부었지만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은 지금 결국 '밑 빠진 독에 물붓기'에 그쳤다.

정부는 대형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에 가장 많은 1조7000억원을, 대한항공에 1조2000억원을 각각 지원했다. 5곳의 LCC에는 모두 3035억원을 지원했다. 에어부산 985억원, 제주항공 700억원, 에어서울 500억원, 티웨이항공 450억원, 진에어 400억원 등이다.

한 대형 항공사 관계자는 "정말 방법이 없다"며 절망적인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항공업계에서 얼마 전까지 자가격리 2주 등 출입국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국제선 수요를 회복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했었지만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이같은 요구도 힘들어졌다"며 "방역수칙을 잘지켜 3단계 조치가 내려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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