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계 분쟁, 사드 사태 등 롯데는 가장 중요한 시점...후진에게 기회줘야"
[서울=뉴스핌] 박효주 기자 =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이 퇴임 소회를 담은 서신을 지인들에게 발송했다. 외부에서 롯데그룹을 도와준 이들에게 감사함을 담아 직접 글을 작성했다.
황 부회장이 서신을 공개한 것은 갑작스런 퇴임에 대한 일련의 추측을 불식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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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각규 롯데그룹 부회장. dlsgur9757@newspim.com |
황 부회장은"8월 31일자로 롯데지주 대표이사직을 내려놓는다. 내년 정기 주주총회까지 이사회 구성원으로 이사회 의장직만 유지한다"며 "롯데그룹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신 많은 이들에 진심으로 감사를 전한다"고 운을 뗐다.
롯데맨으로 살아 온 40년 간 그룹의 역사를 같이해 온데 대한 자부심도 드러냈다.
황 부회장은 "1979년 호남석유화학 여천공장에 현장 엔지니어로 입사한 후 1995년 국제부 초대 국제부장으로 부임해 24년 9개월간 신동빈 회장과 그룹의 성장의 역사를 함께 했다"며 "1995년 롯데그룹의 매출은 6조원 남짓이었다. 현재는 70조원으로 성장했다. 성장의 역사에 함께할 수 있던 것은 선후배와 외부에서 도와준 많은 분들 덕분"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황 부회장은 국제실에서 근무하며 그룹의 플랫폼이 되는 롯데닷컴, 로지스틱스, 정보통신 등을 설립했다. 이들 기업은 현재 롯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또 2000년 초반부터 지난해까지 총 80여건의 인수합병(M&A)을 주도했다. 인수된 기업은 그룹 성장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중요 계열사로 성장했다.
그룹의 숙원사업이던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건설에도 앞장섰다. 2010년부터 건설에 들어간 월드타워는 2017년 4월 오픈했다. 같은해 10월 롯데는 지주회사로의 전환을 완료해 거버넌스 체계 정비도 완료했다.
일련의 성장에도 최근 롯데그룹 대내외적 환경 변화는 황 부회장이 사임을 결단하게 한 이유인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해 말 황 부회장은 신 회장에 사임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는 "롯데는 최근 후계구도 분쟁과 사드, 한일 갈등, 코로나19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디지털 혁신에 따른 신사업 창출 요구 등 가장 중요한 시점에 놓여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 상황에 후진들에 새로운 기회를 줘야 한다고 판단해 지난해말 신동빈 회장에 사임 의사를 표명했다"며 "후임으로 롯데하이마트 대표를 맡고 있던 이동우 사장이 부임했다. 앞으로도 롯데에 변함없는 지원과 지도편달을 부탁한다"고 끝맺었다
hj030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