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의견 묻지 않은 실수 인정하고 정책 추진 중단해야"
"공권력 내세워 겁박하는 것은 불에 기름 붓는 결과가 될 것"
[서울=뉴스핌] 정경환 기자 = 대한의사협회가 의대 정원 확대 등 정책 추진을 보류하겠다는 정부의 유화책에도 불구하고 파업을 강행한다. 정부가 다소 누그러진 제스처를 취하고 있지만, 의료계 반발이 심해 잠시 피해가겠다는 것일 뿐이라는 이유에서다.
의협은 22일 '정부의 담대한 결단을 기대합니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통해 "젊은 의사들의 정당한 의사표출에 대해 공권력을 내세워 겁박하는 것으로는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의협 측은 그러면서 "이는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키는 것으로, 이미 불이 붙은 의료계의 분노에 기름을 붓는 결과가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한다"며 "현재대로라면 단체행동은 예정대로 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지난 14일에 이어 오는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간 2차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지난 19일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의·정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입장문에서 의협은 "오늘 보건복지부는 '수도권의 코로나19가 안정될 때까지' 의대 정원 확대 등의 정책 추진을 '유보'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교육부로 넘겨야 하는 의대 정원도 '당분간' 통보하지 않겠다고 밝혔다"며 "사실상 조속한 시일 내에 정책을 다시 추진할 것을 분명히 한 것으로 이해된다"고 했다.
이어 "정부는 코로나19의 엄중한 상황을 내세워 의료계에 읍소하는 듯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으나, 일관되게 정책 추진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면서 "다만, 의료계의 반발이 심하니 잠시 숨을 고르겠다는 것과 다름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의협은 정부를 향해 사태 해결을 위해 담대한 결단을 촉구했다.
의협은 "국민 앞에서 정부에 간절하게 요청한다. 부디 행정부의 위상에 걸맞은 담대한 결단을 내려 달라"며 "정책 추진 과정에서 의료계에 의견을 묻지 않은 실수를 겸허하게 인정하고 정책 추진을 중단하라. 그리고 코로나19의 종식 후에 여러 문제의 해결을 위해 의료계와의 합의를 원칙으로, 협치와 존중을 실현해 나가겠다고 당당하게 약속해 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소통을 거부당하고 정책의 파트너로 인정받지 못한 과정에서 의료계의 청년들은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며 "그런데도 이런 상황을 초래한 당사자인 정부는 여전히 스스로의 체면과 자존심 때문에 동어반복만을 계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당당하게 문제를 인정하고 통 큰 결단을 내리는 것과, 명분과 자존심에 집착해 의지만 있으면 당장이라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계속 악화시키는 것 중에 어느 것이 대한민국의 국격에 맞는지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며 "부디 담대한 결단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복지부는 이날 코로나19의 엄중한 위기 상황을 감안해 의대 정원 증원과 공공의대 신설 등과 관련해 수도권의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정책 추진을 유보, 이후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의료계와 논의를 하며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달까지 의대 정원 규모를 교육부에 통보해야 되는데, 이 역시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보류했다.
복지부 측은 "의료인들도 이러한 코로나19의 위기 상황과 정부의 정책 추진 유보를 감안해 진료 현장으로 복귀해 달라"고 당부하며 "수도권의 전공의 등에 대해서는 업무개시명령을 곧 발동할 예정"이라고 했다.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