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지사 "식민지 백성으로 살았다는 것이 죄는 아니다"
원 지사 발언에 광복회원과 독립유공자 유족 등 항의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제75주년 8·15 광복절 축사 기념식에서 보수를 비난한 광복회장 축사에 강하게 반발했다.
원 제주지사는 15일 조천체육관에서 열린 8·15 광복절 경축 기념식에서 "김원웅 광복회장님, 우리 국민의 대다수와 제주도민들이 결코 동의할 수 없는 매우 치우친 역사관 들어가 있는 이야기를 기념사라고 광복회 제주지부장에게 대독하게 만든 이 처사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원희룡 제주지사 2020.07.15 leehs@newspim.com |
이날 김률근 광복회 제주도지부장은 "이승만이 친일파와 결탁했다" "안익태는 민족반역자" "전 세계에 민족을 외면한 세력이 보수라고 자처하는 나라는 대한민국 뿐"이라는 내용이 담긴 김원웅 회장의 기념사를 그대로 읽었다.
김 회장 기념사에는 "현충원 명단에 독립군 토벌에 앞장선 자가 묻혀있다. 대한민국은 민족 반역자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유일한 나라"라는 대목이 있었다.
이에 원 지사는 "조국독립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운분들 진심으로 존경하고, 그분들의 뜻을 기리기 위해 평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하지만 태어나보니 일본 식민지였고, 거기에서 일본 식민지의 시민으로 살아 가면서 선택할 수 없는 인생경로를 살았던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비록 모두가 독립운동에 나서진 못했지만, 식민지 백성으로 살았다는 것이 죄는 아니다. 앞잡이들은 단죄를 받아야 하지만, 인간은 한계가 있는 것이고, 특히 역사 앞에서 나라를 잃은 주권 없는 백성은 약하기만 하다"고 털어놨다.
원 지사는 "또 민주화를 위한 많은 희생들이 있었다. 오늘의 선진 대한민국을 만드는데는 많은 분들의 공이 있있고 공의 그늘에는 과도 있었다. 지금 75주년을 맞은 광복절 이 때에 역사의 한 시기에 이편 저편을 나눠 하나만이 옳고 나머지는 단죄화 돼야 하는 그런 시각으로 우리 역사를 조각내고, 우리 국민을 다시 편가르기 하는 그런 시각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앞으로 이런 식의 기념사를 또 보낸다면 저희는 광복절 경축식의 모든 행정집행을 원점에서 검토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끝으로 "특정 정치견해의 집회가 아니다. 바로 이 75년 과거의 역사의 아픔을 우리가 서로 보듬고 현재의 갈등을 통합하고 미래를 위해서 새로운 활력을 내야 될 광복절이 되기를 진심으로 열망한다"고 덧붙였다.
원희룡 지사의 즉석 연설로 인해 광복회원과 독립유공자 유족 등의 항의가 빗발쳤으며, 특히 독립유공자 포상을 받은 유족이 원 지사의 발언을 강력하게 문제 삼았고, 급기야 행사장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