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영업적자 2조2149억원…주력인 석유사업 하반기도 '불투명'
배터리, 2025년까지 11조 투자 계획…'수익' 아닌 '차입' 기반에 우려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SK이노베이션이 신성장 비전으로 '그린 밸런스2030'를 선언한고 석유화학 기업에서 친환경 기업으로 변신을 위해 나섰지만 자금 유동성 문제로 고민이 깊다. 그린 비즈니스인 전기차 배터리, 소재 사업에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한데 코로나19 여파로 주력인 '석유사업'에서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은 29일 2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연결 재무제표 기준 매출 7조1996억원, 영업손실 4397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4.7%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했다.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사진=SK이노베이션] 2020.07.12 yunyun@newspim.com |
SK이노베이션은 영업손실 1조7752억원으로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던 지난 1분기와 비교해 영업손실폭이 75% 개선됐다고 의미를 부여했지만 상반기 누적 적자가 2조원을 넘어섰다는 점에서 더 큰 우려를 낳고 있다.
나아가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세계 3위를 목표로 세워 오는 2025년까지 생산규모를 100GWh로 확대하기 위해 100억달러(약 11조원) 투자 계획을 밝혔다. 현재는 헝가리 2공장과 미국 1, 2공장 신증설 작업을 진행중으로 당분간 배터리 사업에서는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증권업계 등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 부분 흑자전환 시점은 오는 2022년으로 예측된다. 유안타증권은 배터리·분리막 부문을 합산해 2022년 4239억원, 2030년 1조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이에 대해 "SK이노베이션이 차입에 기반한 대규모 설비투자 등으로 인해 향후 1∼2년간 재무지표가 상당히 약화할 것"이라고 경고해 왔다.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주 잭슨 카운티 커머스시에 건설 중인 전기차배터리 공장. [제공=SK이노베이션] 2020.01.16 yunyun@newspim.com |
실제로 최근 몇년 간 SK이노베이션의 차입금이 큰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2018년 말의 약 4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약 8조원, 올해 1분기 말 약 9조9000억원 규모로 뛰었다.
이날 컨퍼런스콜에서도 자금 유동성에 대한 질의가 수차례 나왔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올해 투자를 보수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면서 페루 광구 매각과 소재사업 부문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상장을 통해 자금 조달에 나서겠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페루 광구 매각 대금이 올해 안에 입금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페루 광구 매각에 대한 정부 승인 절차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9월말 (딜 클로징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상장을 준비중"이라며 "빠르면 내년 상반기 안에 상장되면 재무구조 개선에 좋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LG화학과 진행중인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 합의도 큰 변수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오는 10월 5일(현지 시각) 해당 소송에 대한 최종 판결을 예고하고 있다. 양사 간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SK이노베이션의 예비판결 원인인 '조기패소 판결'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
SK이노베이션은 "소송은 민감한 사항이라 구체적인 내용을 말하지 못하는 점을 양해해 달라"면서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합의금 규모가 최소 5000억원에서 조 단위까지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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