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언제라도 파업 가능한 상황…사측 "당장은 아닐 것"
오비맥주 시장 점유율 타격 불가피…하이트진로에는 '호재'
[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오비맥주 사측과 노동조합(노조)이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진통을 겪고 있다. 경쟁사 하이트진로 '테라'의 역공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협상 불발로 노조 파업이 시작된다면 시장 내 점유율 변화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 노조는 이르면 이달 말부터 파업을 준비 중이다. 15차 임금단체협상이 결렬된 만큼 향후 열릴 쟁의대책위원회에서 파업 여부 등을 의논하겠다는 생각이다.
◆"파업 가능성 있어" vs "당장 아닐 것" 엇갈리는 노사 입장…유통채널도 '불안'
오비맥주 노조의 파업이 가시화된 건 지난달 17일이다. 이들은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이 해결점을 찾지 못하자 조합원을 상대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투표에 참여한 이들은 충북 청주 등 공장 생산직 근로자와 서울 삼성동 본사에서 일하는 사무직 근로자, 그리고 지점별 영업직 등이다.
투표는 75.12% 찬성률로 가결됐고 이에 따라 노조는 언제라도 파업에 돌입할 수 있게 됐다.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가 노사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린 후부터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으며, 노조 지도부는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쟁의행위가 가결되면 파업 선언 권한을 얻게 된다.
이번 노사 갈등의 표면적 이유는 임금 인상안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실적 악화, 경기 불황 등을 이유로 임금 동결을 원하는 사측과 경영 악화 책임을 노동자에게 돌리는 행위라고 생각하는 노조 측 입장이 맞서고 있다.
이달 파업을 놓고도 생각이 다르다. 노조 측은 확답을 내리지 않으면서도 "쟁의대책위원회는 상시적으로 열고 있다. 당연히 다음 주에도 열릴 가능성이 크다. 이 자리에서 파업 여부나 시기를 의논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반면 사측은 "당장 파업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아직 교섭 중이라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노조 측과 계속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상황이다. 또 파업과 관련해서 노조 측에 전달받은 이야기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유통업계에서도 이번 오비맥주 노조 파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협상이 원만하게 마무리되지 않아 노조가 파업에 돌입할 경우 맥주 생산이 중단돼서다. 이는 편의점 등 유통채널에도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달 말부터는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시작되는 주류시장 호황기라 여파가 더욱 클 거란 분석이다.
◆오비맥주 시장 점유율 하락 폭 커질까 우려…하이트진로 수익성 개선에 '도움'
만일 파업에 들어간다면 오비맥주에는 더 없을 악재다. 앞서 오비맥주는 코로나19 여파로 업소용 제품 판매가 줄자 희망퇴직 시행을 앞당기고 청주 공장을 4주간 휴업하는 등 비상 경영을 이어왔다. 이 가운데 오비맥주 화물노동자들이 공장 휴업, 물동량 조정 등으로 생계에 위협을 받는다고 지난 5월 파업에 돌입하면서 한 차례 어려움을 겪었다.
게다가 경쟁사인 하이트진로의 테라가 빠르게 성장 중인 상황이라 걱정은 더 크다. 지난해 3월 나온 테라는 출시 100일 만에 1억병이 팔리며 놀라운 성장세를 보였다. 덕분에 하이트진로 맥주사업 부문 연결기준 매출도 2018년 7460억원에서 지난해 7496억원으로 소폭 상승했다.
시장 점유율에도 이미 변화가 감지됐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맥주 시장 점유율은 오비맥주가 48.9%, 하이트진로가 30.8%로 나타났다. 2017년 시장 점유율은 각각 49.5%, 26.9%로 전년 대비 오비맥주는 0.6% 줄었고 하이트진로는 3.9% 상승했다.
하이트진로에는 당연히 기회다. 카스 소비가 줄어드는 틈을 타서 테라 판매량을 공격적으로 넓혀가면 시장 점유율 격차를 더욱 좁힐 수 있다. 실제 업계에서는 오비맥주 노조가 파업에 돌입할 경우 하이트진로 수익성 개선에 더욱 속도가 붙을 거라고 내다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오비맥주가 파업에 돌입할지, 그 기간이 얼마나 될지는 알 수 없으나 만약 오비맥주가 파업으로 납품 문제를 겪게 된다면 당연히 다른 주류의 매출이 오를 수밖에 없다"며 "아무래도 최대 수혜자는 시장 2위인 하이트진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 역시 비슷하게 예측했다. 이정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쟁사(오비맥주) 파업 초반에는 경쟁사가 주류 도매상에게 물량 밀어 넣기를 진행해 하이트진로 판매량 감소 우려가 있었으나 기우로 판단된다"며 "경쟁사 파업 이슈는 6월 중순부터 발생했으나 6월 판매량은 견조했다. 성수기에 경쟁사 파업은 우려보다는 호재로 작용될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jjy333jj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