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신라 최대 사찰 '황룡사'가 디지털 기술로 복원됐다. 추후 관람객은 황룡사 터 앞에서 증강현실 체험이 가능하도록 프로그램도 마련될 예정이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소장 지병목)와 경주시는 신라 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 사업의 하나로 지금은 터로만 남아있는 황룡사의 일부를 증강현실 디지털 기술로 복원했다고 22일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황룡사 중문지 현황(위), 황룡사 중문 및 남회랑 증강현실 복원안 [사진=문화재청] 2020.07.22 89hklee@newspim.com |
이번 복원은 건물을 구성하는 부재를 하나하나 만들어 세부사항을 자세히 표현하고 실제 건축물 크기로 정확한 위치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증강현실로 구현됐다. 실물이 존재하지 않는 문화재를 디지털로 구현한 사례(돈의문 디지털복원, 2019년 8월)는 있지만, 건물 앞에서 증강현실 체험이 가능한 사례는 황룡사 복원이 최초다.
황룡사는 553년(신라 진흥왕 14년) 창건을 시작한 이후 오랜 시간 변화를 거듭해 신라 최대의 사찰이 됐으나 1238년(고려 고종 25년) 몽골 침입으로 소실돼 현재는 '경주 황룡사지(사적 제6호)'라는 이름으로 터만 남았다. 9층의 목탑은 645년(신라 선덕여왕 14년)에 건립됐다.
이번에 디지털복원을 마친 부분은 황룡사가 가장 크고 화려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신라 시기의 황룡사 중문과 남회랑이다. 황룡사의 가람배치는 크게 남문을 시작으로 북쪽으로 중문, 목탑, 금당, 강당이 자리하고 있는데 중문 양쪽 남회랑의 길이는 중문을 포함해 272.5m다. 이번 중문과 남회랑의 디지털 복원은 2018년 2월부터 8월까지 1차로 완성된 제작물을 2019년 8월부터 2020년 7월까지 보완해 완성한 것이다.
황룡사 중문과 남회랑의 디지털 복원은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2012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황룡사 복원 심화연구의 결과를 담은 것이다. 중문은 2층 규모의 우진각(건물의 네 면에 모두 지붕이 있는 형식) 형태와 1층 규모의 맞배지붕(책을 엎어놓은 지붕) 등 두 가지로 구현했고 남회랑도 중문에 맞춰 두 형태로 만들었다.
국립문화재연구소 관계자는 "과거의 일반적인 기존 디지털 복원물은 복원 건축물 앞에 사람이 있어도 건축물 뒤로 보이는 등 원근감이 무시됐지만, 이번 복원은 체험자와 건축물의 거리를 계산해 원근감을 최대한 살렸기 때문에 더 현실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감나는 증강현실 복원을 위해 시간에 따른 그림자를 계산하고 재질을 다양화해 건물의 안과 밖을 넘나들며 체험하는 것처럼 실제감을 최대한 살려 황룡사를 거니는 것 같은 생생함을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기존에 많이 사용하는 위성항법장치(GPS) 대신 마커 인식과 카메라 위치추적 기능을 활용해 건물이 정확한 자리에 서 있을 수 있도록 했다.
디지털 기술로 복원된 황룡사 관람은 개인 휴대폰과 태블릿PC로는 불가능하다. 경주시와 협의해 추후 황룡사지를 방문하는 관람객은 현장에서 대여하는 태블릿PC를 이용해 중문과 남회랑에 들어가는 증강현실 프로그램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아울러 황룡사지에서 출토된 유물을 활용한 보물찾기, 발굴유적 관람, 사계절 배경 적용, 건물 확대보기, 황룡사를 배경으로 한 사진촬영과 전자우편 전송서비스, 건축과정의 애니메이션 영상, 건축부재 설명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될 예정이다.
국립문화재연구소 관계자는 "휴대폰에서는 이 프로그램의 용량이 커 구동되지 않는다"며 "실물 크기를 보고 즐기기 위해서는 태블릿PC가 좋다"고 말했다.
이어 "학술 연구를 국민에게 공유하기 위해 황룡사를 관리하는 경주시가 프로그램으로 기획해 관람객에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관광 프로그램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체험 운영 시기와 관람료 부분은 경주시가 추후 결정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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