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11월 판매액(40조원)으로 총한도 설정
코로나로 고객 수요 많은데…은행 판매 못해
[서울=뉴스핌] 백진규 기자 = 주가연계신탁(ELT) 판매제한 조치에 시중은행의 불만이 지속되고 있다. 명확한 논리 없이 단순히 지난해 11월 판매액을 한도로 설정해 공정한 경쟁이 어렵다는 이유다.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해 12월 금융당국은 은행에 5개 주가지수(KOSPI200, S&P500 등)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신탁(ELT) 판매를 허용하면서 판매 규모를 11월말 잔액으로 제한했다. 앞서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가 대규모 원금손실 사태를 일으키자,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해 신탁판매 전면 금지까지 고려했다가 은행의 의견을 일부 수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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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시중은행 사옥 [사진=각 사] |
ELT란 증권사의 주가연계증권(ELS)을 은행 신탁계정에 편입한 상품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저금리 기조가 확산되면서 ELT도 인기를 끌고 있다. 예금금리가 0%대에 접어들면서 조금이라도 더 수익을 내기 위해서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각 은행별 판매 잔액을 작년 11월말 기준으로 제한하면서 은행간 ELT 경쟁이 사실상 불가능해 졌다는 점이다.
지난해 11월말 기준 전체 시중은행의 ELT 판매액은 37조~40조원이다. 이 중 4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 판매액은 30조4000억원이었고 올해 6월말에도 30조2000억원으로 한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국민은행의 경우 11월말 잔액이 12조9000억원으로 다른 은행의 2배가 넘었던 만큼, 국민은행의 'ELT 독주'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전체 ELT 규모를 40조원이라고 가정하고, 은행의 판매수수료가 1%일 경우 수익은 4000억원이 된다. 이 중 1/4 이상을 국민은행이 가져가게 되는 구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존 ELT가 만기도래 하면 그 한도만큼 새로운 ELT를 판매하는 식인데, 결국 비이자이익(수수료) 경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며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게임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현재 은행들은 매월 ELT 판매현황을 금융투자협회에 보고하고, 다시 이 수치는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에 전달되고 있다.
일정 시점의 잔액을 갖고 단순 규제하는 방식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은행의 리스크관리 능력이나 자본규모 등을 고려하지 않고 '언제 얼마치를 팔았으니 앞으로도 그만큼만 판매해라'는 식의 규제는 유례없는 일이란 것. '자본대비 몇 퍼센트' 식의 납득할 만한 방식이 아니어서 더욱 형평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한국금융연구원 관계자는 "형평성 등을 고려하면 분명히 더 좋은 규제방법이 있었을 것"이라며 "신탁 판매에 대한 평가가 어렵다는 점에서 급하게 규제하다 보니 특정 시점 잔액을 갖고 제한하는 방식을 사용한 것 같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애초에 자율규제였던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하겠다고 한 내용이다. 만약 어긴다고 해도 직접적인 제재수단은 없다"면서도 "이 조차도 지켜지지 않는다면 법제화 등 다른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bjgchin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