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부장 아버지와 공모해 시험 답안 유출 혐의
언니 현양 분개…"검사가 말한 정의는 무엇인가"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숙명여고 교무부장이던 아버지와 공모해 시험 답안을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쌍둥이 자매에게 검찰이 1심에서 실형을 구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송승훈 판사는 17일 오전 10시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쌍둥이 자매 현모 양들에 대한 결심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이들에게 장기 3년에 단기 2년의 실형을 각각 구형했다.
서울 강남구 숙명여자고등학교. 2018.09.05. sunjay@newspim.com |
검찰은 "대한민국 입시를 치른 사람이라면, 수험생 자녀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모든 학부모와 학생들이 대학 진학을 위해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 잘 알 것이다"며 "이 사건 피고인들은 동급생 친구들과 학부모가 19년간 쏟아낸 피와 땀을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교육열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밤잠 설치며 성실히 공부해온 수백명의 동급생에게 씻기 어려운 상처를 남겼다"며 "소위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불명예를 받은 모든 교사에게도 허탈한 성처를 안기는 등 공교육 전반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추락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초 아버지와 함께 기소하지 않고 소년 사건으로 송치했던 것은 미성년인 이들을 재판받게 하는 것이 가혹할 뿐만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 잘못을 뉘우치길 기대했기 때문이다"며 "두 딸은 아버지가 징역 3년의 실형을 확정받은 이후에도 범행을 부인하고 반성의 기색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검사는 "피고인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실력으로 정당하게 얻은 성적이란 취지로 주장하고 있고, 음모의 희생양이 됐다며 남들을 원망하고 있어 안타깝다"며 "세상이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고 거짓말을 하면 대가가 따른다는 점, 정의가 살아있다는 점을 깨닫도록 엄한 처벌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변호인은 "아버지의 사건이 이미 유죄판결을 확정받아 이 사건에서 무죄 변론을 하는 것이 무모한 것은 아닌지 고민이 많았다"며 "결론은 피고인들이 결코 하지 않은 일에 대해 했다고 인정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고 언급했다.
이어 "확정판결이 역사의 진실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란 점은 여러 사례에서 확인된 바 있음을 알 것이다"며 "이미 유죄의 근거가 됐던 간접 정황들이 과연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이 된 것인지 여전히 의문이 든다"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검사의 공소사실을 뒷받침한 증거들의 불일치에는 애써 눈을 감고 피고 측의 증거에는 현미경의 잣대를 들이미는 것은 형사법이 취할 태도가 아니다"며 "관련 사건의 판결과 검사의 논고가 과연 기존 대법원 판결들의 취지와 헌법이 규정한 무죄 추정의 원칙 등에 부합하는지 면밀히 살펴봐 주길 바란다"고 간청했다.
언니 현 양은 최후진술에서 "저의 장래 희망은 역사학자이다"며 "학교생활 내내 정확한 기록과 정밀한 언어, 정당한 원칙을 중요하게 여겨 왔고, 그 신념은 단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 양은 "그렇게 융통성이 없던 학생이 차고 넘친 것도 모자라 범죄를 저질렀다고 한다"며 "검찰은 제게 내신과 모의고사 성적 간 편차를 들며 실력이 없다고 하지만 왜 모의고사 점수의 상승은 외면하는지 모르겠다"고 분개했다.
그러면서 "검사가 기록을 토대로 누군가의 행적을 재구성한다면 그런 검사의 이야기는 바라는 대로 뒤트는 것"이라며 "검사가 말한 정의란 무엇인지 저는 도저히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검찰에 따르면 쌍둥이 자매는 숙명여고에 재학 중이던 2017년 2학기부터 2019년 1학기까지 교무부장인 아버지 현모(53) 씨로부터 시험지와 답안지를 시험 전에 미리 받아 부정한 방법으로 시험을 치르는 등 학교의 성적 평가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현 씨의 쌍둥이 딸은 1학년 1학기 전교 59등과 121등에서 2학기 전교 2등과 5등으로 성적이 급등했고, 2학년 1학기에는 문·이과에서 각각 1등을 했다.
당초 검찰은 지난 2018년 11월 현 씨를 구속기소 하면서 쌍둥이 자매가 미성년자인 점을 고려해 소년보호 사건으로 송치했다. 하지만 서울가정법원은 두 딸에 대해 형사처분이 필요하다며 지난해 6월 서울중앙지검으로 돌려보냈다. 검찰은 7월 이들을 불구속기소 했다.
숙명여고는 2018년 11월 학업성적관리위원회 의결을 거쳐 쌍둥이 자매의 성적을 0점으로 재산정했다. 또 징계위원회와 재심의를 거쳐 현 씨를 파면했다. 서울시교육청은 두 딸을 최종 퇴학 처리했다.
한편 교무부장이던 현 씨는 올해 3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이 확정됐다. 쌍둥이 자매들의 1심 선고기일은 8월 12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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